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를 꿈꾸고 갔는데, 시선은 되레 챔피언십에 멈춰섰다. 양민혁(20, 코번트리 시티)의 다음 시즌 구상이 토트넘의 추락과 함께 꼬이기 시작했다.
토트넘의 현실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로베르토 데 제르비 감독 체제 첫 경기였던 선덜랜드전에서도 0-1로 패했다. 이 패배로 토트넘은 리그 14경기 연속 무승에 빠졌고, 32경기 30점으로 18위에 머물렀다.
강등권이다. 안전지대와 격차도 크지 않지만, 흐름이 더 무섭다. 로이터는 토트넘의 이번 무승 흐름이 1935년 이후 최악 수준이라고 짚었고, 데 제르비 역시 이번 시즌 팀의 세 번째 감독으로 임명됐다.

분위기 반전은커녕, 강등 공포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매체 ‘스쿼카’가 꺼낸 이름 중 하나가 바로 양민혁이었다. 매체는 토트넘이 강등될 경우 챔피언십 재건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젊은 자원들을 조명하면서 양민혁을 포함했다.
동시에 표현은 냉정했다. 포츠머스에서 서서히 감을 잡으며 3골을 넣던 선수를 겨울에 코번트리로 다시 보낸 결정이 결과적으로 “무모했고, 재앙에 가까운 선택”이 됐다고 평가했다.
스쿼카는 양민혁이 프랭크 램파드 감독 아래 세 차례 교체 출전에 그쳤고, 오히려 포츠머스에서 보여준 흐름이 토트넘의 챔피언십 생존 혹은 재건 과정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 숫자도 뼈아프다. 양민혁은 1월 코번트리 임대 후 챔피언십에서 단 3경기, 총 29분 출전에 그쳤다. 노리치전 18분, QPR전 10분, 옥스퍼드전 1분이 전부였다.
이후에는 명단 제외가 반복됐다. 스퍼스웹은 이를 두고 “3개월 동안 29분”이라며 사실상 실패한 임대라고 꼬집었다. ‘Poor kid’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붙였다.
팬 커뮤니티 ‘핫스퍼 레인’의 비판을 받아 옮긴 형식이긴 하지만, 현지에서 이번 임대를 얼마나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지는 충분히 읽힌다. 기대를 안고 챔피언십 상위권 팀으로 이동했지만, 정작 얻은 건 실전 경험이 아니라 공백이었다.

더 답답한 건 토트넘과 양민혁의 이해관계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꼬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토트넘이 잔류하면 양민혁은 다시 프리미어리그 도전 기회를 엿볼 수 있다.
반대로 강등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군 승격 가능성 자체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비싼 자원들이 빠져나가고, 젊은 선수들에게 자리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무대가 프리미어리그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스쿼카가 양민혁을 “강등 뒤 활용 가능한 선택지”로 본 것도 이 맥락이다. 토트넘 1군에 가까워지는 대신, 정작 서게 될 곳은 꿈꿨던 EPL이 아니라 2부리그일 수 있다.
결국 지금 양민혁에게 가장 필요한 건 희망 섞인 전망이 아니라, 뛰는 시간이다. 그런데 토트넘은 생존 전쟁 중이고, 코번트리 임대는 사실상 멈춰섰다. 한쪽은 추락을 막지 못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성장의 리듬을 잃었다.
그래서 더 씁쓸하다. 토트넘이 강등되면 양민혁의 1군 길은 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가장 바라지 않았던 방식의 기회다. 프리미어리그를 향해 가야 할 재능이, 팀의 몰락과 함께 챔피언십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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