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웨일스 출신 축구 감독 토니 퓰리스(67)가 심판과 비디오 판독(VAR)을 비판하며 축구의 본질을 되찾기 위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았다.
퓰리스는 12일(한국시간) 영국 'BBC'에 기고한 'VAR은 그 고삐를 좀 죄어야 한다 - 내가 팬을 위해 축구를 바꾼다면'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심판과 VAR이 경기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50년 넘게 축구계에 몸담고 있는 퓰리스는 "리버풀의 전설적인 감독 빌 샹클리가 '축구는 민중의 게임'이라고 말한 이유가 있다. 축구는 팬들의 것이기 때문이다"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1/12/202511121804774677_691456fcbffa0.jpg)
퓰리스는 VAR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처럼 사소한 판정까지 모두 개입해 경기의 흐름을 끊는 건 본래 취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1/12/202511121804774677_691456fd5e362.jpg)
이어 "VAR은 원래 명백한 오심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 디에고 마라도나의 '신의 손' 골이나, 티에르 앙리의 핸드볼 같은 명백한 잘못을 잡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상황을 미세하게 들여다봐 축구의 흐름을 깨고 있다"고 우려했다.
퓰리스는 "이제는 골이 터져도 팬들이 마음껏 환호하지 못한다. VAR의 '체크 중' 문구가 뜨면 경기장의 환호는 얼어붙고, 기다림만 남는다"며 "이건 축구에 대한 모욕"이라고 표현했다.
퓰리스는 VAR 개혁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VAR 검토는 2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 2분 이상 걸리면 그건 명백하고 명확한 오심이 아니다. 애초에 '명백하고 분명한' 기준 아닌가. 그 이상을 끄는 건 리듬을 망친다"고 강조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1/12/202511121804774677_691456fe32a75.jpg)
또 그는 "VAR 부스에는 반드시 전·현직 감독, 코치, 선수 등 축구 감각이 있는 인물을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심판들은 규정엔 익숙하지만 경기 흐름을 읽는 감각이 부족하다. 경기를 해본 사람이 판단을 돕는다면 VAR 신뢰도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기 운영 전반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퓰리스는 "모든 경기에 멈출 수 있는 시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부상, VAR, 시간 끌기 등으로 경기가 중단되면 시계를 멈춰야 한다. 그래야 관중도 정확히 남은 시간을 알고, 불필요한 억측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감독을 할 때 웃긴 일이 있었다. 우리가 강팀을 이기고 있으면 추가시간은 항상 5분 이상, 지고 있으면 3분도 안 됐다"고 불공정한 점을 떠올렸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1/12/202511121804774677_691456fed50bc.jpg)
퓰리스는 "지금의 심판 제도는 관료주의처럼 변했다. 이제 사람들은 경기보다 VAR과 판정을 더 이야기한다"면서 "좋은 심판은 경기에서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요즘 심판들은 마이크를 달고, 카메라를 달고, 관중에게까지 방송한다. 심판이 주인공이 돼버렸다. 축구는 경기와 팬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대적으로 복잡해진 규정 탓에 심판과 VAR의 부담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핸드볼이나 오프사이드 규정은 너무 복잡해졌다. 이젠 아무도 핸드볼이 뭔지 모른다. 세부 조항이 너무 많아 판정이 더 혼란스럽다. 이런 과도한 해석이 축구의 즐거움을 빼앗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퓰리스는 마지막으로 "축구를 복잡하게 만든 건 우리 자신"이라며 "이제는 단순함을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걸 다시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 팬들이 다시 경기 자체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심판과 판정이 아니라, 골과 플레이로 축구를 즐기게 해야 한다. 축구는 원래 그런 게임이었다"고 강조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5/11/12/202511121804774677_691456ff7a065.jpg)
퓰리스의 이 칼럼은 현재 한국 축구 현실에도 뼈아픈 울림을 준다. K리그는 VAR 개입으로 인한 경기 지연, 오심 논란, 심판 불신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심지어 골이 터져도 팬들은 환호보다 먼저 전광판의 'VAR CHECK'를 바라보는 지경이 됐다.
풀리스의 주장대로 지금 필요한 건 심판이 아니라 '팬과 경기가 중심이 되는 축구'다. 심판의 존재와 VAR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팬이 즐길 수 있는 리듬을 되찾는 것이 한국 축구의 또 다른 관건이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