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돌이'로 불리던 소년이 어느새 대표팀의 중심으로 성장했다.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24)이 손흥민(33, LAFC)의 뒤를 이를 차세대 주장감이라는 평가를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이강인은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 A매치 평가전에서 후반 18분 날카롭고 정확한 왼발 크로스를 올려 이태석(23, 아우스트리아 빈)의 헤더 결승골을 도왔다.
전반 내내 슈팅 1개에 그치며 답답했던 홍명보호는 이 득점으로 1-0 승리를 챙기며 2025년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이강인의 정확한 배달은 이태석의 A매치 데뷔골을 만들어냈다.



이강인은 경기 후 결승골로 이어진 도움보다 '팀 전체'를 먼저 언급했다. 그는 "이길 수 있어서 기쁘다.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동료들이 한 팀이 되어서 잘 준비했다. 열심히 뛰었다"고 총평했다.
하지만 이후 이강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슛돌이 시절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장난치던 모습, 대표팀 '막내형'이라 불리며 사랑을 받던 모습이 아니었다.
이강인은 "골 넣은 선수들뿐 아니라 다들 열심히 뛰었다. 특히 경기 못 뛴 선수들도 있다"며 "저도 그런 시간이 많았다. 그 상황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 그래도 팀을 도우려는 마음이 정말 고맙다"고 성숙한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많은 조명을 받은 이강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뛰지 못한 동료들과 스태프들에게' 공을 돌렸다. 선수단 분위기를 읽고 챙기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것은 분명 리더가 돼가고 있는 모습이다.


이강인은 전반과 후반의 차이에 대해 "전반엔 상대도 힘이 있었다. 수비가 거칠었고 공격에서도 힘이 있었다. 우리도 발전할 부분이 많다. 월드컵 전에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공격을 더 준비해야 한다"고 냉철한 분석을 하기도 했다.
실제 이강인은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 좀처럼 등용되지 못했다. 계속 증명한 끝에 대표팀에 승선할 수 있었다. 또 자신이 선호하는 포지션보다 그렇지 않은 곳에서 더 많이 묵묵하게 뛰었다. 이제 공격 위치 어느 곳에서나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이강인은 PSG에서도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이번 시즌 루이스 엔리케 감독 체제에서 출전 시간이 줄면서 벤치에 앉아 있는 일이 많았다. 이적설이 나오는 등 흔들릴 수 있었지만 온전히 버티며 기회를 노렸고 최근 다시 출전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 'PSG포스트'는 "부상 악재 속에서 가장 신뢰받는 존재는 이강인"이라며 "수비형,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하며 PSG 전술의 중요한 축이 됐다"고 강조했다.
멘털적으로 한층 성장한 이강인에게 제기됐던 이적설도 점차 잦아드는 분위기다. 프랑스 '레퀴프'는 "PSG가 핵심 전력으로 간주하는 선수"라며 "이적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점점 손흥민의 리더십을 닮아가는 이강인.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손흥민 이후 한국 축구의 중심에는 자연스럽게 이강인이 서게 될 것이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