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명실상부 글로벌 아티스트로서의 막대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지난 5월 31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백악관에 초청 받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와 포용, 최근 한국 방문 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환담에 앞서 방탄소년단은 백악관 공식 브리핑룸을 방문해 백악관 방문 목적과 소감을 밝혔다. 100여명의 기자들 앞에서 한국말로 브리핑을 진행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최근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발생한 많은 증오 범죄에 굉장히 놀랐고 마음이 안좋았다. 이런 일의 근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며 “나와 다르다고 그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사람 한 사람이 의미있는 존재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또 한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백악관 앞에는 이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수백명의 아미가 모였다. 방탄소년단을 기다리며 ‘BTS, BTS’를 외치는 등 응원의 목소리와 함께 백악관 일대가 들썩이며 마치 콘서트 현장을 보는 듯한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브리핑은 백악관 유튜브와 트위터로도 생중계됐는데 유튜브는 한때 동시 접속자 수가 30만 명을 돌파하는 등 미국 대통령과 한국 가수라는 이례적인 만남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약 35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환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 등을 언급하며 “증오는 단지 숨어 버릴 뿐이다. 선한 사람이 증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이야기하면 증오는 점차 줄어든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은 여러분(방탄소년단)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여러분이 하는 일은 모든 이들에게 선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는 여러분이 가진 (예술적) 재능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과 소통하는 메시지 때문으로, 이것이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방탄소년단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음악을 통해, 그리고 꾸준하게 국제사회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왔다.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를 대표하는 메인 차트 ‘빌보드 200’과 ‘핫 100’ 정상을 차지하고 전 세계 유명 음악 시상식 등에서 수많은 상을 거머 쥐며 영향력이 날로 커지면서 국가 대표 이상의 ‘문화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바이든이 한국 가수인 방탄소년단을 백악관에 초청한 것만 봐도 방탄소년단은 이제 음악을 넘어 전 세계에 사회 문화적 위상과 영향력을 펼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탄소년단을 통해 한국 문화와 한글을 배웠다는 글들이 넘쳐나고 이들이 공연을 펼치고 방문하는 곳곳 마다 화제가 되며 한국하면 가장 먼저 ‘BTS’가 떠오른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방탄소년단은 그간 음악 외에도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 범죄, 인종차별 반대의 메시지 등을 이야기하며 선향 영향력을 펼쳐왔다. 2017년부터 유니세프와 함께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는 의미를 담은 ‘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이 캠페인은 2021년 글로벌 캠페인으로 확대됐다. 이들은 2018년과 2020년, 2021년 총 세 차례 유엔 총회에서 연설도 진행했다. 2021년에는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로 참여, 제76차 유엔총회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모멘트' 개회 세션 연설을 하는 등 전 세계 청년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2020년 'BLM(Black Lives Matter)' 캠페인에 참여해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해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미국에서 반아시아 증오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Stop Asian Hate’라는 제목으로 트위터 성명을 발표했다. 방탄소년단은 트위터 성명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무력하게 만들고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차별을 경험했다"며 "우리는 인종차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폭력을 규탄한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우리는 함께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전 세계에 큰 호응을 얻으며 리트윗됐고, 2021년 트위터에서 가장 많이 리트윗된 트윗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미국 의회는 증오범죄 방지법안을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11월에는 LA 소파이 스타디움 공연 당시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은 아시아 혐오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항상 내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mk3244@osen.co.kr
[사진] 빅히트 뮤직, The White 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