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가수 겸 배우 아이유에 대해 “2020년 9월에 처음 화상을 통해 영화에 관해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7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칸 르 마제스틱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브로커’의 라운드 인터뷰에서 “제작사 측과 소영 역할 캐스팅을 논의할 때 거기서 제안한 여러 명의 후보가 있었지만 제가 가장 희망한 사람은 아이유였다”고 주인공 캐스팅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제작 영화사 집, 배급 CJ ENM)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 러닝타임 129분. 아이유가 미혼모 소영 역을 맡아서 극의 주요 인물로 활약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27일 오후 7시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처음 상영돼 전 세계 관객들을 처음 만났다. 이날 영화 종영 후 객석에서는 약 12~13분간 박수갈채가 터져 나와 높은 호응을 보였다.
이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제는 그런 반응이 나와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사실 티에리 프리모 집행위원장이 마이크를 들고 오셔서 제가 (소감)이야기하는 걸로 마무리가 되는 거였다”며 “근데 객석에서 박수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 저로선 식은땀이 나더라.(웃음) ‘이쯤 되면 박수가 끝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도 티에리가 저한테 안 오더라. 그래서 마음을 졸였다. 이젠 마이크가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도 안 오더라. 그래서 티에리에게 서스펜스 같다고 표현했다”고 첫 상영 당시 느낀 소감을 전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아이유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그녀의 앨범 및 콘서트 영상까지 사수해 관람하며 그녀를 캐스팅하기로 마음 먹었다.

“‘태어나줘서 고맙다’라는 장면은 아이유가 아니면 안 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각본에 없던 대사였다. 제가 취재를 거치면서 보육원 출신 아이들을 만났었는데,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그 시설 출신 아이들이 ‘나는 정말 태어나야만 했던 건가?’라는 질문을 안고 살아가더라. 삶을 사는 것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얻지 못한 채 살아가는 걸 봤다. 그것은 사회이자 어른들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영화 속 범죄자들은, 아마도 그 인물들은 ‘태어나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어야 할 인물들이다.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듣는다면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일본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브로커’ 작업 스타일은 어땠을까.
“이번 작품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를 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입양제도에 대해 조사를 많이 했었다. 2013년 일본의 아기 우편이 있다는 걸 알았고 비슷한 시설이 한국에도 있다는 걸 알고 조사했다.”

고레에다는 시나리오 시작부터 송강호, 배두나, 강동원과 함께 할 계획이었다고. 그는 “시나리오를 쓸 시점에 배두나를 만나 다시 한번 영화를 하자고 했다. 비슷한 시기에 송강호도 만나 영화를 하자고 얘기했었고, 역시 강동원과 신주쿠에서 만나 영화를 하고 싶다고 얘기를 나눴다”고 캐스팅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감독은 “그때부터 아기 우편함을 한번 만들어보자 싶었다. 그게 2016년이었다. 제 머릿속에는 신부복 차림을 하고 있는 송강호가 아이를 안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이 됐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 공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외신의 반응에 대해 “어느 프랑스 기자가 해주신 말씀인데 ‘정재일 음악감독의 음악이 이 영화의 또 하나의 주제처럼 느껴졌다’고 하시더라. 저는 그 후기가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의 정의가 시대에 따라 변한다. 일본은 보수적으로 가족에 대한 관념이 있다. 부모와 두 아이가 있는, 네 명의 구성원말이다. 근데 가족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실제로 존재하는 가족의 모습이 사회에서 수용이 되고 그것이 보통으로 받아들여지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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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