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원, 세종 父였나"…주상욱, '역알못'에서 '태종 이방원' 된 주방원 [인터뷰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2.05.12 09: 36

배우 주상욱이 새로운 이방원을 그려냈다. ‘킬방원’ 이미지가 강했던 이방원의 인간적인 면모를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인 주상욱은 ‘주방원’으로 불리며 그간 드라마에서 보여졌던 이방원 계보에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당당히 쓰게 됐다.
주상욱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HB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OSEN과 만나 1일 종영한 KBS1 대하 사극 ‘태종 이방원’(극본 이정우, 연출 김형일 심재현) 종영 소감과 이방원 역으로 시청자들과 만난 소감을 밝혔다.
‘태종 이방원’은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여말선초(麗末鮮初) 시기, 누구보다 조선의 건국에 앞장섰던 리더 이방원(주상욱)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하는 드라마다. KBS가 6년 만에 선보인 대하 사극이라는 점과, 그동안 보여진 이방원과는 다른 이방원이 그려질 것으로 예고돼 기대를 모았다.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주상욱은 조선의 기틀을 다진 3번째 왕 태종 이방원 역을 맡아 시청자들과 만났다. 이방원은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의 다섯 번째 아들로, 구시대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 질서가 도래하는 격변기에 나라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앞서 ‘선덕여왕’, ‘대군-사랑을 그리다’로 두 차례 역사 드라마에서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인 주상욱은 ‘태종 이방원’을 통해 새로운 관점의 이방원 캐릭터를 그려냈다. 주상욱은 피도 눈물도 없는 ‘철혈군주 이방원’을 그려낸 게 아니라 ‘인간 이방원’을 보여줌으로써 유동근, 안재모, 유아인 등 앞서 시청자들과 만난 이방원과는 다른 이방원을 그려냈다.
매 순간 이방원 그 자체에 몰입한 주상욱은 냉정했던 군주의 이면에 가족을 사랑하고, 자신의 선택에 끊임없이 고뇌하는 캐릭터의 다양한 면면들을 통해 이방원의 새로운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했다. 주상욱의 활약 속에 안방에는 대하 사극 열풍이 강하게 불었다.
종영 후 OSEN과 만난 주상욱은 “끝까지 관심을 가져주시고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사극에서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제2의 최수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태종 이방원’을 하는 동안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하 주상욱 ‘태종 이방원’ 인터뷰 일문일답
Q. 대하 사극 장르에 과감하게 도전한 이유는?
KBS에서도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먼저 캐스팅이 간 배우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 다들 부담이 있었을 것 같다. 어렵고 고단한 장르와 캐릭터다. 하지만 그런 고민 없이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해보고 싶었다. 이방원이 이후에도 다른 드라마와 캐릭터로 나오겠지만, 역사의 한 페이지를 내가 장식한 게 아닌가 싶어 의미가 있고, 영광스럽다.
Q. 평소 사극이나 역사를 좋아했는지?
평범한 수준이다. 이방원의 아들이 세종인지도 몰랐다. 관심이 없으면 모를 수도 있지 않겠느냐. ‘태종 이방원’을 하면서 배운 게 많다. 공부를 해서 알아가는 게 좋았다. 역사가 재미있더라.
Q. 많은 배우들이 이방원을 연기했는데, 어떤 이방원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처음에 할 때는 다들 이방원은 유동근이지! 라는 반응이 많았다. 유동근, 안재모, 유아인이 대표적인 이방원으로 언급이 됐다. 하지만 나는 그 분들을 이기겠다고 달려든 것도 아니고, 우리 드라만의 색깔의 이방원을 표현하려고 했다. 家를 넘어 國이라고 했듯이, 가족 이야기로 시작해서 또 다른 가족의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그 점에서는 기존의 이방원과 달라 신선했다고 본다. ‘킬방원’ 면모보다는 왕이 된 다음 아들들, 와이프, 처가 등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더 재미있게 보신 것 같다. 32부작 이상으로 했다면 더 할 이야기가 많았을 것 같다.
Q. 이방원의 모습을 나이대 별로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는지?
젊을 때는 철없고 패기 넘치게 하려고 했다. 그때가 제일 위기였다. 왕 되기 전에는 세자가 됐을 때, 왕이 된 다음, 상왕이 됐을 때는 나름의 계산을 해서 했다. 분장도 바꾸고 그랬다. 초반에는 조금 지루해하셨겠지만 왕 된 이후부터는 내가 봐도 재미있었다. 이방원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있는데, 그런 것과 다른 게 나올 때는 보시는 분들이 어색할 수 있다. 그래서 초반이 고비였다. 그때만 잘 넘어가면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카리스마 있는, 강력한 킬방원보다는 위치에 따라서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아들이 태어났을 때는 아버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위치에 따른 무게감을 보여주면 카리스마는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 봤다.
Q. ’태종 이방원‘을 하면서 이방원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진 게 있는지
그 전에 이방원을 다 보진 못했지만 다 찾아보긴 했다. 그걸 참고해서 뭘 하거나 그런건 아니지만 역사 드라마이기도 하고 이방원이지만 한 사람으로 접근해서 가족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방원도 사람이고, 가족끼리 살아가는 건 같다고. 자기 삶이 없어서 많이 힘들었을 거 같다.
Q. 이방원에 대한 사건들이 많은데, 가장 신경 써서 연기한 부분이 있다면?
드라마에 상승세 기점을 1차 왕자의 난으로 보고 총력을 기울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방원을 하면서 역사적인, 가장 큰 사건이 1차 왕자의 난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사건이라고 알고 계시는데 그 사건보다는 사람 이야기와 가족 사이의 이야기를 더 재미있어 하신 것 같다.
Q. 원경왕후 역을 연기한 박진희와 어떻게 호흡 맞췄는지
사건의 중심에 민씨가 있지는 않았다. 민씨가 사건의 중심에 들어온 건 이방원이 왕 된 후였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최대한 짧은 시간에 압축해서 보여질 수밖에 없었다. 박진희와는 워낙 잘 아는 사이고,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호흡을 맞췄다. 편안하게 잘 찍었다.
Q. 이방원과 많이 부딪히는 김영철, 예지원과는 호흡이 어땠는지?
김영철 선생님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이시고, 신의 단계에 오르신 분이라 도움 많이 받았다. 예지원도 사극이 처음하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예지원도 김영철과 부부라서 붙어 있으니까 잘 알려줬다고 하시더라. 나와도 호흡이 좋았다. 그런 호흡이 자기것만 하려고 하면 상대방이 불편할 수 있다. 서로 배려하고 받쳐주고 하면서 나올 수 있었다. 모든 촬영이 즐거웠다.
Q. 말 학대 논란에 대해 주연 배우로서의 생각은?
‘태종 이방원’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가 됐다. 그 사이 논란과 올림픽이 맞물리면서 한 달 정도 쉬게 됐다. 지인들이 내게 전화하는 것도 미안했는지 전화도 주지 않았다. 나도 죄송스러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지만 마음이 타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이 재개되고, 잘 마무리 된 거 같다.
Q. 대하 사극을 한 뒤 작품 선택 기준이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항상 캐릭터 위주의 작품을 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생각처럼 잘 되진 않는다. 나이가 들면 그런 작품들이 들어오는 거 같다. 예전에는 멜로 등울 재안 받ᄋᆞᆻ다면 지금은 거의 안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캐릭터 위주의 작품을 하게 되는 거 같다. 그런 면에서도 적절한 타이밍에 ‘태종 이방원;은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Q. ’태종 이방원‘이 끝나면서 동시에 아내 차예련이 ’황금가면‘으로 시청자들과 만나는데?
대본 연습하면서 감독님께서 김영철 선생님을 소개하시며 ’자랑스러운 KBS의 자산‘이라고 하셨다. 이번에 촬영 막바지에는 ’KBS를 위해 부부가 헌신을 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 우연치 않게 시기가 맞물렸지만 공영 방송에서 같이 작품을 하는 거라서 영광이다.
Q. 다음에도 사극이 들어온다면?
왕은 아니어도, 역사적인 캐릭터, 사극만 계속 하고 싶다는건 아니지만 작가님과 이야기 잘해서 대사만 줄이면 너무 좋을 것 같다(웃음).
Q. 올해 안에 컴백 기대해도 되는지?
’환혼‘이 6월 정도에 방송이 된다. 그리고 아직 올해 안에 차기작은 결정된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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