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접이 풍년' 황치열이 근육을 자랑했다.
2일 방송된 KBS2 '팬심자랑대회-주접이 풍년'에서는 가수 황치열과 그의 공식 팬클럽 '치여리더'가 주접단으로 출연한 가운데 황치열의 레전드 무대가 소개됐다.
이날 황치열은 '매일 듣는 노래'를 부르며 무대에 나타났다. 주접단은 무대 가운데 나타난 황치열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주접단은 모두 다른 이유로 황치열을 좋아했지만 마음만큼은 하나였다. 주접단은 코러스로 분해 노래를 채웠다. '매일 듣는 노래'는 황치열의 9년 간 무명생활을 끝낸 소중한 곡이었다.
그러나 팬들의 환호와 달리 관객석 가운데 자리한 주접단의 가족들은 무표정이거나 선글라스를 쓰는 등 시큰둥했다. 황치열은 "이런 순간이 올 줄 몰랐다. 항상 해맑게 웃고 계신 관중들만 봤지. 정 가운데에 인상을 쓰고 계시니까 정면을 못 보겠더라. 앞도 못 보겠고 뒤도 못 보겠다"라며 "가시방석"이라고 어쩔 줄 몰라했다.

황치열이 특히 불편해 한 건 모자 팬 때문이었다.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황치열의 팬인 이 가족은 반대석에 딸과 아버지가 자리했다. 아버지는 황치열을 보고 눈물 흘리는 아내와 아들의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하고 선글라스를 썼다. 무대가 끝난 뒤 "이러고 가면 더 덕질할 거 아니냐. 감당 안 된다. 쟤(아들)는 왜 그래. 뭐가 문제야"라 물었다.
아들은 황치열을 본 기쁨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들은 "치열이 형은 잘생기고 목소리도 좋고 빠질 게 없다"고 말해 주접단을 흐뭇케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헛바람이 든 것 같다. 한 번 콘서트에 다녀오더니 '치열이 형'이라고 부르더라. 이전에는 공부도 잘했고 모범생이었는데 이젠 가수가 되겠다고 한다"며 걱정했다. 아들은 암산으로 상을 휩쓸만큼 공부를 좋아하다 황치열에게 빠진 뒤에는 가수로 장래희망을 바꿨다.
그런데 알고보니 아버지의 사업 위기로 어머니가 스트레스를 받아 자주 쓰러지며 아파했다는 배경이 있었다. 이 어머니는 우연히 황치열의 노래를 듣고, 찾아보다가 황치열의 사투리에 반해 좋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아들은 "엄마가 황치열을 좋아한 뒤부터 날라다녔다"며 콘서트 티켓 값을 보태고 싶어 동생과 함께 모은 저금통도 내놓았었다고 전했다.

어머니는 아이들의 마음에 감동해 팬카페에 이러한 사연을 알렸다. 그러자 한 팬은 티켓을 구해주며 "아이들의 마음이 너무 예쁘다"고 코멘트 했다고. 이 팬은 어머니와 아들 팬의 바로 앞에 앉은 '인천공항 팬'이었다. '인천공항 팬'은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황치열의 팬으로 황치열 또한 아는 이였다. '인천공항 팬'의 가족으로 반대석에 자리한 건 역시 팬의 어머니였다.
'인천공항 팬'은 “방청 신청을 했는데 당첨이 됐다. 가수님이 KBS를 친정 집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그렇다”며 이번 방송 출연 이유를 밝힌 한편 가족사진 대신 황치열의 사진과 등신대, 포스터 등으로 가득찬 집을 소개했다. 신난 딸의 뒤에 대고 어머니는 계속해 불평했다. 어머니는 “딸이 그러고 다니는 게 샘 나는 거다. 너무 도가 넘치게 설치고 다니니까”라며 질투했다.
이어 어머니는 “병원에서 수술하고 누워있는데 기다리다 심심하니까 바꿔놨다”며 황치열과 딸이 함께 찍은 사진이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되어있음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모자 팬의 사연에 티켓을 제공해주었다는 딸을 보고는 "봉사하는 마음이 있다니 좋다"며 감동했다. 그래서인지 '인천공항 팬'은 어머니의 타박에도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다. 이후 '인천공항 팬'은 “가수님이 인천공항에 나타났다 하면 누구보다 제일 빨리 달려갈 수 있다”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장민호는 “생각보다 굉장히 일을 열심히 안 하시네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인천공항 팬'의 어머니는 “사돈이 이걸 보면 어떡하나. 며느리가 요조숙녀인 줄 아는데”라며 걱정했다. 어머니는 사위에게까지 미안하다는 영상편지를 남겨 장민호가 스타로 '주접이 풍년'을 출연했을 때 역시 '장서방'에게 영상편지를 남겼던 한 팬의 어머니를 연상케 했다.
이후 팬들이 꼽은 황치열의 레전드 무대가 소개됐다. 3위는 성인식, 2위는 키스미, 1위는 코코아 댄스였다. 황치열은 "성인식 무대는 원래 긴팔로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근육 때문에 안무가 안 되더라. 결국엔 지금처럼 팔을 팠는데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박진영의 키스미를 커버한 영상을 보고는 "사실 지금 몸이 더 좋다"고 자랑했다. 황치열은 "저때는 아마 체지방이 12% 정도 되는 것 같고. 지금은 6%대다"라고 전해 박미선을 놀라게 했다. 이태곤은 "황치열이 설문조사에서 '자기관리 잘하는 스타 1위'로 뽑혔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해외 팬이 영상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황치열의 팬은 노래를 커버한 영상을 방송국에 보냈다. 외국인 팬은 노래실력과 놀라운 한국어 실력으로 감탄을 자아냈다. 그가 함께 보낸 편지에는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에 거주 중인 승무원 디에고입니다. 저는 K-드라마를 즐겨보는데 황치열님이 부르신 구르미 그린 달빛 ost ’그리고 그리워서‘를 듣고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최선을 다해 발음을 흉내 내서 연습했습니다"라 적혀있었다.
이윽고 황치열은 팬들이 적은 '황치열을 좋아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읽으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팬들은 "목소리가 너무 좋다", "사투리에 반했다"며 저마다의 이유를 밝혔다. 이날 황치열은 장민호와 함께 수준급의 중국어를 구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황치열은 "중국에 진출할 때는 '니하오' 밖에 몰랐다. 가사를 외우는 것처럼 중국어를 외웠다"고 말해 집념과 근성을 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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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주접이 풍년'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