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스페셜 보잉보잉'에 출연한 배우 정가은이 1년 전 '보잉보잉' 첫 출연 당시 엉덩이 스킨십 장면으로 논란을 빚은 일에 대해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정가은은 최근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연극 '스페셜 보잉보잉'과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스페셜 보잉보잉'(연출 손남목)은 지난 2001년부터 대학로에서 상연된 대표적인 인기 공연으로, '보잉보잉', '뉴 보잉보잉' 등을 거친 끝에 24년을 맞아 손남목 연출이 '스페셜 보잉보잉'으로 탈바꿈해 선보이는 작품이다.
공연은 인기남 지섭이 양다리도 모자라 삼다리를 걸치는 와중에, 비행기의 이륙과 착륙 사이를 오가며 여자친구들 사이 절친 순성, 가사도우미 옥희와 함께 벌어지는 일을 좌충우돌 코미디로 풀어낸다. 이 가운데 정가은은 지난해 '올스타 보잉보잉'과 대구 '보잉보잉'을 거쳐 다시 한번 최이수 역을 맡아 지섭과 열애 중인 미모의 미국 항공사 스튜어디스로 나선다.

정가은은 "늘 그렇지만 '보잉보잉'은 연습 시간도 그렇고 연극 할 때도, 대기할 때도 굉장히 재미있다. 모든 것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사랑해 엄마'를 작년에 할 때는 극 자체가 슬픈 거다 보니 연습할 때도 다운돼 있었고 계속 슬프고 울고 그랬다. 그런데 '보잉보잉'은 항상 배우들 한 명 한 명이 에너지가 넘쳐서 현장 오는 것 자체가 즐겁고 재미있다. 지섭 역의 태사자 박준석은 '보잉보잉'이 초등학교 점심시간 느낌이라고 하던데 딱 맞는 말 같다"라며 작품에 애착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공연 당시 정가은을 향한 대중의 평가는 작품처럼 유쾌하지 만은 않았다. 당시 정가은이 연습 중 상대 남자 배우를 포옹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SNS에 게재했는데, 손이 남자 배우 엉덩이 위에 올려져 있었고, 정가은이 이에 "연습 중 내 손이.. 호강하네요"라고 덧붙였다.
이는 실제 당시 공연 중 한 장면을 연습에서 소화하며 민망함을 재치있게 풀어낸 것이었다. 그러나 네티즌들 사이 성희롱 논란까지 일었고, 정가은은 결국 이후 "저의 경솔한 말에 여러분들께 불편함을 느끼게 했다. 앞으로 말과 행동을 함에 있어서 좀 더 신중하고 조심하도록 하겠다"라고 깊이 반성하며 사과했다.

이와 관련 정가은은 "남자 엉덩이 만지는 장면이 너무 힘들었다. 연습할 때도 '잡으세요! 잡으세요!"라고 하는데 못 잡고 있다. 첫 공연 때 어떻게 성공했다. 그걸 너무 장난스럽게 올려서 호되게 혼났다"라고 회상했다. 또한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그렇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고, 내가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잘못이지 연극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니었다"라며 다시 '보잉보잉' 시리즈에 돌아온 이유를 강조했다.
그만큼 '보잉보잉'이 '스페셜' 이름을 달고 걸맞게 변신했다. 해당 연습 장면은 기존 '보잉보잉' 시리즈에서 선보인 스킨십 장면 중에는 약과일 정도로 '보잉보잉' 시리즈는 섹슈얼 코미디를 표방해오기도 했던 터. 그러나 '스페셜 보잉보잉'에서는 이러한 장면들을 덜어내며 크게 달라졌다. 이에 정가은은 "그때 너무 혼나고 다 자중하자는 의미로 많은 장면을 뺐다"라고 털어놨다.
더불어 그는 "저 때문에 연극에 피해를 줄까봐 연출님께 죄송하다고 했는데 오히려 좋아하셨다. 이슈가 된 것을"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이번에 저를 다시 믿어주신 만큼 더 열심히 성실하게 준비했다. 연습실에 제일 먼저 나오고 제일 마지막까지 있었다. 끝나도 애들한테 몇 명 더 시간 되면 맞춰달라고 했다. 극장에 나와 있는 것 만으로도 좋더라"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정가은은 '스페셜 보잉보잉'의 '스페셜'한 부분에 대해 "배우들이 달라졌고 스페셜하다"라며 웃었다. 그는 "지섭 역의 박준석이 되게 착하다. 착하고 성실하다. 그런데 그게 연기할 때도 묻어나서 조지섭 역할이 바람둥이임에도 불구하고 못된 놈인데도 붉후가고 박준석이 하는 조지섭은 분명히 나쁜놈인데 미워할 수 없다. 조지섭 역할의 배우들이 다 착하다. 그런데 박준석이 유독 착하다. 저랑 동갑인데 약간 순수한 게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옥희 역의 이경실 선배님은 그냥 보면 권위주의적일 것 같고 그런데 진짜 따뜻하시고 후배들한테 우리가 불편해할까봐 그런 거 오히려 신경 쓰시고 후배들한테 되게 편하게 대해주려고 엄청 애 많이 쓰신다. 애들 끼니 챙겨주신다. 분위기 좋게 만들려고 본인을 희생하시는 부분도 있다. 시작할 때 시파티를 하는데 저희 배우들이 20명이 되는데 한 명도 안 빠지고 쌈을 한 번씩 다 싸주시더라. 언니는 언제 드시지 싶었다. 애들 되게 많이 챙겨주신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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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극단 두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