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의 만루포가 터지자 역대급 신기록과 대역전극으로 이어졌다. 롯데 자이언츠 4번 타자 한동희의 존재감이 연일 사직을 뒤덮고 있다.
한동희는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정규시즌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 4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2안타(1홈런) 5타점으로 팀의 15-10 대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롯데는 0-8로 일찌감치 끌려가던 경기를 펼치다가 7회 13득점을 올리는 메가 빅이닝을 펼치면서 역전했다. 구단 역대 한 이닝 최다 득점 신기록이자, 프로야구 역대 한 이닝 최다 득점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었다.

이날 한동희는 0-7로 뒤진 3회말, 2사 만루 기회에서 루킹 삼진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키움 선발 전준표의 바깥쪽 보더라인에 꽂히는 154km 포심 패스트볼을 바라보고 굳었다.

하지만 두 번째 찾아온 만루 기회를 놓치지는 않았다. 3-8로 맹렬한 추격의 기세를 올리던 7회말 무사 만루를 맞이한 한동희는 1스트라이크에서 배동현의 2구째 146km 하이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스트라이크존 한참 위의 공을 힘으로 걷어 올렸고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는 130m였고 타구속도 시속 169.1km를 기록했다. 시즌 15호 홈런이었고 개인 통산 5번째 만루 홈런. 가장 최근 만루 홈런은 지난 지난 2022년 6월 15일 한밭 한화전이었다. 한동희의 만루포로 7-8까지 추격했고, 이후 손성빈의 2타점 2루타를 더해서 9-8로 역전했다. 이후 나승엽의 적시타, 레이예스의 2타점 2루타가 더해졌고 다시 돌아온 타석, 2사 2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뽑아냈다. 한 이닝 최다 득점 역대 2위, 구단 신기록을 만드는 13번째 타점을 한동희가 기록했다.
한동희의 만루포는 자신의 키 정도 오는 높이의 공을 찍어냈다. 한동희는 “그냥 낮은 공을 치면 병살타 칠 것 같아서 그냥 좀 높게 보고 과감하게 쳤다”라고 웃으면서 “초구 들어온 슬라이더가 빨라서 직구 타이밍에 놓고 쳐도 충분히 칠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적극적으로 쳤던 게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8점차를 뒤집은 것은 “저도 처음있는 일이다. 아마 집중력이 좋았던 것 같다”라면서 “그 전에 내야 나가면서 (고)승민이랑 (전)민재랑 내야에 나가면서 뭔가 기회를 한 번만 잡으면 뒤집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서로 얘기를 했다. 하나 씩만 해보자는 식으로 얘기를 했는데 그게 딱 맞아떨어져서 힘을 합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단합의 힘을 전했다.

3회 만루 타석의 삼진이 잔상에 남을 법 했다. 하지만 그는 “그 타석에서는 투수가 잘 던졌다고 생각을 했다. 또 찬스가 왔을 때 치면 된다고 생각을 해서 지나간 것은 잊고 다음 타석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한동희는 이제 과거의 잔상에서 허우적 거리던 여린 선수가 아니다. 4번 타자로 상대에게 위협을 주는 선수로 거듭나고 있다. 그는 “벤치에서도 주문하는 게 ‘매 타석 잘 칠 수는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솔직히 매 타석 잘 치고 싶은 건 사람 욕심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제 페이스대로 계속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그렇게 믿고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마음가짐이 한동희를 커리어 하이로 인도하고 있다. 부상으로 40경기 넘게 빠졌다. 잔여경기를 전부 뛴다고 하더라도 100경기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홈런 수치 및 비율 수치는 커리어 하이 수준을 향해 간다. 현재 71경기 타율 3할1리(266타수 80안타) 15홈런 49타점 OPS .887의 성적. 데뷔 첫 20홈런도 가능한 페이스이고 장타율, OPS, wRC+(조정득점생산력)도 데뷔 후 최고 수치를 찍을 기세다.

내복사근 부상에서 돌아온 6월 16일 이후로 따지면 타율 3할3푼1리(157타수 46안타) 12홈런 40타점 OPS 1.027이다. 한동희는 “예전보다 과감해졌다. 다쳤던 부위를 트레이너 코치님들이 신경 많이 써주시고 웨이트도 많이 하기 때문에 경기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4번 타자지만 팀을 이끌어가야 하는 중참의 위치에 서게 된 한동희다. 윤동희도 한동희와의 경기 후 보충 훈련의 효과를 얘기한 바 있다. 한동희는 보충 훈련을 이끌어가는 리더이기도 하다. 그는 “경기 끝나고 연습을 같이 하면서 선수들과 얘기를 많이 하려고 한다. 잘 안되는 선수들도 있고 저도 예전에 그랬기 때문에 대화를 하다 보면 연습이 더 재밌지 않을까 생각해서 말도 많이 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동희가 그동안의 장타 공백을 채워내면서 타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마지막 가을의 기적을 향해 가야 하는 시점이다. “일단 최대한 많이 이기고 좋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연승을 타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고 다짐하는 한동희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