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자우림이 30년 가까이 쌓아온 끈끈한 우정을 전했다.
18일 방송된 KBS1 '아침마당' 화요초대석에는 데뷔 28년차, 대한민국 록 밴드의 아이콘 자우림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김윤아는 '아침마당' 녹화 참여 소감을 묻자 "전 좀 걱정했다. 피곤할까봐. 스튜디오 들어오니 여기 계신 모든 분들 에너지 좋아서 저도 힘 받아서 좋다"고 밝혔다. 이에 엄지인 아나운서는 "저는 살짝 걱정했던게 요즘 기사에 김윤아씨가 아팠다, 건강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괜찮냐"라고 걱정했고, 김윤아는 "저도 봤다. 근데 저 아팠던게 15년도 더 된 얘긴데 요즘 기사가 열심히 나오더라. 도시락 싸서 다니면서 '저 안아파요 건강해요 제가 일 제일 많이해요'라고 이야기 하고 다녀야하냐 요새 고민하고 있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선천성 면역 결핍자인 그는 과거 뇌신경마비로 투병생활을 했던 바.

이에 김윤아는 "아침마당 시청자 여러분, 저 자우림의 김윤아 정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공연활동 엄청 활발하게 하고 있고요, 앨범 새로 냈고요, 아무걱정 할 필요 없다. 제가 잘 하겠다"라고 거듭 해명했다.
실제 자우림은 지난 9일 12집 앨범 'LIFE!'를 발매하고 컴백했던 바. 타이틀곡 '라이프! LIFE!' 라이브 무대를 펼친 김윤아는 "제가 만들고 같이 연주한 곡"이라며 "'라이프' 다음에 느낌표가 있다. 라이프가 인생이지 않나. 느낌표가 있으면 '인생이야!'이런 느낌이다. '인생이야 나한테 왜 이래 답을 줘!'이런 노래다. 제가 공연도 계속 하고 작업도 계속하고 작품도 많이 썼고 앨범도 내면서 이제 자우림 앨범 할 차례가 왔다. 그런데 그동안 일을 너무 많이 했더니, 약간 미칠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라고 번아웃이 왔던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그럴 때 있지 않냐. '난 언제쉬어?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거야?' 근데 내가 일 안하면 어떡하겠냐. 제가 일 해야죠. 그럴때 제가 더는 못 참겠다, '인생아 나한테 이러지 마. 내가 춤추는 것처럼 보여? 난 지금 몸무림 치는거야'라는 뜻으로 노래를 만들었는데 그게 제 얘기뿐이 아니더라. 모든 분들이 삶을 살아가면서 다 똑같이 느끼는 부분같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신것 같다"고 밝혔다. 김진만도 "처음 이 노래 들었을때 앨범 타이틀 감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앨범 타이틀도 '라이프!'로 지어졌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후 자우림 멤버들은 데뷔까지의 이야기를 전했다. 김진만은 "1996년이었다. 제가 밴드를 하고 있었다. 그 밴드의 보컬이 이선규였다.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아마추어 공연 보러 갔는데 어떤 여자가 두곡 부르고 들어가는데 노래를 너무 잘하더라. 상식적으로 이선규씨랑 밴드하다가 김윤아씨 노래 보면 어떻게 하겠냐. 같이할수 있냐고 찾아갔다"라고 '자우림'의 시작을 떠올렸다.
김윤아는 "일단 중간에 공동의 지인이 있어서 이상한 사람은 아니라고 소개는 받았다. 만나서 얘기하니 두분은 프로 뮤지션이 되는걸 목표로 하고 있다더라. 두분이 굉장히 착한, 공부만 하는 학생같은 옷을 입고 안경 쓰고 외모가 도저히 프로 뮤지션과 거리가 있었다. 저는 언감생심. 프로로 노래하는 사람이 될거란 생각 한번도 안해봤다. 캐스팅 받은적은 있는데 그게 저랑은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했고, 데뷔했을때 반응 좋았을때 누구보다도 놀랐던 사람이 저였다. 이게 좋다고? 그런 느낌"이라고 말했다.
당시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선규는 "처음 제가 노래 부르게 된 계기도 진만이랑 저 중에 제가 조금 더 잘해서 그런거였다. 사실 저는 사람들이 쳐다보고 관심 주는걸 굉장히 힘들어했다. 제발 이 관심을 누가 가져갔으면 좋겠다 하던 차에 김윤아씨를 만났다"고 반색했다. 김진만은 "처음에는 홍대 클럽에서 아마추어 밴드니까 '미운 오리'라는 가칭으로 활도앴다. 그러다가 갑자기 데뷔하게 됐다. 미운 오리라는 이름으로 데뷔하기 이상해서 이름을 만들었다"라고 자우림으로 팀명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데뷔하게 된 계기는 수상한 프로듀서의 제안 덕분이었다고. 김윤아는 "너무 수상했다. 옆에 가기 싫을 정도로 수상한 프로듀서였다"고 떠올렸다. 그는 "원래 저희가 일했던 클럽이 선배님들이 휼륭한 뮤지션 많았다. 저희는 목요일 저녁에 연주하는 어린 밴드였다. 목요일은 손님 별로 없으니 한분계실때도 연주해봤다. 그때 소중한걸 배웠는데 한분의 관객이 계셔도 십만명의 관객이 계신것과 같다는걸 배워서 지금까지도 가슴속에 품고 있다. 어쨌든 토요일에 연주하는 아주 인기있고 음악성 좋은 팀이 있었는데, 그 팀이 TV촬영 나가서 토요일 무대에 대신 서게 됐다. 너무 신났다. 토요일이면 클럽이 꽉차니까. 우리도 토요일 연주해본다 하고 신나서 기타 메고 클럽 갔다. 신나게 연주하고 대기실로 쓰는 테이블에 앉아서 맥주 먹고 있는데 저쪽에 아저씨로 가득찬 테이블에서 잠깐 와보라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는 "근데 음악 클럽에서 누군지 모르는 아저씨가 오라 하면 가면 안 되지 않냐. 그래서 싫다고, 우리 안 간다고 했다. 사장 언니가 가서 얘기 들으시더니 신원이 확실한 분들이니 가보라고 했다. 셋이서 가면 무슨 일 있겠어? 하고 셋이서 갔더니 명함 주시는데 MBC 영화제작 팀이었다. 그래서 그 분들이 당시 제작하는 영화가 있는데 타이틀곡을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이거 자체가 영화같은 일이지 않냐. 저희가요? 자작곡을 엔딩크레딧에 넣는다고요? 했더니 3일내에 써오면 마음에 드는거 있으면 쓰겠다 해서 4곡을 만들었다. 영화가 로맨틱 코미디 느낌이니 그런 분위기에 맞는 곡 써라. 그중 하나가 데뷔곡 'Hey, Hey, Hey'였다. 그게 메가히트 를 했다. 저희 히트곡이 많다. 이 곡만이 유일하게 1위 후보를 했다. 가장 높은 순위까지 올라갔다. 그것도 KBS에서만 1위 후보를 했다. 감사하다"며 막간을 이용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데뷔한 자우림은 28년동안 내부 분열이 하나도 없는 밴드로 잘 알려져 있다. 박철규 아나운서는 "이러기 쉽지 않다. 단단하게 팀워크가 이뤄지고 있다는거. 어느분의 힘이 가장 작용한걸까요"라고 궁금해 했고, 김윤아는 "세명의 역할이 다 힘으로 작용한것 같다. 저희는 이미 데뷔하기 전에 친구로 우애를 다져왔기때문에 지금도 제일 친한 친구다. 인격적으로 서로 존중하고 너무 서로 개입하지 않는 적당한 살짝 거리감 두는것도 중요한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엄지인 아나운서는 "한번도 안싸웠냐"라고 놀랐고, 김윤아는 "진짜 한번도 싸운적은 없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자 김진만이 할말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이에 질문하자 김진만은 "어떤일이 있냐면 싸운다기 보다 저희 멤버 세명중 엄마 역할 맡은 김윤아가 나머지 두 멤버들한테 어떠한 훈계와 지시를 한다. 그걸 욱하지 않고 잘 받아들이는. 왜냐면 100이면 100 다 맞는 얘기를 하니까"라며 "최근에 한건 밥먹고 양치해라 였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자 엄지인 아나운서는 김윤아에게 "두분에게 아예 대놓고 공개적으로 부탁한거 있으면 지시하셔도 된다"고 말했고, 김윤아는 "여태까지 제가 저작권 협회에 등록한 저작물 수가 굉장히 많다. 상대적으로 두분의 저작물 수가 저보다 많이 적다. 그건 일을 덜했다. 그동안 게으르게 일을 해왔다는 뜻이다. 이번 앨범도 저는 좀 기대했다. 제가 솔로앨범 내고 2년간 페스티벌, 단독공연 활동할 동안 두 분은 시간 많았는데 이번 앨범 10곡 중에 제가 7곡 만들었다"라고 저격하더니 "재밌죠?"라고 분위기를 환기시켜 웃음을 더했다.
이에 두 멤버는 어쩔줄 몰라 했고, 박철규 아나운서는 "이선규씨가 자세를 고쳐앉았다"며 "앞으로 열심히 활동해주실거죠?"라고 물었다. 엄지인 아나운서도 "각오 한말씀 들으면서 마무리 해야할것 같다"라고 제안했고, 김진만은 "창작도 그렇고 활동도 그렇고 근육 많이 키워서 근육남이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선규도 "일도 계속 해버릇해야 계속 일하는것 같다. 근데 노는걸 오래 했더니.. 조금씩 차근차근 시작하겠다"라고 훈훈하게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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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