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뛰는 게 행복해요!” 여준석 꿈의 크기는 기록지에 드러나지 않았다! [시애틀통신]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5.11.12 07: 04

‘한국농구 미래’ 여준석(23, 시애틀대) 꿈의 크기는 기록지에 드러나지 않았다. 
시애틀대는 4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홈구장 레드호크센터에서 개최된 2025-26시즌 NCAA 개막전에서 덴버대를 상대로 84-73으로 승리해 시즌 첫 승을 챙겼다. 국가대표 포워드 여준석은 시애틀대의 포워드로 선발출전해 26분 35초를 뛰면서 9점,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여준석은 시즌을 앞두고 곤자가대에서 시애틀대 4학년으로 편입했다. 곤자가에서 2년간 충분한 출전시간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애틀대에서 크리스 빅터 감독의 신임을 얻고 있는 여준석은 핵심 자원으로 자리를 굳혔다. 

[사진] 시애틀대 데뷔전을 치른 여준석

OSEN은 여준석의 홈 데뷔전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농구팀 관계자들부터 여준석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컸다. 시애틀대 홈페이지에서도 여준석이 메인을 장식했다. 경기장에서 나눠준 프로그램의 표지도 여준석이었다.
여준석은 시애틀대의 베스트5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소개될 정도로 학교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었다. 경기장에 많은 한인들이 응원을 왔다. 그간 볼 수 없었던 여준석 효과였다. 
교포소셜클럽의 샘 조 회장은 “한국농구선수가 미국 디비전1에서 뛰는 모습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다. 시애틀 코리아커뮤니티에서도 여준석 선수가 화제다. 많은 한인들이 여준석 선수를 응원하러 왔다”고 전했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필리핀, 일본 등 많은 동양인 팬들이 경기장에 와서 여준석을 응원했다. 미국팬들도 엄청난 점프를 뛰는 동양인 선수가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여준석에게 사람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 
[사진] 시애틀대 프로그램 메인을 장식한 여준석
여준석의 첫 경기는 매끄럽지 못했다. 크리스 빅터 감독은 “여준석이 여름내내 한국대표팀에 있었고 나머지 선수들과 호흡을 제대로 맞출 시간이 적었다. 그래도 워낙 가능성이 큰 선수다. 시즌을 치르면서 차차 좋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그말 그대로였다. 여준석은 의욕만큼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경기시작 후 7분 만에 2파울을 범하면서 벤치로 물러났다. 공격자를 막는 과정에서 홀딩파울이 나왔다. 여준석이 빠진 사이 시애틀대가 24-16으로 앞서나갔다. 
플레이의 디테일이 아쉬웠다. 좋은 돌파를 한 후 패스를 찔러줬지만 트래블링이 나오는 식이었다. 5개를 던진 3점슛도 다 불발됐다. 외곽슛의 영점이 잡히지 않았다. 
여준석은 전반전 막판 점프슛으로 시애틀대 첫 득점을 올렸다. 기세가 오른 여준석은 포스트업에 이은 페이드어웨이슛으로 연속득점을 기록했다. 오픈된 상태에서 탑에서 던진 3점슛은 아쉽게 림을 돌아나왔다. 
[사진] 시애틀대 홈페이지도 온통 여준석이다
여준석이 4점을 보탠 시애틀대가 전반전 42-37로 5점을 앞섰다. 여준석은 후반 초반 속공에 이은 골밑슛으로 2점을 보탰다. 확실히 여준석의 스피드와 탄력은 미국무대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수준이었다. 
다만 긴장한 탓인지 실수가 많았다. 공격리바운드 후 쉬운슛을 놓쳤다. 마음이 급하다보니 제대로 공격을 해보기 전에 트래블링이 먼저 나왔다. 곤자가에서 주전으로 뛴 적이 없는 여준석이다. 시애틀대에서 적응에 다소 시간이 필요한 상태다. 
여준석은 막판 저돌적인 돌파로 자유투 2구를 얻어 1구를 성공시켰다. 림 위까지 솟구쳐 리바운드를 따내는 타점은 다른 미국선수들 못지 않게 높았다. 다만 세밀한 공 컨트롤이 아쉬웠다. 
[사진] 경기 후 서정환 기자와 만난 여준석
경기를 마치고 기자와 만난 여준석은 아쉽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이겨서 너무 좋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첫 경기라서 그럴 수 있다. 콜이 아쉬웠지만 내가 컨트롤할 부분이 아니다. 다음 경기 더 집중하고 실수를 줄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감독의 주문은 무엇일까. 여준석은 “공 잡을 때마다 공격적으로 하라고 하신다. 오늘 파울 두 개가 나오고 트래블링까지 나오고 소극적으로 플레이했다”고 반성했다. 
미국대학농구에서 첫 주전으로 뛴 기분은 어땠을까. 그는 “긴장이 됐다. 처음 온 학교고 이제 막 편입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긴장했다. 앞으로 적응해나가면서 경기력이 올라오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경기 중 한인들의 응원은 봤을까. 여준석은 “힘이 된다. 사실 오늘 정신이 없어서 관중들을 둘러보지 못했다. 다음 경기에서는 좀 더 차분하게 관중석 보고 힘을 얻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 시애틀 교포소셜클럽 한인 70여명이 여준석 응원을 왔다
한국에서 보장된 성공을 마다하고 미국에서 힘든 경쟁을 하고 있는 여준석이다. 한국에서 장신에 최고로 높이 뛰는 선수지만 미국에는 더 크고 잘 뛰는 선수들이 수없이 많다. 연습장에 직접 차를 몰고 가야하고 끼니도 직접 챙겨야 한다. 경기 후에도 반겨주는 가족이 없어 외롭다.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환경이다. 그만큼 여준석은 어린 나이에도 성숙해 있었다. 
한국에서 중계방송을 볼 수 없는 팬들은 단순히 기록지만 보고 그의 도전을 평가절하한다. 기자도 실제로 와서 보기 전에는 전혀 알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 단순히 몇 분을 뛰고 몇 점을 넣었는가로 그를 평가하기에는 그의 열정이 매우 크고, 주변 환경이 너무나 대단했다. 한국선수가 미국에서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여준석의 마지막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주변에서도 미국에서 왜 뛰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사실 저는 여기서 하루 하루가 설레고 행복해요. 최고의 선수들과 하고 싶은 농구를 마음껏 할 수 있잖아요. 전혀 후회는 없습니다”
여준석이 원하는 것은 한국에서 편하게 30점씩 넣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 자신보다 더 크고 잘하는 선수들과 겨뤄보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다. 한국에서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이다. 국가대표 여준석만 꿀 수 있는 소중한 꿈이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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