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보다 몸값 5배인데" 피터의 일침, 너무나 쉽게 '다음'을 이야기하는 선수들...책임 피할 수 없다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6.07.07 06: 17

감독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대표팀 감독은 결과를 책임지는 자리다. 홍명보 전 감독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다만 모든 책임을 감독 한 사람에게만 돌리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체코를 2-1로 꺾으며 출발했다. 이후 멕시코에 0-1로 패했고, 조별리그 최종전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도 0-1로 졌다. 1승 2패. 한국은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첫 월드컵에서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비판은 홍명보 전 감독에게 집중됐다. 전술, 선수 기용, 경기 운영, 준비 과정 모두 감독의 책임 영역이다. 대표팀이 탈락하면 감독이 가장 먼저 책임을 지는 것도 축구의 기본 구조다.

25일(한국시간)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과달루페의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열렸다.현재 대한민국은 1승 1패(승점 3)로 조 2위에 올라 있다. 무승부만 거둬도 자력으로 32강 진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표팀은 경우의 수보다 승리를 목표로 마지막 경기에 나선다.태극전사들이 경기 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2026.06.25 /sunday@osen.co.kr

유튜브 채널 '스탐'은 최근 '한국 축구 왜 이렇게 됐나'를 주제로 한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출연한 영국 국적 방송인 피터는 조별리그 최종전 남아프리카공화국전 패배를 언급하며 "한국은 남아공보다 선수단 몸값이 약 5배 높은 팀이다. 그런데 그렇게 경기해서는 안 됐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아공의 다른 경기들을 보면 절대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팀은 아니었다. 그런 상대에게 한국이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했다.
피터는 홍명보 전 감독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선수들 역시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가장 큰 책임은 홍명보 감독에게 있다. 대한축구협회도 마찬가지"라면서도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는 절대 없다"라고 강조했다.
선수들은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월드컵은 감독만 뛰는 무대가 아니다. 최종적으로 공을 차고, 기회를 만들고, 기회를 마무리하고, 위기에서 몸을 던지는 것은 선수들이다.
한국이 남아공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비기기만 해도 32강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었고, 승리했다면 다른 조 결과를 바라볼 필요도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한국은 충분히 날카롭지 못했고, 충분히 절박해 보이지도 않았다.
다른 팀들은 달랐다. 이미 조 1위를 확정한 아르헨티나는 요르단전에서 대대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하고도 3-1로 이겼다. 탈락이 확정된 요르단도 후반 들어 적극적으로 반격했고, 끝까지 몸을 던졌다. 이미 올라간 팀도 뛰었고, 이미 떨어진 팀도 뛰었다.
[사진] 밥 먹듯이 골을 넣는 케인도, 월드컵 득점 후엔 얼굴 터져라 포효한다 /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잉글랜드도 마찬가지였다. 해리 케인, 주드 벨링엄 등 천문학적인 몸값을 자랑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클럽에서 뛰는 선수들도 멕시코 아스테카 원정에서 이를 악물고 뛰었다. 고지대, 홈 관중의 압박, 경기 지연, 퇴장 악재 속에서도 버텼다. 10명으로 싸우면서도 3-2 승리를 지켜냈다. 이름값이 책임을 대신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한국 축구도 과거엔 선수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박주영, 이동국 등 대표팀에서 뛰었던 선수들은 월드컵과 큰 대회에서 나온 부진한 장면으로 지금까지도 언급된다. 당시의 비판 방식이 모두 바람직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과도한 조롱과 인신공격은 분명 잘못이다. 그래도 적어도 그때는 감독뿐 아니라 경기장 위에서 결과를 만들지 못한 선수들도 함께 평가 대상에 올랐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아야 한다. 특정 선수 한 명을 겨냥하자는 뜻이 아니다. 대표팀 전체가 돌아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결과를 만들지 못한 선수, 경기 흐름을 바꾸지 못한 선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통계도 이 지점을 보여준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A조 4팀 중 기대 득점(xG) 값이 가장 높았음에도 실제 득점은 2골에 그쳤다. 기대 득점은 말 그대로 득점 가능성이 있는 장면을 얼마나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감독의 역할이 팀이 좋은 위치에서 슈팅하도록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면, 마지막 마무리는 선수의 몫이다.
물론 xG가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다. 경기 내용, 상대 압박, 슈팅의 질, 선수 컨디션, 흐름 등 여러 요소가 있다. 그래도 높은 xG를 기록하고도 2골에 그쳤다는 것은 대표팀이 기회를 결과로 바꾸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대목까지 감독 책임 하나로만 정리할 수는 없다.
홍명보 전 감독의 책임은 크다. 대한축구협회도 책임져야 한다. 선임 과정부터 대회 준비, 탈락 이후까지 축구 행정 전반을 돌아봐야 한다. 동시에 선수단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남아공전에서 왜 그 정도의 경기력을 보였는지, 왜 운명이 걸린 경기에서 충분한 답을 내놓지 못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태극마크는 가볍지 않다. 월드컵은 감독과 협회만의 무대가 아니다. 국민의 시간과 감정, 기대가 걸린 대회다. 그 무대에서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 감독도, 협회도, 선수도 평가를 피할 수 없다. 홍명보 감독의 리더십은 실패했다. 그렇다면 선수들의 리더십은 성공했나?
모든 책임을 감독에게만 몰아넣는 순간, 또 덮어놓고 선수들을 격려하기만 하는 순간, 한국 축구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치게 된다. 왜 기회를 만들고도 넣지 못했나. 왜 가장 절박해야 할 경기에서 절박함을 보여주지 못했나. 왜 이름값과 소속팀 경력이 대표팀 경기력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그래놓고 소셜 미디어에 몇 자 적으면서 쉽게 '다음'을 이야기하나.
홍명보 전 감독만의 실패가 아니다. 한국 축구 전체의 실패다. 그래서 책임도 함께 물어야 한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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