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겹치기 편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늘부터’ 첫 방송을 5월 9일로 강행하고 있다. 임수향이 상반된 캐릭터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부담감을 떠안게 됐지만 ‘우리는 오늘부터’ 측은 오히려 더욱 자신하고 있다.
오는 9일 ‘사내맞선’ 후속으로 편성된 ‘우리는 오늘부터’는 혼전순결을 지켜오던 오우리(임수향 분)가 뜻밖의 사고로 라파엘(성훈 분)의 아이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게 되는 로맨틱 코미디 소동극이다. ‘본의 아니게 생물학적 아버지’가 된 라파엘과 오우리의 신념을 지켜주며 순수한 사랑을 키워온 연인 이강재(신동욱 분)의 팽팽한 삼각 로맨스를 담는다.
이 작품은 사실 OTT 전용 드라마로 방송가에서 입소문을 탔다. 2014년부터 미국 CWTV에서 다섯 시즌에 걸쳐 방송된 ‘제인더버진’ 시리즈의 리메이크 작품으로, 오우리가 검진을 받던 중 의료사고로 한 남자의 아이를 갖게 된다는 파격 설정 덕에 업계에서 관심을 끌었고 SBS가 편성 자리를 내놓았다.

게다가 캐스팅도 찰떡이었다. 오우리 역의 임수향과 라파엘 역의 성훈은 SBS ‘신기생뎐’으로 나란히 데뷔한 지 11년 만에 ‘아이가 다섯’을 거쳐 3번째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고향과도 같은 SBS로 금의환향 했는데 첫 방송 전부터 문제가 생겼다. 바로 편성 문제다.
‘우리는 오늘부터’ 이전에 임수향은 소지섭, 신성록과 함께 MBC '닥터로이어’에 캐스팅 돼 일찌감치 5월 금토 드라마로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이 작품은 ‘우리는 오늘부터’와 180도 색깔이 다른 메디컬 서스펜스 법정 드라마로 임수향은 의료범죄 전담부 검사 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꾀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부터’가 5월 초 월화 드라마로 자리잡으면서 ‘닥터로이어’는 임수향의 로코 변신을 먼저 맞닥뜨리게 됐다. 눈 뜨고 코 베인 셈. MBC 측은 거듭 OSEN을 통해 “우리는 오늘부터' 편성이 늦어지며 '닥터로이어' 촬영에 무리를 주고 있었다. SBS는 편성 과정에서 최소한의 양해도 없이 일방 통보로 일을 진행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부터’ 측은 5월 9일 월화극 편성을 확정 지었고 임수향을 앞세워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는 오늘부터’ 정정화 감독은 4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우려가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창작물을 만드는 입장에서 작품 외적으로 흠집 이슈가 생기면 마음이 아프다. 누구의 잘잘못이라기보다는 우리 작품이 편성 안 된 상태로 사전 촬영하다가 막판에 편성을 받게 돼 겹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래도 첫 방송 시기나 요일이 다르니까 우려하는 것보다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며 “월화엔 임수향이 이렇게 나오고 금토에는 이렇게 나오니 ‘헷갈린다’. ‘싫다’ 이렇게 될지 ‘더 좋’네 하실지는 대중이 판단을 하지 않겠나. 그래도 전 자신있다. 논란이 있었지만 결과는 좋을 거라고 자신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의 이러한 자신감은 작품을 이끌어갈 임수향의 연기에서 비롯된 것. 임수향으로서는 뜻하지 않은 겹치기 출연이 됐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연기로 좋은 모습 보여드릴 테니 예쁘게 봐 달라”며 조심스럽게 시청자들의 양해를 부탁했다.

드라마 주연의 겹치기 기피는 오랫동안 방송가에 내려온 관행이다. 배우들의 다작과 다양한 콘텐츠 촬영에 대한 자유를 제한할 수 없기에 촬영 일정은 겹치더라도 편성 겹치기는 피하도록 방송사와 콘텐츠 제공사들의 물밑 조율이 있어왔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부터’는 이 관행을 깨고 임수향을 앞세워 마라맛 로코의 탄생이라며 오히려 불을 붙이고 있다. 옆에 있던 성훈은 “이렇게 편성을 잡아준 SBS 사장님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인사할 정도. 신동욱 역시 시청률 20% 이상을 자신하며 ‘우리는 오늘부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제 남은 건 시청자들의 판단이다. 정정화 감독의 말처럼 요일과 시간, 장르와 캐릭터의 겹치기는 피했으니 시청자들이 임수향의 연기를 더욱 다채롭게 즐기게 될지, 양쪽 드라마의 전혀 다른 컬러 때문에 안방에 혼돈이 야기될지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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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