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현대의 화려했던 10번째 우승 대관식에서 때아닌 인종차별 논란이 생겼다. 하지만 피해를 호소하며 그 어느 때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KPFRA, 회장 이동준)의 행보에 역풍만 불고 있다.
KPFRA는 12일 성명서를 내고 "11월 8일 개최된 K리그 전북 현대와 대전하나시티즌의 경기에서 전북 코치(등록명 타노스)가 심판을 향해 '인종차별 행위 및 비하 발언'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라며 "본 행위는 심판 개인에 대한 모욕을 넘어, 축구계 전체의 윤리 및 인권 존중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본 사건을 단순한 경기 중 감정 표현이나 불상사로 보지 않는다. 이는 명백히 FIFA Disciplinary Code 제13조(Discrimination) 및 대한축구협회 윤리규정 제14조(차별 및 명예훼손)에 위배되는 중대한 위반 행위"라며 "심판의 인종, 출신, 외모 등을 근거로 한 언행 및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는 모든 심판의 안전과 존엄성에 대한 직접적인 침해이자, 한국프로축구의 가치와 국제적 신뢰를 손상시키는 심각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심판협의회 제공 영상 캡처.](https://file.osen.co.kr/article/2025/11/13/202511131044774328_69154425394af.png)

아직 시시비비가 가려지진 않았지만, KPFRA는 이미 타노스 코치를 인종차별 행위자로 확신하는 모양새다. 정확한 묘사는 빠뜨린 것으로 보이나 "위와 같은 행위들은 대한민국 프로축구 경기장에서 발생해서는 안 될 매우 심각한 수준의 인권 침해 및 명예훼손 사건이며, 특히 인종차별 행위는 FIFA가 최우선으로 근절하고자 하는 반인권적 행위"라고 규탄했다.

13일 KPFRA는 '증거 영상 자료'라며 '전북현대 코치 인종차별 동영상'이라는 제목의 16초 짜리 영상을 배포했다. 예상대로 전북과 대전의 경기 후반 추가시간 타노스(마우리시오 타리코) 코치가 김우성 주심에게 항의하는 장면이었다.
당시 전북이 2-1로 앞서고 있던 상황에서 박스 안에서 공이 대전 미드필더 김봉수 손에 맞았다. 그러나 김우성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고, 타노스 코치가 격하게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았다. 비디오 판독(VAR) 후 페널티킥으로 정정됐지만, 타노스 코치는 계속해서 판정에 항의하며 팬들의 호응을 유도하다가 두 번째 옐로카드를 받고 퇴장당했다.
KPFRA가 문제 삼는 건 이 과정에서 나온 타노스 코치의 제스처다. 그는 김우성 주심을 바라보며 동양인을 비하하는 제스처인 두 눈 찢기를 했다는 것. 영상에 따르면 타노스 코치가 두 눈에 양 손가락을 갖다댄 건 사실로 확인된다.
하지만 KPFRA의 주장대로 인종차별적 메시지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슬로우 모션으로 돌려보면 눈을 '찢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원래 속도로 보면 단순히 눈가에 손가락을 한 순간 갖다댔다가 떼는 동작이기 때문. 일반적인 '두 눈으로 보지 않았냐'는 항의 제스처에 가까워 보인다.

무엇보다 KPFRA의 광속 행보가 빈축을 사고 있다. 전북과 타노스 코치의 입장을 들어보지도 않고 공식 성명까지 발표했기 때문. 전북 측은 타노스 코치와 연락이 닿아 확인한 결과 "눈 쪽으로 손가락을 가져간 건 심판한테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냐'는 어필의 제스처였다고 한다"라며 인종차별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KPFRA 측에선 인종차별 행위로 단정 짓고 있는 상황. KPFRA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FIFA 등 관련 기관 제소 및 행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동시에 ▲해당 코치 및 소속 구단에 대한 즉각적인 징계 절차 착수 및 결과 공개 ▲피해 심판에 대한 공식 사과 및 보호 조치 시행 ▲향후 모든 구단 및 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인권·윤리 교육 강화 프로그램 마련 ▲유사 사건 재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른 최고 수위의 제재 적용을 강력 요구했다.
설득력 부족한 급발진에 여론은 싸늘하다 못해 폭발 중이다. 특히 올 시즌 K리그는 문진희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이 최근 국정감사에 출석할 정도로 오심 문제가 들끓었기 때문에 더욱 반응이 좋지 않다. 논란이 불거질 때도 침묵을 지키고 있던 KPFRA가 이번 사건에서만큼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전북도 지난달 오심으로 큰 피해를 입은 팀이다. 제주전에서 1-0으로 앞서던 후반 전진우가 상대 박스 안에서 발을 밟혀 쓰러졌지만, 주심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추가골 기회를 놓친 전북은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이후 KPFRA는 공식적으로 오심을 인정했지만, 따로 사과는 없었다. 거스 포옛 감독만 소셜 미디어로 항의했다는 이유로 300만 원 벌금을 내야 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주심을 맡은 심판이 KPFRA 회장이다.

징계 결과 공개 요구 역시 이중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K리그는 오심을 저지른 심판이 징계를 받았는지 여부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순간 '즉각 징계 착수 및 징계 결과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 것. 분명 오해의 소지가 있을지라도 최소한의 소통도 없이 급하게 인종차별과 엄벌만을 주장하고 있는 만큼 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KPFRA는 "심판은 경기의 공정성과 질서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심판에 대한 인종차별적 언행은 단순한 개인 비하가 아니라, 한국프로축구의 품격과 공정성에 대한 도전"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섣부른 판단과 연이은 오심으로 한국프로축구의 품격과 공정성을 해치고 있는 게 과연 누구인지 되돌아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단 측의 언론을 통한 판정 불만은 단속하고, 소통 시도는 외면하고 있는 심판진부터 바뀌어야 하진 않을지 성찰할 때다. 징계 결과 공개와 공식 사과, 보호 조치, 윤리 교육 강화, 무관용 원칙은 구단과 코치에만 적용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한편 전북 구단은 13일 이번 사건과 관련한 경위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0일 제출된 심판평가관 보고서와 경기감독관 보고서, 그리고 김우성 심판이 작성한 사실확인서 등을 통해 사건을 파악한 뒤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고, 추후 상벌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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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쿠팡플레이 중계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