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8개월 만에 대표팀 돌아온 조규성, '주장' 손흥민과 포옹 + 투지 복귀골에 팬들 감격 [대전톡톡]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11.14 22: 04

인간 승리 그 자체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FIFA 랭킹 22위)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볼리비아(76위)와 11월 A매치 1차전을 치러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지난달 파라과이전(2-0 승)에 이어 A매치 2연승을 기록하며 월드컵 조 편성 경쟁에서 중요한 고지를 확보했다. 현재 FIFA 랭킹 22위인 한국은 포트2 막차 자리를 두고 23위 에콰도르, 24위 오스트리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포트2에 머무르면 독일·크로아티아·모로코·콜롬비아·우루과이 같은 강호들과 한 조에 묶이는 최악의 조 추첨을 피할 수 있어, 11월 A매치 결과는 사실상 ‘월드컵 조 추첨의 분수령’이다.
이날 볼리비아전은 그 의미가 더 컸다. FIFA 랭킹 포인트가 크게 깎일 수 있는 ‘하위 팀 상대 경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전술 실험과 결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기대한 대로 승리를 챙기며 포트2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지켰다.
전술 변화 역시 눈에 띄었다. 홍명보 감독은 7월 동아시안컵 이후 꾸준히 스리백 전술을 실험해 왔지만, 이날은 5개월 만에 포백을 꺼내 들었다.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2연전 이후 처음으로 포백을 가동하며 본선 대비 전술 최적화 작업에 속도를 높이는 모습이었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손흥민이 최전방 자원으로 나섰다. 2선에 황희찬, 이재성, 이강인이 출격했다. 3선은 원두재, 김진규로 꾸려졌다. 수비 라인은 이명재, 김태현, 김민재, 김문환으로 구성됐다. 골키퍼는 김승규.
볼리비아는 4-3-3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최전방에 테르세로스, 몬테이로, 나바가 출격했다. 비야밀, 토레스, 비야로엘이 중원을 구성했다. 수비 라인엔 페르난데스, 쿠엘라르, 아로요, 메디나가 자리했다. 골키퍼는 비스카라.
이날 조규성은 1년 8개월만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무릎수술과 합병증으로 오랜 기간 재활에 매달린 탓이다. 
조규성은 2024년 5월 실케보르와의 2023-2024 덴마크 수페르리가 최종전을 끝으로 모습을 감췄었다. 이유는 불운한 의료 사고였다. 시즌 종료 후 국내에서 무릎 반월판 수술을 받은 그는 추가 수술을 받던 중 혈액 감염 합병증이 생겼다. 이로 인해 복귀가 예상보다 훨씬 늦어졌다.
결국 그는 2024-2025시즌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2023년 여름 미트윌란에 입단해 데뷔 시즌 13골 4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주전 공격수였지만, 그의 공백 속에 미트윌란은 승점 1점 차로 우승을 놓쳤다.
재활은 고통스러웠다. 당시 구단 인터뷰에서 조규성은 “몸무게가 12kg이나 빠졌다. 하루 3~4번씩 진통제를 맞아도 밤마다 깼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라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다시 축구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다행히 조규성은 부상을 잘 이겨냈다. 지난 8월 프레드릭스타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3차 예선 2차전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15개월 만에 복귀 신호를 보냈다. 사흘 뒤 수페르리가 5라운드 바일레 원정에서 후반 추가시간 교체 투입돼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복귀골은 9월 18일 덴마크컵 올보르전에서 터졌다. 교체 투입된 그는 493일 만에 득점을 기록했다. 이후 리그에서도 9월 2골, 10월 1골을 추가했다.
돌아온 조규성은 볼리비아전을 앞두고 “대표팀 복귀는 단순한 발탁이 아니다. 내가 다시 돌아왔다는 걸 증명하고 싶다”라며 “어릴 때부터 국가대표로 뛰는 건 꿈이었다. 몇 번 뛴 적은 있지만, 지금이 더 절실하다. 나 자신이 자랑스러울 만큼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망은 이뤄졌다. 한국이 1-0으로 리드하고 있는 후반 중반 손흥민의 포옹을 받으며 그라운드로 들어갔다. 조규성은 최근 시즌 첫 풀타임을 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시즌 4호골을 기록했다. 엄지성, 배준호 등 젊은 윙어들은 많지만 최전방을 맡아줄 젊은 선수가 오현규 밖에 없는 상황서 조규성의 복귀는 천군만마였다.
오현규의 폼이 가장 좋다. 그는 멕시코와 파라과이를 상대로 계속 득점포를 가동했다. 분데스리가 이적이 불발된 뒤에도 소속팀 헹크에서 계속 골을 넣고 있다. 카타르월드컵 예비멤버였던 오현규가 이제 북중미월드컵 정예멤버로 성장했다. 
여기에 조규성이 돌아와 대표팀 공격수 경쟁은 한층 심화됐다. 조규성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약 월드스타로 떠올랐다. 부동의 원톱이었던 황의조의 부진을 틈타 조규성이 한국의 최전방 공격수로 자리를 굳혔다.
조규성은 가나전에서 헤더로 멀티골을 폭발시키면서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그는 사전 소집 직후 “대표팀 연락을 기다려 왔다. 오랜 부상 뒤 복귀라 감회가 남다르다. 정말 기대된다. 몸 상태는 좋다. 행복하다. 몇 분이라도 뛰고 싶다. 경기장에서 뛰는 순간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며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날 교체로 투입되자 조규성은 잠시 먹먹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쳐다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주장 손흥민과 포옹을 하면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남은 시간을 소화하면서 조규성은 확실히 자신이 그라운드에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면서 다음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조규성은 후반 43분 문전에서 몸 싸움을 견뎌낸 끝에 넘어지면서 슈팅을 날렸다. 슈팅이라고 보기에는 그냥 밀어 넣었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 그래도 공은 그대로 골문을 넘으면서 득점으로 인정됐다. 조규성의 노력이 만들어내 인간 승리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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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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