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지명타자 자리는 공동경비구역인가.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이 FA 자격을 얻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한 최형우의 지명타자 자리에 여러 명의 선수를 번갈아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나성범과 김선빈에 이어 WBC에서 활약한 김도영과 해럴드 카스트로에 이어 윤도현까지 폭넓게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주전 지명타자 없이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얼굴이 바뀐다는 것이다.
이 감독은 "지명타자 자리는 돌아가면서 해야 할 것이다. 나성범과 김선빈을 반반 기용하기는 어렵다. 성범(우익수)과 선빈(2루수)은 1주일에 3~4번 정도 수비한다. 다른 선수들도 들어간다. 김도영과 카스트로까지 지명타자로 출전할 수 있다. 벤치에서 쉬는 날이 있으면 체력소모 덜 된다. 서로 분배를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년 동안 지명타자 자리는 최형우의 텃밭이었다. 2017년 FA로 입단해 강력한 클러치 능력을 앞세워 해결사 4번타자로 군림하며 두 번의 우승을 이끌었다. 9년 동안 타율 3할6리 185홈런 826타점을 기록했다. 최형우가 이적하면서 빈자리를 누가 메울 것인지도 관심사였다. 특정 후계자 없이 베테랑 관리와 육성의 자리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이감독의 복안이다.


나성범과 김선빈이 풀타임 수비가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크다. 여전히 주전이지만 아무래도 나이도 있고 부상 경력이 있어 예전만큼 수비범위가 넓거나 민첩성이 부족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일정 수준에서 지명타자로 관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김도영도 작년 세 차례나 햄스트링 부상을 당해 가끔 관리가 필요하다. 정교한 타격과 장타력을 동시에 기대받는 카스트로도 체력소모를 막아야 한다.
육성측면은 윤도현이 자리하고 있다. 타격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일단 2루수와 1루수로 번갈아 내세울 방침이다. 김선빈이 지명타자로 나서면 2루수로 기용하고, 상대선발의 좌우 유형에 따라 오선우 대신 1루수로 내보낼 계획이다. 나성범과 김선빈이 수비로 나가면 지명타자까지 구상하고 있다. 우익수 박정우도 자연스럽게 선발출전 기회가 많아진다. 유망주 김석환도 지명타자 자리를 이용해 기회를 더 줄 수 있다.
실제로 이감독은 시범경기에서 지명타자 자리를 이용해 다양한 라인업을 테스트하고 있다. SSG와 첫 경기에서는 김선빈을 지명타자로 내세우고 윤도현을 2루수로 기용했다. 다음날은 나성범 지명타자, 박정우를 우익수로 포진시켰다. 윤도현은 벤치에 대기하다 대타로 출전해 2루타를 터트렸다.

분명한 사실은 2026 KIA 지명타자는 주전이 없다는 것이다. 여러명이 번갈아가며 출전하다보면 타석이 부족해 골든글러브 지명타자 후보를 배출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최형우의 빈자리는 분명히 치명적이고 손실이 크다. 동시에 빈자리를 이용해 어떻게 전력을 극대화시키는지도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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