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첫 방송된 ‘결사곡3’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했다. 이전까지 시즌1, 2를 이끌어왔던 배우 중 일부가 하차함에 따라 ‘배우 교체’라는 변수가 작용했던 것. 그 중에서도 지영산은 이태곤의 바통을 이어받아 신병원 신경정신과 원장이자 사피영(박주미 분)의 전 남편 신유신을 연기하며 ‘결사곡3’를 이끌었다.
지영산은 최근 진행된 TV조선 주말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3’(극본 피비(임성한)/연출 오상원, 최영수/이하 ‘결사곡3’) 종영인터뷰에서 이 같은 배우 교체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처음 역할을 맡았을 때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이태곤 씨가 너무 잘해주셔서 거기에 따라 시청자들이 공감했던 캐릭터다 보니 거기에 이어서 한다는 게 부담됐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른 분위기의 새로운 신유신이면 뭔가를 더 많이 보여드릴 수 있었을 텐데 같은 호흡을 가져가는 것이다 보니 힘들고 부담이 많이 됐다. 말투, 목소리 톤이나 분위기가 비슷하다고는 하지만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조금만 잘못해도 기존의 것들을 무너트릴 수 있으니 의식하지 않을 수 없더라”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같은 인물을 다른 배우가 맡게 된 상황인 만큼 시즌3 초반에는 어색함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이어졌다. 지영산은 “초반에 욕을 많이 먹었다. 제일 이슈 됐던 건 1회때 ‘말해줘’였다. 대본 받았을 때 정말 난감했다. 너무 어려웠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첫 등장에 시청자들한테 ‘새로운 신유신입니다’라고 보여주는 신이나 마찬가지인데 느끼하게 ‘말해줘’라고 하니까. 그때 이후로 홈페이지나 댓글들을 다 안 봤다”고 고충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박주미 선배님이 너무 잘 맞춰주셨다. 현장에서 박주미 선배님과 부딪히는 장면 중에서 다정한 신이 하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주미 선배님이랑 각을 세워야 할 때가 많았는데, 볼 때마다 제일 많이 다독여줬다”며 “초반에는 다들 난해했던 건 사실이다. 저도 어쩔 수 없이 사람인지라 현장에서 눈치를 보게 되더라. 하지만 중후반 이후부터는 주변에서도 호응이 좋아졌다. 그럼 현장도 좋아지지 않나. 그래서 많이 편해졌다”고 점점 달라진 평가에 대해 뿌듯함을 드러냈다.
드라마 출연 전부터 ‘결사곡’의 애청자였다고 밝힌 지영산은 “엄청 신기했다. ‘TV에서 보던 사피형이 갑자기 내 앞에?’, ‘아미(송지인 분) 가 내 옆에?’하고 놀랐다”고 합류 소감을 밝혔다. 반면 “모든 배우들이 시즌1, 2에서 너무 잘 만들어두셨지 않나. 높은 시청률이 나올 정도로 명성 있는 드라마에 명성 있는 캐릭터라 ‘잘하자’보다는 ‘이 분들한테 해 끼치지 말자’라는 생각이 컸다”고 전했다.

애청자이기 때문에 이태곤의 신유신을 이어받아 연기한다는 것은 더욱 쉽지 않았다. 지영산은 “초반에 엄청 헤맸다. 시즌1, 2를 시청자 입장에서 보는 것과 연기 하는 입장에서 보는 게 다르다. 연기를 준비하면서 시즌1, 2를 복기한 후 시즌3 촬영에 들어갔는데, 지영산이 풀어야 하는 신유신인데 지영산이 연기하는 그분(이태곤)의 연기를 하게 되더라.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이 이해 못할 것 같았다. ‘새롭게 한다는 사람이 이태곤을 따라하네’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 원래 목소리가 저음인데 더 저음으로 더 과하게 하다 보니 넘쳤다”고 털어놨다.
그런 그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제작진의 응원 덕이었다. 그는 “오상원 감독님이 ‘주눅들지 말라’고 하시더라. 어느 순간 제가 그랬다고 하는데, 몰랐다. ‘여기선 너밖에 할 사람이 없다’, ‘널 믿는다’, ‘걱정하지 말아라’고 하셨다. 스태프들, 카메라 감독님도 그렇고 임성한 선생님도 제가 멘붕 올 때마다 어떻게 아셨는지 저를 불러내셔서 코멘트를 해주시더라. 그 덕에 항상 언덕을 넘어갈 수 있었다”고 제작진들을 향한 감사를 전했다.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인 만큼 캐릭터에 몰입하는 데 있어 어려움도 뒤따랐다. 지영산은 “신유신은 내로남불 캐릭터다. 임성한 선생님한테 ‘신유신을 어떻게 표현하는 게 가장 좋겠냐’, ‘어떤 모습을 그리는 게 좋겠냐’고 많이 여쭤봤는데, 딱 하나 답을 주신 게 ‘대본을 잘 봐라’였다. 모든 캐릭터들의 대본이 그렇지만 특히 신유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감정을 보여주면 좋겠는지 다 나와 있다. 초반에는 다른걸 찾아와서 샘플링 하는 것에 대해 고민했는데, 선생님 말씀을 듣고 대본을 다시 차근히 훑어보니 감정, 행동,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고스란히 다 나와 있어서 선생님 요구대로 따라가서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연기 공백기만 7, 8년이었던 지영산에게 있어서 ‘결사곡3’은 단비같은 작품이었다. 지영산은 “어느 날 갑자기 전화가 왔다. 오디션을 봤으면 좋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어떤 오디션이냐고 했더니 임성한 선생님이 보자고 하신다고 해서 장난인 줄 알았다.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굉장히 많은 지원자가 있었다. 제가 제일 마지막에 오디션을 봤는데, 선생님께서 제가 말하는 투와 모습을 보시면서 본인이 그리고자 했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끼셨나 보다. 그리고 9월 한 달 내내 오디션을 봤다. 임성한 선생님이 매주 숙제를 줬다. 그러다 9월 마지막에 ‘이번에 확실히 못 보여주면 끝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더 열심히 했는데, 선생님이 ‘오케이’ 해주셨다. 눈물날 뻔 했다”고 오디션 비하인드를 전했다.

지영산은 긴 공백기 동안의 근황을 묻자 “10년 동안 오디션만 계속 봤다. 배우가 너무 하고 싶어서 계속 준비했는데 잘 안됐다. 오디션에서는 잘 됐다가도 여러 사정으로 진행이 안 됐던때가 있어서 직업전선에 있었다”며 “그러다 보니 제 나이가 48살이 됐고, 기적 같은 일이 생겼다. 너무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놓지 않고 계속 준비하고 있었고 그래서 이렇게 큰 오디션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공백기 동안 직업전선에 있으면서도 지영산은 무명 연기자들끼리 모인 스터디를 꾸준히 하며 연기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그때 노력했던 것이 ‘결사곡3’ 오디션까지 이어졌다는 것. 지영산은 “이게 마지막 오디션이었다. 첫 오디션때 기억나는 게, 문 열고 들어갔을 때 카메라로 찍어주시는 분한테 ‘이게 제 인생 마지막 오디션’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내려놓고 연기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길어지는 공백기 동안에도 계속해서 연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깊은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연기를 완전히 포기하면 50살이 되어 뒤를 돌아봤을 때 후회할 것 같았다고. 지영산은 “제 성격을 아는데 분명 ‘그때 한 번 더 해볼걸’이라고 후회 했을거다. 아마 ‘결사곡3’를 안 하고 그 상태로 있었으면 지금쯤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돌이켜봤다.
마지막 오디션에서 기적처럼 만난 작품인 만큼 지영산은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하고, 어떤 캐릭터를 맡을지는 모르겠지만 평생 남을 것”이라고 ‘결사곡3’의 특별한 의미를 전했다. 그는 “‘말해줘’가 ‘짤’로 평생 남듯이 감독님, 임성한 선생님 특히 이 두 분은 평생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감사한 분들로 계속 남을 것”이라며 “잘 해야한다. 그분들한테 보여드려야 하니까. 그게 제 도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결사곡3’를 통해 새 소속사까지 찾은 지영산은 앞으로의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그는 “제가 오디션을 볼때까지는 혼자였다. 지금은 ‘결사곡3’를 찍으면서 너무 좋은 사무실과 만나서, 여기 계신 분들과 같이 좋은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여기서 너무 좋게 평가해주셔서 과분하게도 작품을 많이 봐 주시고 계신다”며 “더 많은 인사를 드릴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기대해 달라. 거기서는 ‘말해줘’는 하지 않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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