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이 흔들리지 않는 퍼포먼스로 프랑스 여론을 바꿔놓고 있다. 기회는 제한적이었지만, 그 안에서 그는 확실한 메시지를 남겼다. “과소평가하면 결국 손해 본다”는 메시지다.
프랑스 매체 ‘풋 01’은 12일(한국시간) “메이슨 그린우드, 일란 케발, 플로리앙 토뱅—PSG의 이강인이 이들을 모두 제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출전 시간이 들쭉날쭉한 상황에서도 영향력 지표는 리그 1 정상권이라는 의미다.
PSG는 시즌 초·중반 공격수들의 연쇄 부상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우스만 뎀벨레, 데지레 두에 등이 이탈한 가운데 교체 카드가 승패를 좌우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심에 이강인이 있었다. 그는 UCL 바이에른 뮌헨전에서 날카로운 왼발로 반격의 시발점을 만들었고,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주앙 네베스의 득점 장면을 사실상 만들어냈다.


리옹전에서는 더 직접적이었다. 2-2로 팽팽하던 후반 추가시간, 그의 코너킥은 네베스의 헤딩 결승골로 이어졌다. 이 한 방으로 PSG는 리그 1 단독 선두로 복귀했다.
프랑스 현지에서도 이제 더는 이강인을 ‘벤치 선수’로 분류하지 않고 있다. 풋 01은 “이강인은 교체 출전 때마다 공격적으로 위협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즌 중반에 접어든 지금 그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슈팅·득점 관여·기회 창출을 기록한 선수”라며 “왼발은 종종 파괴적이며 PSG의 공격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풋 01에 따르면 이강인은 90분당 5.62회의 공격 관여(기회 창출+득점 관여)를 기록 중이다. 이는 PSG 주요 자원인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비티냐는 물론 그린우드(4.91), 케발(4.73), 토뱅(4.14)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단순 활약이 아니라, 데이터로 ‘리그 톱 레벨’이라는 평가다.
매체는 “지난 2년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그는 다시 일어섰다. PSG는 지난여름 5000만 유로 이상의 제안이 오면 매각 의사가 있었지만, 지금 그는 이적료를 정당화하는 선수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소풋’ 역시 “이강인은 실패한 적이 없다. 단지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100경기 출전이라는 상징적 기록을 달성한 그는 ‘조용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선수’의 전형이다.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 정확성과 꾸준함으로 답한다”고 평가했다.
이 평가는 그동안 이강인을 향해 날을 세웠던 프랑스 내 비판 여론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언론인 피에르 메네스가 있다. 성추행 논란으로 방송계를 떠난 그는 2년 전부터 이강인을 향한 부정적 언급을 반복해 온 인물이다. “유니폼만 잘 팔리는 선수”, “이강인 기용은 실수”라는 그의 발언은 현지에서도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최근까지도 메네스의 평가 기준은 그대로였다. 브레스트전에서 이강인이 핸드볼로 페널티킥을 내주자 곧바로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다르다. 프랑스 주요 매체들이 모두 이강인의 경기 영향력을 높게 평가하는 흐름 속에서, 오히려 ‘기준이 outdated 된 사람’은 메네스 쪽이라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강인은 ‘실력이 답’이라는 단순한 해법으로 프랑스 현지 분위기를 뒤집어놓고 있다. 많은 출전 시간이 보장된 것도 아니었고, 특정 포지션의 주전도 아니었다. 그러나 주어진 틈새마다 팀의 성적과 경기 흐름을 실제로 바꿔놓은 선수는 분명히 존재했고, 그 이름이 이강인이었다.
PSG는 여전히 여러 포지션에서 부상 이슈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강인의 꾸준한 영향력은 루이스 엔리케 감독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주고 있다. 시즌이 깊어질수록 그의 비중은 자연스럽게 더 커질 전망이다.
비판이 칭찬으로 바뀌는 순간은 흔히 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강인은 경기력으로 그 변화를 강제로 끌어냈다. 프랑스 현지 시각도, PSG 내부 평가도 이미 바뀌었다는 점에서 그의 도약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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