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이희준 “이춘재 사건 모티브, 흥행 기대 안해..해 안되려 애썼다”[인터뷰②]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6.05.27 07: 12

 (인터뷰①에 이어) 배우 이희준이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전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는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 주연 배우 이희준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허수아비’는 1988년 강성을 배경으로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놈과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면서 펼쳐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 이는 지난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에 이희준은 ‘허수아비’가 6회만에 시청률 7%를 넘으며 ENA 역대 2위를 기록한것과 관련해 “저는 사실 이 드라마가 그렇게 대중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워낙 소재가 무겁고 일반 드라마처럼 사이가 안 좋았던 두 형사, 검사가 힘을 합쳐서 멋지게 범인을 잡아내는 이야기도 아니다. 끝까지 현실적이기도 하면서 밝은 상황으로 끝나가는 이야기가 아니어서 대중적으로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는 기대는 별로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연기하는 배우로서는 너무 재밌는 소재고 제 캐릭터가 특히나 성장 환경이나 무의식적인 트라우마가 너무 많고 복합적인 인물이어서 연기하기 재밌었고 상대 배우가 절친인 박해수 배우라서 함께하는 작업 시간이 재밌고 행복했다. 치열하고 뜨거운 여름 해남에서 촬영하면서 감독님하고 스태프들과 서로 재밌게 배려하며 찍은 기억밖에 안 나는데 이렇게 대중적으로 인기 있을 줄 예상 못했다. 사랑받고 관심 받고 있는 게 의외긴 하지만 그래서 더 기쁘고 감사한 마음도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허수아비’의 흥행 이유에 대해 “작품을 잘 만들려고 배려하려고 즐겁게 만들면 대부분 잘 되는 것 같더라. 근데 ‘이거 꼭 잘될 거야’ 라는 마음으로 하게 되면 에너지가 분산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정말 우리가 잘되냐 안 되냐를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워낙 우리 앞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런 게 있고, 촬영하고 있을 때도 ‘클라이맥스’가 잘되고 있었다. 그래서 더 기대를 안 했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특히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는 점에서 작품이 가진 무게는 더욱 무겁다. 이희준은 “항상 작품은 진지하게 임하지만 이번에는 무거운 소재라서 더 진지했던 것 같다. (박)해수 배우가 ‘우리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제가 ‘여기서는 어떤 척하는 연기를 하면 안 되겠다’ 그런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그 말 때문에 그렇게 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모두가 그렇게 된 것 같다. 스태프, 배우, 감독님 모두 더 진지하게 임한 것 같고, 허투루 준비하지 않았다. 특히 미술 면에서도 그렇고 작품에 해가 되거나 모자라지 않게 준비하려고 다들 애썼다”고 밝혔다.
작중 무원지방검찰청 강성지청 검사 차시영 역을 맡았던 그는 캐릭터 표현을 위한 노력도 전했다. 차시영은 뒤틀린 경쟁심 탓에 목적을 위해서라면 악행도 일삼는 무자비한 인물. 이희준은 “이번 역할을 하면서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이렇게 레이어가 많은 캐릭터를 만나기 어렵다. 단순히 악당처럼 보이지만 성장 환경이나 무의식적인 트라우마, 아버지에 대한 인정욕구, 애정 결핍 이런 게 너무나 많이 작용하고 있는 캐릭터라 연기하는 게 정말 재밌었다”고 말했다.
그는 “설명이 안 되는 악역들이 있지 않나. 물론 기능상 설명이 필요 없이 나쁜 놈이라는 데서 시작할 수도 있지만, 차시영은 ‘이러이러해서 저럴 수도 있겠다’ 하는 캐릭터라 작가님과 감독님이 꽉 차게 설정을 잘 해주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캐릭터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쉽지 않을 것 같다. 박해수(강태주 역) 캐릭터와 상대적으로 있는 악역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공들여서 많은 장치를 해주기 쉽지 않다. 그래서 더 악당이지만 사람처럼 보이게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차시영은 실적을 위해 살인사건 피해자인 윤혜진(이아린 분)의 시신을 은폐하는 범죄를 저지르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의 죄를 뉘우치거나 반성하지도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희준은 결말에 대해 “씁쓸하다. 그 누구도 자신의 입지와 생존을 위협하는 진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로지 박해수 캐릭터 말고는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공소시효가 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있는 삶의 모든 걸 버릴 수 없으니까. 그게 감독님이 처음 이 작품을 기획하신 방향과 같다. 그걸 우직하게 밀고 가신 것 같아서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중간에 찍으면서 그런 선택의 시간이 있었다. 투자사나 이런 쪽에서 ‘그래도 이렇게 가는 게 낫지 않나. 이렇게 가는 게 좀 더 대중들한테 편하지 않나’라는 이야기를 했었고, 감독님도 저희한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보셨었다. 근데 30년 동안 고통받고 함께 그 시간을 보낸 사람들을 보여주고 싶다는 기획 의도에 맞게 하신 것 같더라. 감동했다”고 감탄을 표했다.
이어 “저는 이 드라마가 그런 드라마로 남으면 좋을 것 같다. 이미 범인이 30년 뒤에 잡힌 이야기를 가지고 만들었을 때 그 범인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사건으로 인해서 30년간 고통받았던 마을 사람들, 그 사람들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사실은 형사와 검사들도 피해자다. 그들도 최선을 다했고 모두가 한 범인으로 인해 30년 동안 온 인생을 다 바친다. 누구는 그 중간에 잘못된 인정욕구로 잘못된 선택도 한다. 이 시간을 함께 고통받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인다면 멋진 드라마, 의미 있는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싶다. 감독님의 의도도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인터뷰③으로 이어집니다.)
/delight_me@osen.co.kr
[사진] BH엔터테인먼트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