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를 넘어 더 높은 곳을 바라보던 두산 베어스가 큰 고비를 맞이했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13차전을 앞두고 에이스 웨스 벤자민을 1군 엔트리에서 돌연 제외했다.
말소 사유는 부상. 지난 1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3실점(1자책)을 남긴 벤자민은 이날 어깨가 불편해 병원으로 향해 검진을 받았다. 불운하게도 좌측 견갑하근 미세 손상 소견이 나와 감독 브리핑을 마치고 긴급 말소가 결정했다. 두산 관계자는 “벤자민이 일주일간 투구 휴식 후 재검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벤자민은 시즌 19경기 5승 7패 평균자책점 2.53을 기록 중인 두산의 1선발이다. 크리스 플렉센을 대신해 임시 외국인투수로 베어스에 합류, 정식 계약까지 따낸 뒤 줄곧 로테이션을 든든히 지켜봤으나 불의의 부상으로 강제 휴식을 취하게 됐다. 일주일 뒤 재검진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최소 두 차례 로테이션 결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필이면 에이스가 부상으로 이탈한 날 최악의 경기력이 나왔다. 7위에서 4연승을 달리며 5위 추격의 희망을 키우고 있는 롯데에 4-11 대패를 당한 것. 선발 최승용이 5이닝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2실점 95구 투구로 제 몫을 했지만, 빈타와 더불어 불펜진이 롯데 화력에 와르르 무너졌다. 잦은 수비 실책도 뼈아팠다.
1-4로 뒤진 7회말 안재석의 1타점 2루타, 대타 김민석의 1타점 내야땅볼로 3-4 턱밑 추격을 가할 때만 해도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불펜 평균자책점 5점대의 롯데 뒷문을 상대로 해볼만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8회초와 9회초 참사가 발생했다. 7회초 등판해 위기를 수습한 윤태호가 8회초 2사 2루에서 나승엽에게 내야땅볼을 유도했지만, 믿었던 유격수 박찬호가 포구 실책을 범하며 뼈아픈 실점을 헌납했다. 이후 빅터 레이예스에게 우전안타, 한동희 상대 스트레이트 볼넷을 연달아 허용하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이어 올라온 이병헌이 고승민에게 만루홈런을 맞았다. 롯데에 승기를 내준 순간이었다.

이병헌은 9회초 선두타자 손성빈의 볼넷, 김동혁의 좌전안타로 2사 1, 2루 위기를 자초한 채 이날 벤자민을 대신해 첫 1군 등록된 신인 서준오에게 바통을 넘겼다. 서준오는 올라오자마자 장두성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아쉬운 데뷔전을 치렀다.
두산은 이날 패배로 2연패에 빠지며 6위 NC 다이노스에 6.5경기, 7위 롯데에 7경기로 쫓기는 5위가 됐다. 아직 격차가 제법 넉넉하지만, 에이스의 부상 이탈, 아시안게임 기간 곽빈, 최민석, 박준순의 대표팀 차출을 생각하면 그렇게 격차가 커보이지 않는다.
두산 마무리이자 투수조장 이영하는 후반기 시작과 함께 “두산은 분위기만 타면 2위도 할 수 있다”라며 선수단을 결집시켰다. 그런 두산에게 111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최대 위기가 찾아왔다. ‘5위는 그래도 확보했다’가 ‘5위도 불안하다’로 바뀌지 않기 위해선 하루빨리 혼란 수습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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