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면서 골 넣은 조규성, 598일 만의 득점서도 나타난 투지 [대전톡톡]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11.15 05: 55

말 그대로 투지가 달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FIFA 랭킹 22위)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볼리비아(76위)와 11월 A매치 1차전을 치러 2-0으로 승리했다. 
후반 12분 손흥민이 프리킥 선제골을 올린 데 이어 후반 42분 '1년 8개월'만에 A대표팀으로 복귀한 조규성이 추가골을 넣어 한국을 무실점 두 골 차 승리로 이끌었다.

조규성은 손흥민과 후반 31분 교체돼 경기에 투입됐다. 그토록 원하던 대표팀 경기에 오랜만에 나선 조규성이다. 그는 2024년 5월 실케보르와의 2023-2024 덴마크 수페르리가 최종전을 끝으로 모습을 감췄었다. 이유는 불운한 의료 사고였다. 시즌 종료 후 국내에서 무릎 반월판 수술을 받은 그는 추가 수술을 받던 중 혈액 감염 합병증이 생겼다. 이로 인해 복귀가 예상보다 훨씬 늦어졌다.
재활은 고통스러웠다. 조규성은 “몸무게가 12kg이나 빠졌다. 하루 3~4번씩 진통제를 맞아도 밤마다 깼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또 그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다시 축구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컸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다행히 조규성은 부상을 잘 이겨냈다. 지난 8월 프레드릭스타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3차 예선 2차전 벤치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15개월 만에 복귀 신호를 보냈다. 사흘 뒤 수페르리가 5라운드 바일레 원정에서 후반 추가시간 교체 투입돼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복귀골은 9월 18일 덴마크컵 올보르전에서 터졌다. 교체 투입된 그는 493일 만에 득점을 기록했다. 이후 리그에서도 9월 2골, 10월 1골을 추가했다. 그리고 마침내 A대표팀 부름을 받았다. 홍명보 감독은 그를 발탁할 당시 "조규성의 경우 앞서 코치진이 몇 차례에 걸쳐 몸상태를 체크했다"면서 "현재 대표팀 소집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홍명보 감독은 "쉰 기간이 꽤 되기 때문에 대표팀 소집 기간 내 경기 감각이 올라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조규성이 대표팀에 와서 그동안 우울했던 시간에서 벗어나 다시 소속팀에 돌아가 내년 시즌 때 정상 컨디션을 찾을 수 있게 돕는 단계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조규성한테 이번엔 너무 많은 것들을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수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놀랍게도 조규성은 '골'을 터트리며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팬들이 그의 상황을 이해할 겨를도 없이 예상 밖 이른 득점에 성공했다. 특히 이날 조규성이 보여준 투지는 놀라웠다. 후반 43분 혼전 상황에서 특유의 등지는 플레이를 통해 버텨냈다. 
김문환이 올린 크로스가 상대 수비수의 몸을 맞고 굴절되자 조규성은 단단한 포스트 플레이 이후 상대 수비수와 경합을 이겨냈다. 그리고 몸을 던지면서 왼발로 골문에 밀어 넣었다. 넘어지면서도 어떻게든 골을 위해 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은 투지 그 자체였다.
그리고 조규성의 간절한은 골을 넣는 모습 뿐만 아니라 세리머니에서도 나왔다. 그는 자신의 유니폼을 잡고 두드리면서질주한 다음 코너킥 플래그를 잡고 포효했다. 1년 8개월 493일 만의 간절했던 대표팀 복귀와 조규성 특유의 투지가 잘 묻어나오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조규성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왔는데 뛸 줄 몰랐다. 많은 팬 앞에서 이렇게 득점해 기분이 좋다.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골까지 넣었다. 감사하다"라면서 “몸싸움을 이겨내다 밸런스가 무너졌는데 골을 넣고 싶다는 집념 하나로 득점을 만들었다”라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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