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겐마' 작가들 "팬데믹만 2년여...드라마라도 살맛 나야죠" [인터뷰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2.06.07 11: 20

 권선징악이 아무리 뻔해도 반복되는 이유가 있다. 팍팍한 현실, 드라마라도 '사이다'가 돼줘야 하니까. 톡 쏘는 통쾌함으로 사랑받은 '어게인 마이 라이프'의 작가들이 그 이유를 밝혔다.
SBS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약칭 어겐마)'는 동명의 인기 웹소설, 웹툰을 원작으로 삼아 드라마로 각색된 작품이다. 지난달 28일 16회(마지막 회)로 막을 내렸다. 특히 드라마는 인생 2회차, 능력치 만렙 열혈 검사의 절대 악 응징기를 다룬 결과 선명한 권선징악과 통쾌한 즐거움을 보여주며 15회에서 최고 시청률 1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할 정도로 사랑받았다. 그 대본을 쓴 제이(유정수), 김율(김유리) 작가는 3일 OSEN과 서면으로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먼저 유정수 작가는 "'어게인 마이 라이프' 제작진을 비롯한 모든 배우와 스태프들께 감사한 마음"이라며 "지난 가을부터 추운 겨울을 지나 올해 5월까지 촬영을 했다. 팬데믹 기간이었는데 무사히 방송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어게인 마이 라이프'를 사랑해주신 시청자분들 덕분에 방송되는 내내 행복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김유리 작가 역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는데 '어게인 마이 라이프'가 시청자들에게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기쁘고 마음이 놓인다. 한겨울에 촬영하느라 힘든 순간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들이 무탈하게 마무리해줘서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고맙다"라고 한번 더 감사를 표했다.
그 중에서도 작가들은 주인공 김희우로 열연한 배우 이중기에게 깊은 고마움을 표현했다. 유정수 작가는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해줬다. 특히 이준기 씨의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걱정했는데 감독님과 함께 촬영장을 즐겁게 리드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연기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 중 김희우가 환생한 것처럼 보일 만큼 대체불가 배우였다. '어게인 마이 라이프'를 하면서 이준기 씨의 팬이 되어버렸고 앞으로도 응원할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어게인 마이 라이프' 배우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김유리 작가는 이어 "마지막 회(16회)를 보고 이준기 배우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준기가 아닌 김희우는 상상이 안 된다'고. 그만큼 캐릭터를 완벽 그 이상으로 소화해준 배우다. 작품을 대하는 열정은 작가인 저를 반성하게 할 만큼 엄청났다. 작가가 배우를 신뢰할 때 대본이 더 활력을 갖기 마련인데 그런 점에서 저는 이준기라는 배우를 100% 믿고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도 이준기의 열연이 담긴 장면이었다. 유정수 작가는 "김희우(이준기 분)가 환생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 집이었다. 이전 생에서는 부모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이라며 "그렇게 부모님을 다시 만나는 희우의 모습을 보면서 돌아가신 아버님 생각이 많이 났다. 효도는 살아생전에 해야 하는데 그걸 지나고서야 깨달았다"라고 남다른 감회를 털어놨다. 
그런가 하면 김유리 작가는 "12회에서 조태섭(이경영 분)이 김희우와 김석훈(최광일 분)을 불러 식사하는 씬이 있다. 조태섭의 질문에 김희우가 위기에 빠지는 거였다. 진실을 말하면 김석훈이, 거짓을 말하면 조태섭이 김희우를 칠 상황었다. 쓸 때는 몰랐는데 영상으로 보니 세 배우에게서 뿜어나오는 긴장감이 엄청났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창작이나 다름없는 각색의 과정에 성공한 원작의 존재가 버겁지는 않았을까. 유정수 작가는 "원작 재미있게 봤다. 하지만 웹소설과 웹툰은 1회 분량이 짧아 호흡이 짧았던 대신 드라마는 70분 분량으로 호흡이 길어서 짧은 에피소드를 유기적으로 잘 묶어 긴 호흡의 시퀀드로 만드는 작업이 나름 재미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는 웹소설이나 웹툰에 비해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는 산업"이라며 "그만큼 잘 제작할 수만 있다면 재미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훌륭한 상품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유리 작가는 "이 드라마는 웹소설, 웹툰이 펼쳐놓은 방대한 스토리를 짜임새 있게 압축해 유기적인 생동감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는 크게 놓고 보면 16부작의 긴 스토리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한 회 한 회가 완결성을 갖고 있다. 드라마 만의 스토리 디자인 과정을 거쳐 구성이 나오고 그것을 대본화하는 것"이라며 "아직은 다소 낯설 수도 있는 현대 판타지 회귀물 스토리를 TV로 거부감 없이 보셨다면 여러분은 이 드라마만의 매력을 이미 느끼신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각색 과정에서 작가들이 가장 고심한 부분은 현실적인 문제들과 '내러티브'였다. 유정수 작가는 "사실 회귀라는 설정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부분이고 가장 극적인 부분이다. 그런데 만약 두 번째 인생을 산다면? 제작진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 돈이 아니라 정의와 복수에 초점을 맞췄다. 선과 악, 빛과 어둠, 영웅과 악당, 정의와 복수라는 테마가 원작에 확실하게 그려졌기에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라고 했다. 
또한 "회귀물에서 부동산이나 주식, 비트코인 같은 소재는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였다. 집필 당시 한창 부동산 폭등기였고 청년 세대들의 영끌, 벼락거지 등 자산 격차와 불평등에 대한 시선이 따가운 시기였다. 타인의 비극이 주는 기회를 이용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했고 환생한 김희우가 부를 쌓아나가는 과정보다 빠른 전개로 정의구현에 앞장서서 사이다를 날리는 것이 불필요한 비판을 피해가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원작에 있는 부동산을 통해 부를 쌓아나가는 부분은 최소화했다"라고 설명했다. 
"흔히 사이다 전개라고 하는 웹소설, 웹툰과 달리 드라마는 갈등과 대립을 고조시키고 풀어나가야 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기존 독자들과 드라마 시청자 사이의 갭을 고민해야 했다"라는 김유리 작가는 "16회라는 한정적인 시간 안에서 방대한 사건들을 압축하는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하여 자연스럽게 원작의 장점인 사이다 전개를 살리면서 드라마적 요소를 놓치지 않는 쪽으로 집필 방향을 잡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작품의 매력이 된 선명한 권선징악 구도에 대해 유정수 작가는 "드라마에서나마 정의가 통쾌하게 이겨야 그나마 살 맛이 나지 않을까"라며 "국가가 선진국이 되고 나라가 잘 살아봐야 내 주머니에 돈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금 우리나라는 팬데믹 기간 동안 엄청난 유동성으로 인해 그 간격을 메울 수 없을 만큼 자산 격차, 불평등 사회로 달려가고 있다. 이러다간 사회가 두동강나게 생겼다. 그런 답답한 현실 속에서 김희우와 크루들이 힘을 합쳐 악인들을 차례차례 통쾌하게 무너뜨리는 빠른 전개가 시청자들에게 위안이 된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아울러 김유리 작가는 "통쾌한 사이다는 누구나 좋아하지만 패턴이 반복되면 지루함을 느낀다. 그 부분을 가장 경계하며 집필했습니다.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전개는 반전과 복선을, 전체적인 틀 안에서는 개연성과 명분을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이 시청자에게 잘 전달된 것 같다"라고 자부했다.
그렇다면 성공한 원작 만큼 사랑받은 각색된 드라마. '어게인 마이 라이프'로 작가진이 보여주고 싶었던 단 하나의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유정수 작가는 "지금 우리 현실이 많이 답답한 상황이다. 2년 여의 팬데믹을 거쳐 대다수 자영업자들과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 대다수"라며 "이들에게 '어게인 마이 라이프'가 잠시나마 답답한 현실을 잊고 통쾌함을 주는 드라마였기를 바란다"라고 했다. 더불어 김유리 작가는 "기획의도에 밝힌 대로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누군가 나서야 한다. 우리 드라마에는 그 길에 선뜻 자신을 던진 김희우라는 영웅이 있었다. 팍팍한 세상이지만 드라마에서 정의로움을 실천하는 주인공을 통해 숨통이 트였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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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삼화네트웍스, 크로스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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