넷플릭스 ‘오징어게임’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배우 오영수가 강제추행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피해자 측과 여성단체의 반발이 이어지고, 해외 언론까지 관련 소식을 보도하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 “포옹 동의 있었다”… 법원, 1심 뒤집고 무죄
11일 오후 수원지방법원 형사항소6-1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오영수에게 원심(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포옹 제안에 마지못해 동의한 것은 맞지만,포옹 자체에는 동의가 있었다”며 “포옹의 강도만으로 강제추행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시간이 지나며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의심이 남는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이에 따라 1심 유죄 판결이 뒤집히면서, 오영수는 2년 가까이 이어진 법정 공방 끝에 혐의를 벗게 됐다.
# 피해자 “무죄가 진실을 지우진 못한다”… “사법부, 책임 있게 성찰하라”
하지만 피해자 A씨는 즉각 반발했다. A씨는 한국여성민우회를 통해 낸 공식 입장문에서 “오늘 선고 결과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비현실적이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판결은 성폭력 발생 구조와 위계 구조를 굳건히 하는 부끄러운 선고다.사법부는 이 판결이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책임감 있게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무죄 판결이 결코 진실을 무력화하거나, 내가 겪은 고통을 지워버릴 수 없다”며 “문화예술계와 사회의 성폭력 구조를 방관할 수 없고, 끝까지 진실을 이야기하겠다”고 전했다.
#. 여성단체 “피해자 목소리 침묵시킨 판결”… 외신들도 집중 조명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여성단체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법원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했다. 이번 판결은 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결과다”라고 비판했다.
이 소식은 해외 언론에도 신속히 전해졌다.BBC는 “여성민우회가 이번 판결을 연극계 성폭력 은폐의 또 다른 사례로 규정했다”고 전하며,“법원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고 전했다.또 미국의 버라이어티(Variety)는 “이 노련한 배우의 법적 문제는 ‘오징어게임’ 이후 그가 쌓아온 명성과 경력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분석했다.
판결 이후 온라인 여론도 엇갈렸다.일부 누리꾼들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마음 한켠이 씁쓸하다”,“피해자의 용기 있는 발언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또 다른 일부는 “무죄 판결이 났는데도 사회적 낙인이 남을까 걱정된다”,“재판부 판단이 명확한 이상, 더 이상 마녀사냥은 없어야 한다”는 의견을 남겼다.
# “깐부 할아버지”에서 피고인까지… 남은 과제는 ‘이미지 회복’
오영수는 2021년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에서 ‘오일남’ 역을 맡아‘깐부 할아버지’로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이듬해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되며 활동이 중단됐고,KBS 등 주요 방송사로부터 출연정지 조치를 받았다.이번 무죄 판결 이후 출연 제한이 해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죄 판결이 났더라도 방송사 내부 윤리심의 절차가 남아 있다”며“제작진 판단과 여론 반응을 종합해 출연 재개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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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