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거취를 둘러싼 나폴리의 분위기는 혼란 그 자체다. 구단은 “사임설은 동화”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훈련장에 감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나폴리는 지난 9일(한국시간) 볼로냐 원정에서 0-2로 패했다. 후반 초반 테이스 달랑가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한 뒤, 후반 21분 존 루쿠미에게 추가골까지 내주며 완패했다. 이 패배로 나폴리는 시즌 공식전 5패, 그리고 4경기 연속 무득점이라는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콘테 감독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미 다섯 번이나 졌다는 건 뭔가 완전히 잘못됐다는 뜻”이라며 “나는 죽은 사람들과 함께 걷고 싶지 않다. 그런 상태라면 내가 먼저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선수단의 태도에 대한 직격탄이었다.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뉘앙스까지 풍기며 사임설이 즉각 제기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나폴리의 아우렐리오 데 로렌티스 회장은 이 사임설을 전면 부정했다. 그는 “콘테가 사임한다는 헛소문을 들었”며 “콘테 같은 진짜 남자를 우리 곁에 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감독을 전폭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발언과는 달리, 현재 상황은 ‘헛소문’이 아닌 ‘실화’에 가깝다.
영국 ‘더 선’에 따르면 콘테 감독은 A매치 휴식기 동안 남아 있는 선수들과의 훈련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그는 휘슬을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수석 코치에게 넘기고 오는 16일까지 팀을 떠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폴리 구단은 17일 복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지만, 이는 형식적 의미에 가깝다는 분석도 있다.
스텔리니 코치는 콘테 감독이 토트넘을 떠났을 때도 감독대행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번에도 사실상 ‘대행 체제’가 가동되고 있는 셈이다. A매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남은 선수들과 집중 훈련을 진행해야 할 시점에 감독이 자리를 비웠다는 건, 팀 내부 갈등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순위만 보면 나폴리는 절망적이지 않다. 11라운드가 끝난 세리에 A에서 승점 22점으로 4위, 선두 인터 밀란과도 단 2점 차이다. 반등은 충분히 가능하며, 시즌 초반 위기에서 빠져나갈 여지도 있다. 그러나 경쟁력 회복보다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는 감독과 선수단의 관계, 그리고 콘테 감독의 분노로 인해 흔들리는 내부 결속이다.
콘테 감독은 강한 카리스마와 높은 전술적 요구 수준을 가진 지도자로 유명하다. 장점이자 단점인 그의 리더십은 팀 성적이 흔들릴 때 가장 크게 충돌을 일으킨다. 현재의 나폴리 상황이 딱 그렇다. 부진이 이어지자 콘테 감독은 선수단의 태도와 집중력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드러냈고, 선수단은 감독의 요구를 따르지 못하며 신뢰가 흔들리는 구조다.
나폴리는 오는 23일아탈란타전을 앞두고 있다. 볼로냐전 충격패 이후 분위기 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지만, 감독이 훈련장에 없는 상태에서 정상적인 준비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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