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표정 변화가 없는 ‘슈퍼 루키’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모습은 낯설었다. 자신의 일이 아닌데도 누구보다 기뻐했다. 절친한 친구가 자신과 같은 유니폼을 입게 됐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신인 투수 장찬희는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선수로 유명하다. 마운드에서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자신의 공을 던지는 모습은 삼성의 ‘끝판대장’ 오승환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그런 장찬희가 지난 21일 활짝 웃었다. 장소는 야구장이 아닌 부산의 한 PC방이었다. 장찬희는 이날 경남고 좌완 차유주와 나란히 앉아 2027 KBO 신인 드래프트 중계를 지켜봤다. 차유주는 1년 유급해 학년으로는 장찬희보다 하나 아래지만 둘은 포지션도 같은 투수이고 사는 곳도 가까워 평소 둘도 없이 친하게 지내는 사이다.

드래프트가 진행되던 가운데 삼성의 5라운드 지명 선수가 발표됐다. 이름은 차유주. 그 순간 장찬희는 자리에서 차유주를 와락 끌어안았다. 평소 야구장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함박웃음도 터졌다. 자신의 지명 순간도 아닌데 마치 자신이 다시 한번 삼성의 선택을 받은 것처럼 기뻐했다.

두 사람의 포옹 장면은 차유주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장찬희의 평소 모습을 잘 아는 삼성 선배들조차 “저렇게 좋아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며 놀랐을 정도였다.
이튿날 만난 장찬희에게 당시 상황을 물었다. 그는 “유주와 포지션도 같고 같은 동네에 살아서 많이 친하게 지냈다. 그날 제가 쉬는 날이라 부산에 있었는데 유주가 지명받을 것 같아서 ‘PC방에서 같이 볼래?’라고 물었다. 유주도 좋다고 해서 함께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둘만의 작은 내기도 있었다. 장찬희는 “결과가 안 좋으면 제가 밥을 사고, 잘되면 유주가 사기로 했다”고 웃었다. 이제 밥을 살 사람은 차유주가 됐다.
더 재미있는 건 장찬희의 예감이었다.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차유주에게 “왠지 우리 팀에 올 것 같다”고 이야기했는데 실제로 삼성이 차유주를 선택했다. 장찬희는 “유주에게 ‘왠지 우리 팀에 올 것 같다’고 했는데 진짜 우리 팀에 오게 됐다. 같이 야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차유주는 경남고의 좌완 에이스다. 고교 통산 11경기에서 35이닝을 소화하며 3승 1패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했다. 2024년에는 1경기 등판에 그쳤지만 올 시즌 10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65로 활약했다. 34이닝 동안 홈런을 단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고 2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차유주를 지켜본 장찬희의 평가도 후하다. 장찬희는 “좌완 투수로서 구위와 제구력이 모두 뛰어나고 경기 경험이 풍부하다는 게 장점이다. 앞으로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 장찬희에게도 프로 후배가 생긴다. 그것도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가 삼성 후배로 들어온다. 그는 “유주가 모르는 게 있으면 잘 알려주겠다”며 선배 노릇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 바람도 꺼냈다. “둘 다 1군에서 함께 야구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선배들이 놀랄 만큼 활짝 웃었던 이야기를 꺼내자 장찬희는 머쓱한 듯 “야구장에서는 별로 안 웃긴 하는데 원래 많이 웃는 편”이라고 했다. 후배들이 생기는 기분을 묻자 “묘하다. 설레는 건 없는데 후배들이 생기면 재미있을 것 같긴 하다”고 특유의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마운드에서는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장찬희도 절친의 이름이 불린 순간만큼은 포커페이스를 지킬 수 없었다.
PC방에서 함께 드래프트 중계를 지켜보던 두 친구는 이제 삼성 유니폼을 입고 다시 만난다. 이날 나눈 뜨거운 포옹이 언젠가 1군 마운드에서 서로의 호투를 축하하는 포옹으로 이어지는 것. 장찬희가 그리는 다음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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