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스트라이커’ 엘링 홀란(맨체스터 시티)이 이탈리아전 멀티골의 숨은 비밀을 털어놨다. 그 이유는 “상대가 내 엉덩이를 만져서”라는 다소 황당한 발언이었다.
노르웨이는 지난 17일(한국시간) 밀라노 산 시로(주세페 메이차)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 I조 최종전에서 이탈리아를 4-1로 대파했다.
전반 11분 프란체스코 피오 에스포지토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흔들렸지만, 후반에만 네 골을 몰아쳐 28년 만의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했다. 유럽 전통 강호 이탈리아를 상대로 ‘천적’과도 같았던 탈락의 역사를 스스로 끊어낸 값진 승리였다.


그 중심에는 홀란이 있었다. 후반 들어 노르웨이의 공격 포문이 열릴 때까지 침묵했지만, 그가 움직이는 순간 경기 흐름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후반 33분, 오스카 밥의 말도 안 되는 정확도의 크로스를 홀란은 몸을 비트며 오른발 발리로 꽂아 넣었다.
슈퍼스타의 감각은 역시나 달랐다. 홀란은 불과 2분 뒤, 모르텐 토르스비가 낮게 깔아준 컷백을 마치 연습하듯 가볍게 밀어 넣으며 멀티골을 완성했다. 그 두 골이 이탈리아를 완전히 무너뜨린 결정타였다.
이번 시즌 홀란의 득점력은 이미 ‘괴물’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하다. 맨시티 소속으로 공식전 15경기 19골, A매치를 포함하면 20경기 32골. 유럽 최정상 공격수들 사이에서도 독보적 존재다. 노르웨이는 FIFA 랭킹 29위로 포트3가 유력한 가운데, 홀란의 존재로 인해 “포트3 최강자"라거나 “포트2급 전력”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런데 멀티골이 터진 진짜 계기가 있었다. 홀란은 인터뷰에서 경기 중 잔루카 만치니와의 신경전을 언급하며 “그가 동점 상황에서 내 엉덩이를 만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조금 화가 났다. 그래서 ‘동기부여 고맙다, 어디 한번 해보자’라고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직후 두 골. 상대 수비수의 기묘한 행동이 놀랍게도 세계 최고 공격수를 깨워버린 셈이다.
홀란은 “우리가 4-1로 이겼으니 결과적으로는 잘 된 셈”이라며 “만치니에게 정말 고맙다”고 농담 섞인 소감을 남겼다. 분명 노르웨이엔 최고의 ‘자극제’였다.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한 소감도 솔직했다. 홀란은 “기쁘다. 하지만 더 큰 건 안도감이다. 압박이 정말 컸고 그걸 매 순간 느꼈다. 그래도 이 과정 모두가 즐거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큰 도전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본선 티켓 확보 이후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제야 월드컵 얘기를 공식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며 크게 웃었다. “몇 주 동안 말하고 싶어도 참아야 했는데, 드디어 마음껏 얘기할 수 있게 됐다. 이번만큼은 우리가 자격을 증명했다. 마음껏 즐길 것”이라며 동료들과의 자축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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