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 첫 원고는 아내 표정으로 판별 "못 쓰면 돈 꿔준 표정"('옥문아들')[어저께TV]
OSEN 오세진 기자
발행 2022.06.02 07: 02

‘옥탑방의 문제아들’ 김영하 작가가 첫 원고를 아내에게 보여 작품을 평가 받는다고 밝혔다.
1일 방영된 KBS2TV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이하 ‘옥문아들’)에서는 소통 전문가이자 박학다식의 대명사 김영하 작가가 등장해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김영하 작가 등장 전, 송은이는 설렌 표정으로 "이정은 배우 이후 이렇게 떨린 적은 처음"이라며 한껏 기대를 드러냈다. 김숙은 "문학계의 아이돌"이라며 김영하를 소개, 정작 김영하는 겸허하다 못해 아련한 표정으로 "아이돌분들 과소 평가 하지 말아라. 저는 그런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영하 작가는 정형돈이 “인생을 최선을 다해서 살지 말라고 하는데 그게 맞냐”라고 묻자 “자기 능력의 120%를 발휘해야 한다, 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건 위험하다는 거다. 열심히 하면 내일은 쉬어주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자기가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과신하거나, 자기가 할 수 있다는 과욕으로 하루를 빡빡하게 살아가면 한 번 넘어지면 굉장히 추락한다”라면서 “70~80%를 예비해야 한다. 잘 될 때를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안 될 때도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여유를 강조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영하 작가의 말은 청년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김영하 작가는 개인적으로 슬럼프를 겪었을 때를 토로하기도 했다. 김영하는 “처음에 작가로 시작할 때 신나서 몇 년을 하다 사기꾼 증후군을 겪었다”라며 “준비 없이 성공할 때, 자기 성공을 자기가 못 믿는다. 내가 사기를 치는 것 같더라. 사람들이 나의 진짜 모습을 몰라서 저래. 난 곧 들통날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고.
김영하 작가는 "글쓰기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작가가 된 게 아니라서 내가 잘한 게 맞나, 내게 왜 거창한 얘기를 하지? 싶었다. 그런데 ‘검은꽃’ 등 큰 이야기를 쓰고 나니 슬럼프가 극복됐다. 내가 이런 걸 쓸 수 있는 사람이고, 스스로 떳떳할 때가 있지 않냐”라며 언젠가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에 민경훈은 "청년들이 들으면 정말 힘이 될 말"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영하는 오히려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김영하는 “청년들에게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 과거는 왜곡이다. 저의 청년을 생각하면 집집마다 차도 없고, 골목은 비어 있고, 엄마가 애들에게 밥 먹으라고 말하고 아버지가 혼자 일하는 세상이었다. 대학을 가는 비율은 25%밖에 안 됐다. 여권 받으려면 교육을 받았던, 그런 세대다”라며 “그런 시대에 제가 젊은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이래라, 저래라 말할 수 없다. 젊은 친구들도 새겨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김영하 작가는 초고를 꼭 아내에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누군가 김영하에게 탈고의 기준을 물었던 것. 김영하 작가는 “여기 분들은 방송을 찍다가 피디가 끝내면 결정하는데, 소설가도 누가 도와주면 좋다. 저는 아내에게 보여준다”라면서 “중간에는 보여주지 않는다. 옛날에는 중간에 잘 보여줬는데, 중간에 비판을 받으면 못 쓰겠더라. 그래서 다 쓰고 끝나고 읽고 올 때의 표정이 있다. 잘 된 건 상기된 표정이다”, “그러나 못한 건 친구가 돈 빌려달라고 했을 때 거절할 때의 표정”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osen_jin0310@osen.co.kr
[사진] KBS2TV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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