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에서 배우 김지안이 서예지의 아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일 첫 방송한 tvN 수목드라마 '이브'(극본 윤영미, 연출 박봉섭)에 김지안이 서예지의 역할인 '라엘'의 아역을 맡아 주목받았다. '이브'는 13년의 설계, 인생을 걸고 펼치는 한 여자의 가장 강렬하고 치명적인 격정멜로 복수극이다.
김지안은 청소년기 라엘을 연기, 부족할 것 없이 행복하게 자라다가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고 하루아침만에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감정과 복수를 다짐하는 순간을 실감 나게 전했다. 라엘은 야심가인 판로(전국환)의 계략으로 회사를 뺏길 위기에 몰린 아버지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는 정로(정해균)에게 공포와 분노를 동시에 느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무력감에 빠지기도.
결국 압박과 폭력에 아버지가 사망하자 미소 지으며 나서는 정로를 보며 라엘의 세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또한 아버지 회사 직원들이 집을 뒤지며 인감도장을 몰래 가져가려 한 현장을 목격, 한사코 애원해도 자신을 내팽개치자 인간에 대한 일말의 믿음마저 산산조각 나버렸다.
다행히 인권 변호사인 은평(이상엽)의 도움으로 변호사협회 장학생에 선발, 비통한 심정을 안고 유학길에 올랐다. 공항에서 은평을 마주한 라엘의 낯빛은 피폐했고 텅 빈 눈빛 안에 황폐해진 마음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하지만 라엘의 목소리만은 선명했다. "세월이 흐르면 저라는 존재는 잊혀지겠지만 어느 날 저들의 불행이 떠들썩하게 알려지면 저를 떠올려 주세요. 갚아줄 거예요. 10배로"라고 나직이 말하는 라엘의 다짐이 앞으로 펼쳐질 숨 막히는 전개를 예고했다.
죄 없는 라엘 가족의 몰락을 보며 은평은 힘을 가져야 누군가를 지킬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라엘은 복수의 결의를 다지며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13년 후, 성인이 된 라엘(서예지)은 의도적으로 판로의 사위 윤겸(박병은)에게 접근, 고대하던 복수에 돌입한다.
2008년생인 김지안은 2016년 K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를 통해 데뷔 후 다수의 작품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아역배우로서 관계자들에게 주목받았다. 이렇게 쌓은 내공이 '이브' 1회에서 폭발했다. 어린 라엘이 느끼는 혼란과 슬픔, 그리고 독기와 증오 등 다채로운 감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이는데 확실히 일조했다는 평이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뿜어내는 카리스마가 시선을 사로잡은 것.
특히 김정로 역을 맡은 정해균과 맞서는 장면의 눈빛이 강렬했다. 한줄기 눈물과 형형한 눈빛으로 분노의 깊이를 제대로 전했고 이 소녀가 성인이 되어 어떤 복수를 할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공항에서 은평을 연기하는 이상엽과 나눈 대화 장면에서도 김지안의 진가를 드러냈다. 당장 쓰러질 듯한 겉면과 다르게 선명하게 복수를 다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것. 앞으로 활약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브'는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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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