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홍석천이 어버이날을 맞아 22년 전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고백한 때를 떠올렸다.
홍석천은 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22년 전 나도 엄마 아빠한테 커밍아웃했었다. 나는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그때의 엄마, 아빠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적었다.
이어 “세상 무너진 것 같은 표정. 뭐든지 잘하고 믿었던 아들에게 처음으로 배신당하고 실망한 듯한 표정. 앞으로 나에게 닥칠 일들에 대해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할 거 같은 표정. 그렇게 22년이 흘렀다. 나는 게이라는 사실 때문에 당하는 수많은 차별에 무너지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홍석천은 영국의 한 드라마를 보며 “커밍아웃한 지 22번째 맞는 어버이날, 내 젊은 시절 엄마한테서 원했던 말들을 찾을 수 있었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홍석천은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말로만 선진국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하는 진정한 변화가 필요한 때다”고 주장했다.
이하 홍석천 전문
22년전 나도 엄마아빠한테 커밍아웃했었다 나는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그때의 엄마아빠 표정을 잊을수없다.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 뭐든지 잘하고 믿어라 했던 아들한테 처음으로 배신당하고 실망한 듯한 표정 앞으로 나에게 닥칠 일들에 대해 아무 도움도 못 줄 거 같은 표정 그렇게 22년이 흘렀다. 나는 정말 치열하게 살았고 내가 게이라는 사실 때문에 당하는 수많은 차별에 무너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날의 엄마아빠의 표정을 잊을 수 없어서 였다. 나는 그렇게 이 나라에서 살아 남아야 했다. 커밍아웃한 지 22번째 맞는 어버이날 내 젊은시절 엄마한테서 원했던 말들을 영국 드라마에서 찾을수있었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잘 이겨내고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속 어딘가 아직도 상처들이 곪아있나보다. 세상 참 좋아졌다 생각하다가도 지금도 정체성과 차별 때문에 힘들어할 또 다른 홍석천과 가족들이 곳곳에 있다는 걸 알기에 마음이 무겁다. 이쯤되면 우리나라에서도 차별금지법 이란게 생길 때가 되지 않았을까 말로만 선진국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하는 진정한 변화가 필요한 때다. 그저 드라마같은 얘기겠지만 언젠가는 이루어지리라 꿈꿔본다. 꿈꾸는건 자유라지? 그래보자.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