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로이어’ 닥터→로이어 변신 소지섭, 단테스식 복수할까?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2.06.05 16: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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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스웨덴의 추리작가 스티그 라르손은 작품 ‘벌집을 발로 찬 소녀’에서 의사를 ‘환자와 장의사 사이의 골키퍼’라 정의한 바 있다. 메디컬 드라마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지키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서스펜스를 보장받는다.
법정드라마 역시 따로 ‘법정 스릴러’란 장르로 분류될만큼 스릴과 서스펜스를 다루기에 좋은 장르다.

3일 첫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닥터 로이어’는 그런 의학드라마와 법정드라마를 믹스해 눈길을 끌었다. “법정은 수술실과 같다. 우리의 남은 삶이 끝날 수도, 새롭게 시작될 수도 있으므로...”라 밝힌 작의가 드라마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즉 드라마는 조작된 수술로 모든 걸 빼앗기고 변호사가 된 천재 외과의사와 의료범죄 전담부 검사가 활약하는 메디컬 서스펜스 법정 드라마다.
먼저 궁금한 것은 2년 실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자가 과연 변호사가 될 수 있는 지였다. 이에 대해 변호사시험법 제 6조 응시결격사유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5년 후’란 시간은 주인공 한이한(소지섭 분)이 변호사로 환골탈태 하는 데 아무 무리가 없는 시간이다. 1년 로스쿨 공부하고 2년 로스쿨 다니고 1년을 기다렸다가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면 1년의 변호사 경력마저 쌓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반석병원 흉부외과엔 천재의사 한이한이 있다. 한이한은 일반외과와 흉부외과, 두 개의 전문의 자격을 보유한 더블 보드(doubLe-board) 외과의로 수술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홀어머니(남기애 분)를 모시고 사는 이한에게는 검사인 애인 금석영(임수향 분)이 있고 석영 역시 가족이라곤 심장병을 앓고 있는 남동생 금석주(한승빈 분) 뿐이다.
이한에겐 최근 좋은 일이 많다. 병상에서 수능을 치른 석주가 만점을 받았고 석주가 이식을 기다리는 심장도 확보됐다. 자신의 손으로 석주의 심장을 고치고 나면 석영과 결혼해 4식구가 단란한 가정을 꾸릴 꿈에 부풀어 있다. 석영에겐 청혼 반지도 건넸다.
게다가 병원장 구진기(이경영 분)가 직접 집으로 불러 흉부외과 과장 자리를 약속했다. 사실 이한은 진기의 아들인 구현성(이동하 분)이 매조짓지 못하는 수술들을 책임지는 유령의사 노릇을 맡아 현성의 커리어를 지켜줘왔다.
다행히 석주의 수술은 무탈하게 잘 끝났다. 그 밤 휴게실에서 쉬고 있던 이한에게 진기의 호출이 당도한다. 새벽시간 불려간 수술실엔 예약되지 않은 또 다른 심장이식수술이 이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장의 출처를 의심해 보지만 병원장 진기가 모든 불법사항에 대해 책임지고 이식 후 도너 가족에게도 사죄와 양해를 구할 것이라고 장담해 집도를 맡게 된다.
장시간의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이한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마주한다. 석주의 죽음. 석주의 이상징후를 발견한 대웅(조현식 분)이 무수한 콜을 날렸지만 이식수술 중이던 이한은 응할 수 없었다.
결국 자신이 집도한 새벽시간의 수술은 석주의 심장을 누군가에게 이식하는 수술이었던 것이다. 부검 소견도 이한의 의료과실로 나오고 함께 수술을 진행했던 스텝들도 의료과실을 증언한다. 설상가상 진기의 집에서 나오며 천실장(이규복)에게 받았던 와인상자엔 돈다발이 그득했고 미처 되돌려주지 못한 그 돈은 의료업체의 리베이트로 둔갑해버렸다.
구치소 재소자들로부터 불의의 폭행을 당한 밤. 의무실에 나타난 구진기는 본색을 드러낸다. “의료과실 인정하면 살겠지. 너도, 네 엄마도.”
결국 2차 공판에서 이한은 본인의 과실을 인정하고 실형 2년의 집행을 유예받는다. 재차 확인해오는 석영에게 마저 “내가 석주 죽인 게 맞다”며 사라져간다. 그리고 5년 후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친구 박기태(김형묵 분)의 의료사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한이한. 그의 양복깃엔 변호사 뱃지가 달려있었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대중소설임에도 고전으로 분류되는 복수극의 대명사다. 뒤마는 주인공 에드몽 단테스가 가장 행복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뜨렸고 그를 나락으로 떠민 이들을 그의 친구들로 설정했다.
2화까지 방영된 ‘닥터 로이어’도 이 플롯에 충실하다. 야망 대신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이한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을 안겨줬고 뒤이어 믿었던 이들의 배신으로 추락하는 아픔을 안겨줬다. 단테스는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변신했고 닥터 한이한은 로이어 한이한으로 변신했다.
이제는 고전이 돼버린 에드몽 단테스의 복수극처럼 이한의 복수극이 치밀하고 통쾌하게 전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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