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을 사는 여자' 왕빛나X백은혜, 믿보배들이 보여줄 '선의'의 민낯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2.05.31 12: 05

‘불행을 사는 여자’가 인간성 저변의 추악한 본능을 조명한다.
31일 오전 JTBC 드라마페스타 ‘불행을 사는 여자’의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생중계 됐다. 이 자리에는 김예지 감독과 배우 왕빛나, 백은혜가 참석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불행을 사는 여자’는 인간관계 이면에 잠든 잔혹함을 통해 인간의 추악한 본능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드라마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작된 JTBC 드라마페스타를 이어가는 새로운 작품이다. 2020년 JTBC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으로 '부부의 세계'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김예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예지 감독은 “타인을 향한 선의 밑바닥에 있는 인간의 은밀하고 금기시된 본능을 이야기하는 드라마다. 타인의 불행을 보며 나는 안전하다고 느끼는 안도감, 어째서 타인의 불행이 내게 위로가 되는지를 두 여자를 통해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굉장히 예측 불가능한 존재들이 선을 넘지 말지, 사적 영역을 어디까지 침범할지 아슬아슬한 관계의 심리 서스펜스를 다룬 극이다.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없는 인간의 관계성과 결말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느끼실 수 있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한 드라마”라고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김예지 감독은 “처음에 대본을 보고든 생각은 ‘내가 해야겠다’, ‘내가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가장 컸다. 사실 처음 읽었을 때 제가 느낀 전율, 모처럼 이렇게 재미있고 날 자극하는 대본은 굉장히 오랜만이라고 생각했다. 대본은 구성과 스토리, 캐릭터,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고 마지막까지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끝나고 나서도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를 생각하게 하는 메시지도 확실한 대본이었다. 다 읽고 나니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 말고 내가 하고 싶다는 욕심과 욕망이 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처음이라 느낄 수 있는 설렘, 불안감, 격변하는 감정들을 다 겪어본 것 같다. 지나온 작품들의 감독님들을 생각하면서 ‘조금 더 잘해줄 걸 그랬다’하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겸손하고 감사하는 귀한 배움의 시간이었다. 결코 저 혼자서는 지금의 시간까지 할 수 없었고, 이 자리에 계신 부족한 연출의 구멍을 메꿔주신 훌륭한 배우, 함께 해주신 스태프 분들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이에 백은혜는 “김예지 감독님이 ‘그때 그 분들이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아요’라고 항상 하셨다”라고 거들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를 위해 왕빛나와 백은혜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며 열연을 펼친다. 왕빛나는 “선주는 교수님 집안 둘째딸로 태어났다. 너무 똑똑한 언니 밑에서 열등감을 느끼다가 열두살에 처음으로 ‘착한 아이’라고 칭찬을 받게 된다. 그 때부터 착한 사람이 되면 칭찬을 받는다는 생각에 겉으로 보면 누가 봐도 완벽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라며 캐릭터에 대해 소개했다.
이어 그는 “저는 처음에 제가 이 역할을 맡았을 때 지금까지 19년 정도 연기한 제 연기 인생과 다르고 그동안 배우 왕빛나와도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신선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조금 힘을 빼고 깊은 감정이 오락가락하는 걸 크게 표현하지 않고 힘 빼고 심플하게, 소위 요즘 연기 스타일로 해보고 싶어서 저도 도전했다. 연습하고 리딩할 때부터 촬영 기간에도 감독님이 굉장히 옆에서 많이 짚어주셨다. 그 하나하나 덕분에 저도 연기하면서 편하고 재미있게 했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서도 풀 버전을 스스로 기대하고 있다. 다른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한다”라고 했다. 
또한 ‘루왁인간’에 이어 다시 한번 JTBC 드라마페스타로 시청자를 만나게 된 백은혜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두 작품을 하게 됐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작품이 탄생하는 순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 캐릭터는 불행한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그래서 더더욱 찾아온 선주라는 희망을 꽉 붙들고 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왕빛나는 “처음에 대본을 보고 저도 비슷한 생각이었다. ‘신선하다’, ‘재밌다’. 그런데 대본을 볼수록 두 캐릭터의 어떤 한 편이 될 수가 없더라. 이 대본이 인간의 내면을 콕 짚어내는 게 있구나 싶었다. 저도 마찬가지로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해보고 싶다, 도전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저를 흔쾌히 캐스팅 해주셔서 단막극 재미있게 찍어야지 생각했다가 읽을 수록 대본이 어렵고 깊어서 ‘괜히 한다고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 연기 인생에도 공부가 되고 한 단계 계단을 밟고 나아가는 듯한 큰 힘이 되준 작품이지 않았나 싶다”라고 했다. 
백은혜 역시 “‘이거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똑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처음 읽을 때 다르고, 다음 읽을 때 다르고 ‘이게 이런 뜻이었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스팅 과정 속에서 피를 말리는 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대본을 읽고 읽고 또 읽으면서 ‘이렇게 어려운 거였어?’라는 생각이 들고 나중에는 당이 떨어졌다.”라고 했다.
이에 김예지 감독은 “어렵지 않다. 대사가 서로 다른 의도를 갖고 얘기하는 게 많아서 어떻게 해석을 하느냐에 따라 제가 잘못하면 1차원적으로 나올 수도 있어서 두 배우를 많이 괴롭혔다. 어렵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또한 김예지 감독은 극 중 ‘워맨스’에 대해 “대체로 많이 이야기하는 ‘워맨스’라면 일종의 상황을 통해 불화가 있거나 갈등이 있던 두 여자가 갈등을 봉합해나가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두 여자가 아주 지독하게 애증하는 사이에서 한 명은 놓으려고, 한 명은 붙잡으려고 서로의 밑바닥을 보는 이야기다. 그래서 아름다운 로맨스라기 보다는 서로를 너무 애증하다 보니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제목이 ‘불행을 사는 여자’라고 해서 여자들만의 이야기라고 볼 순 없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하는 프레임으로 시작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오해가 없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연출적으로 고심한 부분에 대해 김예지 감독은 “이 드라마가 가진 묘미 중에 하나가 ‘절제’ 속에 뿜어져 나오는 파괴력이다. 앞서 심리 치정극으로 많이 알려졌는데 치정극보다는 ‘심리 서스펜스’에 가깝다. 대본을 보면서 느낀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 감정들이 언제 폭발할지가 가장 큰 묘미였다. 숨막히는 포인트들을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했다. 1차원적으로 화가 나면 화가 난다, 슬프면 슬프다고 표현하기에는 그렇게 보였을 때 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되게 저급하고 ‘나는 아니야’라고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봐서 최대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에 집중했다”라고 말했다. 
촬영하는 동안 실제 호흡은 어땠을까. 왕빛나는 “저희 둘이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다. 저희는 첫 만남이 1년 정도 전이다. 그때 처음 만나서 작품 준비하면서 저는 일단 백은혜 씨가 딱 봐도 너무 착하고 곱고, 목소리도 아주 아름답고 뮤지컬 배우로서 노래도 너무 잘하고 사람이 너무 깊다. 저는 까불기도 하고 농담도 잘 치는 그런 캐릭터라면 은혜 씨는 항상 배려해주고 제가 조금 언니라서 선배라고 저를 배려해주는 마음이 항상 느껴졌다. 촬영하면서도 연기적인 건 걱정이 없었다. 보증된 배우라. 성격도 저를 위해주는 마음이 느껴져서 저는 좋고 재미있었다”라고 했다. 
백은혜는 “저는 반대로 제가 현장에서도 정말 동등하게 상대 배우로 대해주셔서 너무 편했다. 제가 오히려 그렇게 느꼈다. 또 현장에서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말보다 감독님이랑 대화를 엄청 많이 하시고 체크하고, 계속 합을 맞춰가면서 그걸 먼저 해주셔서 제가 감사히 저도 반응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왕빛나는 “제가 들기름 병을 받는 장면이었는데 그걸 한번 은혜 씨 발가락에 떨어트렸다. 너무 놀라고 미안했다. 그래서 다쳤는데 저한테 ‘괜찮다’라고 해주더라. 너무 고맙고 미안했다”라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김예지 감독은 “이 이야기는 두 여자가 끌고 가는 2인극에 가깝다. 1순위로 미모와 연기력 모두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주의 경우 선함이 우둔해보일 정도로 선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이미지가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폭이 큰 연기를 보여줘야 했기에 상당한 연기력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이미 왕빛나 선배님은 연기력으로 정평 난 분이시고 미모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선배 그 남자 만나지 마요’를 보는데 거기서 선입견을 완전히 깨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래서 충분히 해볼만 하고 이 작품의 무게를 쥐고 갈 수 있다고 봤다. 그리고 수현의 경우 굉장히 이 역할이 말로, 장황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무언으로 보여주는 눈빛이 중요했다. 특히 후반부에 수현이 끌고 나가야 하는 장면이 굉장히 클라이막스인데 누가 소화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들었다. 그러던 중에 잡지사에서 젠더프리 영상을 보는데 그 중에서도 백은혜 배우가 제 눈을 사로잡았다. 두 분의 조합을 같이 생각하고 캐스팅을 진행했다. 어떤 멜로물보다 두 여자의 케미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두 분이 얼마나 잘 맞는지, 그림체라는 게 굉장히 중요했다. 그래서 두 분을 동시에 놓고 더 생각할 것 없이 진행했다”라고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더불어 왕빛나는 “처음에 레퍼런스가 될 만한 작품들을 감독님이 미드, 영드, 덴마크 드라마까지 추천해주셨다. 그게 너무 재미있어서 나중엔 다 보고 또 추천해달라고 할 정도였다. 그만큼 이 배역과 작품에 대한 공부가 다 되신 것 같았다. 앞으로 내 배역에 이렇게까지 연구가 된 사람이 또 나타날까 싶었다”라고 김예지 감독의 열정을 칭찬했다.
나아가 김예지 감독은 제목의 의미에 대해 “업계 분들이 제목 따라 간다고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고 하더라. 그런 얘기를 들었음에도 제목을 바꿀 수 없었다. 중의적인 의미가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드라마를 보시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시청자 여러분이 충분히 느끼실 수 있는 의미 있는 제목이기 때문에 ‘나는 어떤가’ 생각해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작품이 어떻게 남을지는 시청자 여러분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 것 같다. 교훈이나 엄청난 주제 의식을 전달하기 보다 그냥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곧 방송할 불행을 사는 여자 말고도 두 작품이 드라마페스타로 남아있는데 꾸준히 단막극이 유지되고 수많은 신인 작가, 감독이 장을 펼칠 수 있는 자리가 유지될 수 있는 데에는 시청자 분들의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불행을 사는 여자’는 6월 2일 오후 10시 30분에 방송된다.
/ monamie@osen.co.kr
[사진]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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