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경기 하기 싫었다"…폭염중대경보에도 경기 강행? 선수들 곡소리 외면해도 될까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6.08.01 07: 40

“솔직히 경기 하기 싫었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은 ‘대구 토박이’다. 대구는 한국에서 여름이 가장 뜨겁기로 유명한 지역. 하지만 지난달 3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가 끝나고 혀를 내둘렀다.
부산,울산,경남 지역은 최근 폭염중대경보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 강수량은 68mm로 평년 강수량(297.6mm)의 22.4%에 그쳤다.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곳곳에서는 가뭄 피해도 속출하는 상황. 

3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6 신한 SOL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린다. 홈팀 롯데는 김진욱이, 방문팀 삼성은 원태인이 선발 출전한다.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부산 사직야구장에 열기를 식히기 위해 스프링 쿨러가 가동돼 그라운드를 식히고 있다. 2026.07.31 / foto0307@osen.co.kr

지난달 29일 부산 지역은 섭씨 38.3도까지 기온이 치솟기도 했다. 이는 1904년 부산에서 근대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122년 만의 최고 온도였다. 
지난달 31일 기상청은 “경남권에는 최고체감온도가 38도(또는 최고기온 39도) 이상으로 올라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극단적인 더위가 예상된다"며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체감온도가 35도 안팎으로 올라 무더울 것이다”고 예보하기도 했다.
남부지방을 연고지로 쓰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 그리고 NC 다이노스는 홈 경기 때가 연일 비상이다. 지난달 31일 오후 4시 기준, 사직구장의 기온은 섭씨 34.8도에 달했다. 경기 전 구장 파울지역에 깔린 인조잔디의 기온은 열화상 카메라 기준 71도였다. 오후 3시 이후 햇빛이 내리쬐는 3루쪽 내외야 관중석의 기온도 70도에 육박했다. 
3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6 신한 SOL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 홈팀 롯데는 김진욱이, 방문팀 삼성은 원태인이 선발 출전했다.롯데 자이언츠 손성빈이 2회초 수비 도중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다. 2026.07.31 / foto0307@osen.co.kr
온열질환 대책을 강구해도 열이 식지 않는다. 이미 한낮의 뜨거운 날씨에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다. 저녁에도 최저기온 25도 이상이 유지되면서 나타나는 열대야 현상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더위에는 어느 정도 익숙한 ‘대구 토박이’ 구자욱도 이날 부산의 열기에 “솔직히 경기 하기 싫었다. 이런 더위는 살면서 처음이었다. 바람도 안 불고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빨리 해가 졌으면 좋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이날 롯데 선수들은 온열질환이 의심되는 선수들이 경기 중에 나타났다. 포수 손성빈은 경기 전부터 두통을 호소했고 구토를 하면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결국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서 1회만에 교체되며 그라운드에서 빠졌다. 황성빈도 주루플레이 과정에서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홈런 포함 3안타 활약을 펼친 삼성 전병우도 “연습할 때부터 날씨가 무더워서 걱정이 많았다. 상대 팀도 우리 팀도 어지러움증을 호소했는데, 끝날 때쯤 힘들긴 했다. 빨리 시원해졌으면 좋겠다”면서 날씨에 대한 걱정을 토로했다.
3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6 신한 SOL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렸다. 홈팀 롯데는 김진욱이, 방문팀 삼성은 원태인이 선발 출전했다.롯데 자이언츠 황성빈이 1회초 2루수 앞 내야 안타를 치고 1루에 진루, 더위를 참지 못하고 어지럼증을 호소하고 있다. 2026.07.31 / foto0307@osen.co.kr
KBO리그 리그규정 27조에서는 ‘경기개시 예정 시간을 기준으로 강풍, 폭염, 안개, 미세먼지, 황사 등의 기상 특보(경보 이상)가 발령되어 있을 경우 다음과 같이 경 기취소 여부를 결정한다. 단, 경기개시 전에 미세먼지(초미세먼지 포함) 경보가 발령되었거나 경보 발령 기준 농도를 초과한 경우 취소 여부를 결정하고 경기개시 후에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되었 을 경우 경기취소 여부를 결정한다(경기 중 경보 발령시 해당 이 닝 종료 후 취소 결정)’라고 명시되어 있다.
KBO리그 폭염취소 사례는 퓨처스리그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다. 조명이 없는 퓨처스리그 일부 구장의 특성상 낮에 경기를 치러야 하는데, 폭염 때문에 경기를 치를 수 없는 환경이 나올 수 있기 때문. 그러나 저녁에 열리는 1군 경기의 폭염 취소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8월 1일과 3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와 LG의 경기가 사상 처음으로 폭염취소가 된 바 있다. 
3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6 신한 SOL KBO 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열린다. 홈팀 롯데는 김진욱이, 방문팀 삼성은 원태인이 선발 출전한다.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부산 사직야구장에 열기를 식히기 위해 스프링 쿨러가 가동돼 그라운드를 식히고 있다. 2026.07.31 / foto0307@osen.co.kr
이미 부산 지역은 폭염 경보를 뛰어넘는 폭염중대경보가 연일 발효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KBO는 선수와 팬들의 안전을 외면한 채 경기를 강행했다. 1300만 관중을 향해가는 KBO리그의 열기다. 31일 부산 사직구장은 매진을 이루기도 했다. 리그 대표 흥행매치를 취소시키기에는 KBO도 싫었을 터. 하지만 선수들을 폭염 속 사지로 몰아넣고 있다. 선수들과 팬들의 안전을 담보로 야구를 계속해도 되는 걸까.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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