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UFC 헤비급 챔피언 프란시스 은가누(39·카메룬)가 최근 눈을 찔려 경기를 포기한 톰 아스피날(32·영국)을 공개 옹호했다.
'더 플레이오프'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은가누는 UFC 321이 아이 포크(눈 찌르기)로 대실패한 뒤 아스피날을 지지했다"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아이 포크는 수년간 UFC를 괴롭혀 왔다. 타격 교환 중에 손가락을 뻗고, 사고가 발생한다. 장갑 디자인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팬들은 이 문제에 대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최악의 순간에 나타난다. 그리고 아스피날은 최근 타이틀 방어전 이후 이 모든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건은 지난달 26일 발생했다. 아스피날은 지난달 26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야스섬 에티하드 아레나에서 도전자 간과 UFC 321 메인 이벤트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전을 치렀다. 하지만 경기는 고작 4분 35초 만에 노 콘테스트로 막을 내렸다.


이유는 바로 간의 아이포크였다. 1라운드 중반 간이 팔을 쭉 뻗어 아스피날의 두 눈을 찔렀다. 그러자 아스피날은 상당한 고통을 호소하며 경기를 멈췄고, 심판은 5분여의 회복 시간을 줬다. 그럼에도 아스피날은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고, 심판은 간의 반칙패 대신 경기 무효를 선언했다.
UFC 타이틀전이 고의성 없는 반칙으로 아예 중단된 건 최초 사례다. 경기를 더 이어갈 수 없다고 밝힌 아스피날은 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된 뒤 검진을 받았다. 다행히 초기 검사 결과 의료진은 크게 위험한 손상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장기적인 손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영국으로 돌아간 직후 아스피날의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29일 그의 아버지이자 코치인 앤디 아스피날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아스피날의 오른쪽 눈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시야가 그냥 회색이었다. 왼쪽 눈의 시력도 50퍼센트 정도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일부 팬들 사이에선 아스피날을 향한 비난이 계속 나오고 있다. UFC 전 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도 자신의 소셜 미디어 프로필 사진을 안대를 쓴 '오리' 이미지로 바꾸고, 안대로 눈을 가린 말을 타고 등장하는 등 조롱을 이어갔다. 존스가 아스피날과 맞대결이 두려워 도망쳤다(ducked: 도망치다는 뜻의 슬랭이자 오리와 동음이의어)는 팬들의 오랜 비판을 비꼰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은가누의 생각은 달랐다. 역대 최강자로 꼽히는 그는 'TMZ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말을 아끼는 대신 아스피날의 경기 중단 결정을 옹호했다. 또한 눈 찌르기가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다며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은가누는 "아이 포크가 싸움 자체보다 큰 뉴스가 된 것 같다.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결과를 보고 싶어 흥분했던 팬들의 좌절감이 컸다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분명히 눈에 찔린 흔적이 있었고, 그건 아스피날의 시력을 떨어뜨렸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아스피날은 '루즈-루즈' 상황에 처해 있었다. 만약 그가 계속 싸워서 졌다면, 팬들은 그가 시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싸운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말했을 것"이라며 "아이 포크는 고환(balls)을 맞고 회복해서 돌아올 수 있는 것과는 다르다. 그건 당신의 시력을 손상시킨다. 시야가 손상된 채로 격투 스포츠를 한다면 전혀 좋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더 플레이오프도 "은가누는 눈 찌르기가 정말이고, 진지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건 사소한 불편함이 아니다. 부상으로 인해 아스피날의 시력이 저하됐기에 계속 싸우는 건 매우 위험했다. 옥타곤에서 시각장애인과 싸우는 것? 그건 큰 문제"라며 "눈은 사타구니를 차이는 것과 다르다. 시야는 싸움 내내 돌아오지 않는다. 은가누도 안전에 대해 설득력 있는 지적을 했다. 시야가 기울어질수록 모든 게 기하급수적으로 더 위험해진다"라고 짚었다.

한편 UFC 측도 제도 개선에 나섰다. 베테랑 MMA 심판 허브 딘은 마이클 비스핑의 '빌리브 유 미' 팟캐스트에 출연해 "우리는 규칙을 만들었다. 손가락을 눈 쪽으로 뻗는 건 반칙이다. 우리가 이미 갖고 있던 규칙이다. 그래서 그 규칙은 있었지만,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 이제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눈을 찌르는 건 위험한 반칙이다. 누군가는 계속해서 그 위험한 행동을 할 것"이라며 "누군가에게 실제로 상처를 주기 위해 눈 찌르기에 감점을 주기 시작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판단은 어디까지나 심판 재량이지만, 기조 자체가 바뀐다면 눈 찌르기 반칙을 더 엄격히 잡아나갈 수 있을 전망이다.
/finekosh@osen.co.kr
[사진] 버딕트 MMA, 기브 미 스포츠, UFC, 챔피언십 라운즈, TMZ 스포츠, 아스피날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