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받아도 변함없다"…'브로커' 송강호, 데뷔 33년차 배우의 ing(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6.08 18: 49

 송강호(56)와 얘기하다 보면,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질 만큼 묵직하고 단단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경험치가 많으니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고 그래서 그런지 한마디 한마디 또박또박 잘 전달한다.
그가 올해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2022)에서 전 세계 남배우들을 제치고 최고의 영예인 남우주연상을 받아 여러 감정이 봇물처럼 밀려들었을 텐데, 지금은 묵묵하게 그 감정들을 소화하고 있다.
송강호는 8일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은 배우로서 너무 영광스러운 일이라 기쁘다. 최고의 영화제에서 수상의 순간을 ‘브로커’ 팀과 나란히 앉아서 함께 맞이할 수 있었다는 게 제게는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고 남우주연상 수상 소감을 남겼다.

지난 5월 28일 진행된 75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송강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61) 감독의 새 영화 ‘브로커’(제공배급 CJ ENM, 제작 영화사 집)로 최고 남자 연기상을 차지했다. 이는 배우 전도연(50)이 지난 2007년 열린 칸 국제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정확히 15년 만이다. 한국의 남녀 배우가 각각 주연상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영화의 위상을 다시 한번 높였다.
송강호는 이날 인터뷰를 통해 수상의 순간을 떠올리며 “배우로서 연기를 하는 것이지 영화제 출품 위해, 상을 받기 위해 연기를 하진 않는다. 그렇게 했다고 해서 마음대로 상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영화 작업은 관객들과의 소통이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상을 받아도 변하는 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그는 칸영화제 폐막식 이전에 진행된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했던 바. 그 이후 올해 최고의 남자 배우상을 수상했지만, 수상 이력만으로 달라질 게 없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지금껏 받았던 트로피를 집에 진열해 놓지는 않았다. 그냥 지나가면서 우연히 보게 되면 마음을 다잡기보다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저의 감사한 마음을 향한) 대상이 누가 됐든 저는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좋은 작품을 통해 많은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은 게 저의 유일한 목표다. 그 과정에서 영화가 영화제에 출품되고, 그러다가 수상도 하는 거다. 물론 배우로서 수상은 너무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이게 목표가 될 수 없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송강호는 아내, 아들, 딸과 함께 칸영화제를 찾았다. “이번에 아들이 처음 칸에 갔다. 지금은 축구를 하지 않지만 과거에 축구선수로 활동을 했었고 군대에 가느라 저와 같이 칸에 갔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에 처음 시간을 내어 같이 갔다. 네 가족이 함께 가서 그런지 의미가 있었던 거 같다”고 말했다.
‘수상 직후 가족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는 물음에 “아직까지 다정다감하게 얘기를 나누진 못 했다. 정신이 없었다. 요즘 ‘브로커’ 홍보를 하고 있고, 며칠 전까지 영화 ‘거미집’의 마지막 촬영을 하느라 바빴다. 여유가 생길 때 가족들과 수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다. 그간 응원하고 질책해주셨던 한국영화 팬들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노력하고 새로운 송강호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 계속해서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하며 쑥스럽게 웃었다.
송강호는 ‘괴물’(감독 봉준호, 2006) ‘밀양’(감독 이창동, 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감독 김지운, 2008) ‘박쥐’(감독 박찬욱, 2009) ‘기생충’ (감독 봉준호, 2019)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2021)에 이어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칸에 7번째 방문했다.
송강호는 이날 십여 년 전부터 알고 지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인성을 극찬하며 “정말 덕장이다. 고레에다 감독님은 제가 지난 2007년 ‘밀양’으로 칸영화제에 다녀온 이후 (그해 10월 열린) 부산 국제영화제 때 처음 뵀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이전부터 감독님의 작품을 감동적으로 봐왔다고 인사를 드렸다. 제가 너무 존경하던 상태에서 만났고 그날 잠시 얘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이후 9~10년이 흘렀다. 지금으로부터 한 6~7년 전쯤 고레에다 감독님과 정식으로 미팅을 가졌다. 그때는 ‘요람’(2015~2016년)이라는 제목으로 얘기를 나눴다. 감독님이 당장 들어갈 영화는 아니고 꼭 하자는 얘기를 하셨다”고 작품 합류 과정을 회상했다. 당시에도 고레에다 감독은 송강호를 비롯해 배두나(44), 강동원(42)의 캐스팅을 염두하고 있었다.
송강호는 “고레에다 감독님이 갖고 있는 심성이 인상적이다. 인격적으로 깊고 어마어마한 철학으로 무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촬영현장에서 배우, 스태프의 말에 항상 귀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수용을 한다. 그가 소통하는 모습에 굉장히 놀랐다. 그 어떤 권위 의식도 갖고 있지 않아서 특히 더 놀라웠다. 저와는 친구처럼 정말 행복하게 작업을 했다”고 촬영기를 전했다.
송강호는 1990년 연극으로 데뷔해 올해 햇수로 활동 33년 차를 맞이했다. 그는 선후배 동료 배우들의 캐릭터 해석, 연기 스타일에 대해 평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다는 가치관을 전했다. 배우로서 서로 존중하며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저는 상대배우를 존중하지 않으면 서로 교감이 이뤄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현장에서 배우들을 지켜보고 그들에 맞춰서 제가 연기를 하는 입장이다. 그들에게 제가 생각한 연기 스타일을 강요한 적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후배들이 끝나고 제게 물어본다면, 그땐 제가 얘기를 해줄 순 있어도 촬영을 할 때는 감독님과 배우들의 관점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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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써브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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