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23, 삼성생명)에게 결코 가볍지 않은 초대형 변수다.
대한배드민턴협회는 25일 덴마크 호센스에서 열린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점수 체계인 '3x15 점수 체계' 도입 안건이 최종 승인됐다고 밝혔다.
핵심은 21점 3게임제에서 15점 3게임제로의 전환이다. 한 게임에서 먼저 15점을 얻는 쪽이 승리한다. 14-14가 되면 2점 차를 먼저 만드는 선수가 이기며, 최대 21점까지만 진행된다. 최종 3게임에서는 한 선수가 8점에 도달하면 코트를 바꾼다. 각 게임에서도 선두 선수가 8점에 먼저 도달하면 60초 이내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시행 시점은 2027년 1월 4일이다. 2006년 21점 랠리포인트제 도입 이후 20년 만에 점수 체계가 크게 바뀌는 셈이다.
BWF가 내세운 명분은 분명하다. 경기 시간을 줄이고, 중계 편성을 수월하게 만들고, 한 포인트의 중요성을 키워 박진감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장기전으로 인한 선수들의 체력 부담과 부상 위험을 줄이겠다는 설명도 붙었다.
문제는 이 변화가 모두에게 똑같이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15점제는 초반 흐름의 비중을 크게 키운다. 한 게임에 걸린 점수가 줄어드는 만큼, 초반 3~4점 차가 기존보다 훨씬 무겁게 다가온다. 경기 후반 체력과 집중력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선수에게는 반격할 시간이 줄어드는 구조다.
이 지점에서 안세영의 이름이 거론된다. 여자단식 세계 최정상에 선 안세영은 끈질긴 랠리, 압도적인 수비력, 후반 집중력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는 선수다. 긴 경기 속에서 상대의 체력을 갉아먹고, 흐름을 뒤집는 능력이 강점이다. 15점제에서는 이 장점이 온전히 발휘될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남자복식 서승재-김원호 조 역시 마찬가지다. 강한 체력과 후반 뒷심, 긴 랠리 운영이 한국 대표팀의 중요한 무기였다. 점수 체계가 짧아지면 ‘버티고 흔들어 무너뜨리는 배드민턴’보다 초반 기선 제압, 빠른 승부, 실수 관리가 더 중요해진다.
일부 팬들 사이에서 '안세영 견제용 룰'이라는 말까지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BWF 토마스 룬드 사무총장은 특정 선수를 겨냥한 개편이라는 주장을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안세영 같은 톱스타들이 과도한 체력 소모 없이 더 오래 뛰게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김동문 회장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15점제가 한국 선수들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안세영과 서승재-김원호 조가 정상에 선 이유는 특정 방식이 아니라 압도적인 기량이라고 강조했다. 제도가 바뀌어도 결국 실력 차이는 드러난다는 판단이다.

안세영 역시 지난해 12월 월드투어 파이널스 이후 규칙 변화에 대해 "초반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적응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점수가 줄어들면 체력 부담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봤다.
그럼에도 현실적인 부담은 분명하다. 15점제는 안세영에게 새로운 시험대다. 압도적인 체력과 후반 운영으로 상대를 무너뜨리던 기존 공식이 일부 흔들릴 수 있다. 초반부터 더 빠르게 리드를 잡아야 하고, 실수 하나의 대가도 커진다.
안세영을 막기 위한 변화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안세영이 넘어야 할 벽이 하나 더 생긴 것은 분명하다. 규칙은 바뀌고, 경기는 짧아진다. 이제 안세영은 21점제의 여왕에서 15점제의 지배자로 다시 증명해야 한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