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44)야말로 배우계 ‘덕장’이다. 한국 나이로 따지면 아직 마흔 네 살 밖에 안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후배를 아우를 줄 아는 깊은 이해심과 따뜻한 마음을 갖췄기 때문이다.
“기성 세대로서 다음 세대가 저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태도에서부터 우물처럼 깊은 그녀의 내공과 주변을 아우르는 따뜻한 인성을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배두나는 8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화상 라운드 인터뷰에서 “올해 칸영화제에 가지 못 해 너무나도 아쉬웠다”라고 전했다. 그녀는 현재 미국 할리우드에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신작 ‘리벨 문’을 촬영하고 있다.

배두나는 지난달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봤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스케줄 정리를 해봤는데 안 되더라. 배우에게는 현재 진행하는 작품의 촬영이 우선이다”라며 “영화 ‘브로커’도 그렇지만 저는 이번에 영화 ‘다음 소희’도 함께 초청받아서 제게는 특별한 해였다. 참 기뻤는데 그 이틀 낼 시간이 안 되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두나가 주연을 맡은 영화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다음 소희’(감독 정주리)가 올해 칸영화제에서 각각 경쟁 부문, 비평가주간 부문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이날 배두나는 “예전에 심사위원 초청으로 칸영화제에 초대를 받았었는데 그때도 미국 촬영으로 인해 못 갔었다. 당시 부산영화제에서 칸 집행위원장님을 만났는데 ‘우리 (영화제 참석) 거절했지?’라고 하시길래 ‘다음에는 꼭 가겠다’고 했었는데 이번에도 못 갔다. 칸영화제에 초청받을 때마다 왜 제가 미국 영화를 찍고 있는지 모르겠다.(웃음)”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그녀는 함께 출연한 배우 송강호(56)가 ‘브로커’를 통해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을 축하하며 “송강호 선배의 칸 남우주연상 수상이 정말 기뻤다. 저에게 있어서 커다란 기쁨은 송강호 선배가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타신 거다. 송강호는 제가 정말 존경하는 선배이고, 우리나라에서 정말 큰 배우다. 더불어 영화 ‘브로커’가 좋으니까 선배도 좀 더 호평을 받지 않았나 싶다. (수상 당일) 송강호 선배의 수상 속보가 뜨자마자 축하 문자를 보내드렸는데 아직까지 답장이 없다.(웃음) 너무 문자를 많이 받으신 것인지…사실 제가 카톡을 안 해서 문자로 드렸는데 외국에 있어서 문자가 안 것인지…”라고 밝혀 웃음을 남겼다.
두 배우는 ‘복수는 나의 것’(2002), ‘괴물’(2006), ‘마약왕’(2018), 그리고 ‘브로커’(2022)까지 총 4작품을 함께 했다. 같은 날 오후 열린 화상 인터뷰에서 송강호는 “그날 저는 프랑스에, 배두나는 미국에 있어서 그런지 제가 문자를 못 받았다. 인터뷰 후 오늘 저녁에 바로 배두나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는 인사를 하겠다”고 화답했다.
배두나는 “사실 제가 송강호 선배와 가장 많이 작품을 한 배우다. 제가 스물 한 두 살 때부터 같이 작품을 해 온 선배인데, 그 분이 온 영혼을 바쳐서 영화 한 편 한 편을 만들어 온 것을 지켜봐 왔으니 올해 수상은 정말 기뻤다”고 다시 한 번 축하 인사를 남겼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61) 감독에 대해서는 “제가 감독님의 전작 영화 ‘공기인형’을 했을 때도 고레에다 감독님과 굉장히 좋은 경험을 했었다. 그때부터 굉장히 존경심이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배두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2010)에 이어 신작 ‘브로커’(2022)에도 주연으로 합류해 호흡을 맞췄다. ‘브로커’는 2015년부터 고레에다 감독이 진행해 온 프로젝트인데, 배우들의 촬영 스케줄 및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고려해 지난해 크랭크업했다. 이 영화에서 배두나는 형사 수진 역을 맡아 나이 어린 엄마 소영(아이유 분), 아이 브로커 상현(송강호 분)과 동수(강동원 분)를 보며 관점의 변화를 겪는 인물을 소화했다.
배두나는 “이번에 감독님과 다시 한 번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제게도 굉장한 영광이었다.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님은 그대로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 스태프를 존중하는 자세, 배우들을 대하는 태도, 연기 디렉팅이 변함없이 똑같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제가 제일 존경하는 감독님이다. 정말 넘버원, 완성형 감독님”이라고 칭찬하며 웃었다.

“저는 20대를 보내고 나서 제가 맡을 역할이 무엇인지보다 어떤 작품을 하는지 보게 됐다. 내 역할이 좋은 것보다 어떤 작품 안에 내가 있고, 그 작품 안에서 내가 어떻게 쓰이는지 보게 됐다. 그렇다 보니 공교롭게도 그런 역할들이 많이 들어오는 거 같다. 제가 사회문제를 보며 ‘이런 건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배두나는 여성 영화인의 시각과 함께, 한국영화에 필요한 올바른 시선을 고민하고 있다.
그녀는 “기성세대로서 저보다 나이가 어린 분들이, 내가 살았던 시대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영화 ‘다음 소희’에서도 사회문제를 알게 되는 과정이 있으니 (캐릭터들간의) 갈등 과정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게 있었다. 시행착오나 생각의 전환, 반성하는 모습을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관객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배두나는 자신의 얼굴이 얼마나 멋있고 예쁘게 나왔는지, 자신만의 연기가 어땠는지 현장에서 매 테이크 모니터 하는 배우들과 레벨이 다르다.
“저는 감독님들이 ‘오케이’ 하면 저 역시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촬영을 할 때 저는 제 연기를 모니터 하지 않는다. 보면 부끄럽고 민망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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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J ENM, 영화사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