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 고레에다 감독 "아이유 '나의아저씨' 반해 캐스팅..강동원=아역배우 전담" [인터뷰 종합]
OSEN 하수정 기자
발행 2022.06.02 15: 47

'브로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칸 영화제 비하인드부터 배우들과의 일화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2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영화 '브로커'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배급 CJ ENM, 제작 영화사 집)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다. 송강호, 배두나, 강동원, 아이유(이지은), 이주영 등이 출연했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 '브로커'는 에큐메니컬상,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거머쥐면서 2관왕에 올랐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브로커'는 그의 첫 한국 영화 연출작이다.  
한국 개봉을 앞둔 고레에다 감독은 "기대 반, 불안 반 이런 심정이다. 송강호 배우님을 비롯해 이번에 영화를 함께 만들었던 배우들과 칸 일정도 같이 했고, 국내 언론 시사도 함께 해서 그런 시간은 즐기고 있다"며 국내 관객들의 반응을 궁금해했다.
이어 "우선 송강호 선배님이 남우주연상을 타신 건 진심으로 기뻤다. 그건 나뿐만 아니라 함께 이 영화에 참여했던 분들과 칸에 함께하지 못했던 분들이 다 같은 마음"이라며 "보통 감독이라는게 내가 칭찬을 받게 되면 '빈말이 아닌가? 진짜인가?' 의심한다. 그런데 출연 배우가 칭찬을 받으면 무조건적으로 기쁘다. 이번 작품을 위해서 송강호 배우의 남우주연상은 최고의 상"이라고 했다.
앞서 고레에다 감독은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자, 눈물을 훔치는 듯한 행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시상식에서 눈물이었나? 땀이었나?"라는 질문에 "내가 솔직히 얘기하면 재미 없을텐데요?"라며 인터뷰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에 있는 물건을 직접 가져와서 보여줬다.
그는 "박찬욱 감독님과는 나이도 같고, 과거 내 작품의 배우가 주연상을 받을 때 '올드보이'로 수상하셨다. 신비한 경험이었다"며 "이번에 감독님이 단상 위에서 수상소감을 말했을 때 동시 통역을 듣고 있었는데, 일단 코로나 상황을 극복하고 오랜만에 영화인들이 함께 하면서 통상적인 영화제가 개최되는 것에 대해 다 같이 기뻐할 수 있는 상황과 수상소감 내용이 크게 감동적이었다. 그런데 그때 눈물을 흘렸던 건 아니다"라며 웃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극장 자체가 굉장히 더웠고, 턱시도를 입어서 등에는 계속 땀에 흐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가지고 있었던 것이 이거였는데, 이걸로 닦으면 체감 온도가 3도 내려가는 물티슈"라며 직접 뜯어서 보여줬다. "상기된 얼굴을 닦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박찬욱 감독님의 수상소감 타이밍과 땀을 닦고 있는 타이밍이 딱 맞아떨어졌다. 이 제품을 광고하기 위해서 갖고 나온 건 아니다. 기자분들이 워낙 질문을 많이 해주셔서 설명해 드리기 위해서 그랬다. 소감에 감동을 받은 건 사실"이라고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에는 아역배우가 등장하는 게 특징인데, 이에 대해 "아이가 가진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신경 쓴다. 아이가 촬영 현장이 오는 걸 즐겁게 만들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내일도 촬영 현장에 가고 싶다'라는 마음에 들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통상적으로 촬영할 때 현장에서 아이와 친하게 어울릴 수 있는 조감독 한 명을 둔다.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는 전담하는 사람이 아이를 보살피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한다"며 "이번에는 그 역할을 강동원 배우가 했다. 촬영이 없을 때도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아역 배우들과 놀아줘서 너무 감사했다. 아마 나 혼자였다면 감당하지 못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구석에 아이를 불러서 '이 장면이 잘 마무리되면 레고를 사줄게'하는 식으로 격려했다. 영화 마지막 촬영날에는 본인 신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장난감을 사들고 촬영장에 찾아왔었다. 그 아역배우도 굉장히 기뻐했다. 올해 들어 1월에 후시 작업이 있었는데, 아역배우한테 '누굴 가장 보고 싶었나?' 물었더니 맨 먼저 강동원 배우를 만나고 싶다고 했었다"며 훈훈한 미담을 전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가수 아이유를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고 이지은에게 홀딱 반했다. 그것이 이 캐스팅의 이유"라며 "현장에서 연기를 봤을 때도 훌륭했다. 처음에 이지은 씨를 만난 건 화상이었다. '잘 부탁합니다' 인사를 나눴고, 내가 서울로 온 다음에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뒤에 메인 배우분들과 다 모여서 리딩을 한 번 했다. 그때 이지은 배우의 목소리를 듣고, '역시 표현력이 풍부한 배우구나' 느꼈다. 목소리를 듣고 '태어나줘서 고마워' 대사가 원래 있었지만, 이지은의 목소리를 부각시킬 수 있는 장면을 나중에 수정해서 만들기도 하고 추가했다. 그리고 이지은 배우의 목소리를 듣고, 이 목소리를 살려야겠다 싶었다. 대본을 수정했던만큼 이지은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라고 칭찬했다. 
"아이유가 원래 가수라는 걸 알고 있었나?"라는 질문에 "이지은이 가수라는 걸 아예 몰랐다"며 "내가 '나의 아저씨' 드라마를 보고 나서 앨범도 구입하고, 공연 실황 DVD도 일본에 있는 걸 구입해서 더욱더 팬이 됐다. 그중에는 '이거 어디서 들어봤던 곡인데?'하는 게 몇 곡 있었다. 근데 가수 아이유라는 건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았다. 노래가 기가 막혔다"며 팬심을 드러냈다. 
또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와는 오래된 인연을 언급하면서 "작품을 함께 하기 전에도 영화제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그때 느꼈던 인상은 주변을 굉장히 즐겁게 해주는 밝은 분이라는 것이었다. 그 인상은 이번 현장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연기를 보면서 느낀 점은, 테이크를 거듭함에도 불구하고 매 신 전혀 다른 연기를 보여주며 계속 신선함을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마치 상대의 대사를 매번 새로 듣는 것 같았는데, 그런 배우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해서 굉장히 놀라웠다.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한가' 싶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차기작으로 넷플릭스 작품을 준비 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에 매력적인 배우들이 많다며, "지금 막 '브로커' 촬영이 끝났기 때문에 바로 한국에서 작업을 할 순 없다. 누구라고 말할 수 없지만 '이런 배우와 협업하고 싶다'라는 욕심이 드는 부분은 있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브로커'는 오는 8일 개봉한다.
/ hsjssu@osen.co.kr
[사진] 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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