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이병헌이 김혜자를 위해 한라산에 올랐다.
12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극본 노희경/연출 김규태 김양희 이정묵/기획 스튜디오드래곤/제작 지티스트)에는 이동석(이병헌 분)이 강옥동(김혜자 분)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한라산에 오르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강옥동은 이동석과 함께 자신의 고향 마당리를 찾았다. 이동석은 강옥동이 말기암인 걸 알고 하고 싶다는 걸 모두 들어주고 있는 상항. 마당리는 목포 끝에 위치한 마을로 이미 오래 전 저수지로 변했다. 그래도 가보고 싶다는 강옥동의 고집에 이동석은 강옥동과 함께 산길을 올랐다. 강옥동은 구두를 신고 오는 바람에 발을 접질렀다.
조금 뒤 저수지에 도착한 이동석은 "집이 어디 있었어?"라고 물었다. 하지만 강옥동은 대답 없이 이리 저리 두리번대기만 할 뿐. 이동석은 "모르는 구만. 여기 언제 와보고 안 왔어? 뭐한다고 고향에도 안 와보고 살아"라며 타박했다. 이동석은 이어 “부모 형제는 있었을 거 아니야? 할아버지, 할머니는 언제 돌아가셨어? 이모 한 분 계셨던 거 같은데?”라 궁금해했다.
그러나 강옥동에게 남은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강옥동은 "수 년 전에 죽었어"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동석은 다 봤냐고 물어봤고 강옥동은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다니 내려가려는데 강옥동이 발을 저는 걸 본 이동석. 이동석은 양말을 벗겨 본 뒤 발이 퉁퉁 부은 걸 보고 언제부터 그랬냐고 물었다.
강옥동은 "조금 있으면 낫는다"며 손사레를 쳤다. 그러자 이동석은 “뭘 나아? 그랬으면 암도 벌써 낫겠네”라며 답답해하다 지팡이를 하나 구해주었다. 그때 하늘에서는 비가 곧 쏟아질 것처럼 천둥이 울렸다. 하는 수 없이 이동석은 강옥동을 들쳐업고 차로 향했다. 이동석은 “다 업힌 거야? 뭐야, 가죽만 남아가지고”라며 속상해했다.
차에 돌아온 이동석은 강아지에 눈길을 주는 강옥동에게 “내가 종우 종철이한테 맞을 때 속이 상하긴 했어? 다른 엄마들은 자식이 아프면 속이 썩어 문드러진다는데. 엄마 아프라고 일부러 맞았는데 어땠어? 남자가 그렇게 좋았냐? 자식이 있어도 남자 없으면 못 살겠었냐?”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먹고 살 게 걱정이면 학교 관두고 육지에서 막노동해서 먹여 살리겠다고 했지. 그 어린 새끼가 애원했지. 늘 뭐가 그렇게 당당해서 미안한 게 없냐. 암 걸리면 그뿐이야? 그때 나한테는 아무도 없었는데. 나한테 남은 건 엄마뿐이었는데. 엄마라고 부르지 말라고? 그때 나한테 하나뿐인 마지막 어멍까지 빼앗아 간 거야. 그래놓고 미안한 게 없어? 어떻게 미안한 게 없어?”라 원망했다.
그러자 강옥동은 “어떤 미친년이 미안한 걸 알아. 네 엄마는 미친년이야. 미치지 않고서야 딸년을 물질을 시켜 죽이고, 그래도 살려고 붙어먹고. 그저 자식이 세 끼 밥 먹으면 되는 줄 알고. 자식이 처맞는 걸 보고도 멀뚱멀뚱. 개가 물어뜯을 년. 죽으면 장례 치르지 말아, 울지도 말아. 너 누나, 아버지 있는 바다에 던져버려”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후 강옥동의 몸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이동석은 강옥동을 데리고 병원을 찾았다. 이동석은 "의사가 나한테 자식이 맞녜. 산송장 같은 엄마를 어떻게 끌고 다니냐고. 당장 입원 시키래. 안 그러면 상 치른대"라며 입원실을 잡겠다고 말했다. 강옥동은 "가, 일나도 가, 집에"라며 제주로 가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강옥동의 고집에 져준 이동석은 강옥동이 가고 싶다는 구사읍을 찾았다. 이곳에는 강옥동이 열셋 즈음 밥을 짓고, 설거지도 하며 이동석의 아버지를 만났다는 '구사식당'이 있었다. 이미 불은 꺼져있었지만 강옥동은 이동석의 아버지가 자신을 예뻐했다며, 짜장면을 사주었다고 추억했다. 이동석은 "제주 내일 갈까? 이모네 갈까? 조카들 보러?"라고 물었고, 강옥동은 "그냥 가. 사느라 바쁜데"라며 제주행 배를 타러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배에 탄 이동석은 강옥동이 '경'자를 물어보자 창문에 써주었다. 강옥동은 이동석이 쓴 '경' 앞에 '오만'이라 적었다. 이동석이 "오만경이 누군데?"라 묻자 강옥동은 "엄마 이름"이라고 답했다. 이동석은 "또 무슨 자 알고 싶어?"라며 강옥동의 아빠 '강팔판'부터 '제주', '목포', '바당', '푸릉' 등을 적어주었다. 그러다 강옥동은 '한라산'을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강옥동은 제주에 살았지만 한라산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이동석은 "제주 사람이 한라산도 안 가보고 뭐했어. 나는 가봤지. 뻑하면 갔지, 엄마 미우면. 가보고 싶어 한라산?"이라 물었다. 그러자 강옥동은 "가보고야 싶지"라 말했고, 이동석은 곧 잠든 강옥동을 데리고 한라산 중턱을 찾았다.
강옥동은 바람에 실려오는 눈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동석은 "설마 백록담은 몰라도 여긴 와봤지?"라 물었다. 강옥동은 고개를 저으며 "백록담은 여기보다 더 좋지?"라 물었다. 이동석이 말해 뭐하냐고 답하자 강옥동은 "데려가라"고 말했다. 이동석은 "가는 데만 네 다섯 시간 걸려. 내려오다가 일 치뤄"라며 만류, 강옥동은 역시나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동석은 만물상에서 등산화와 목도리를 꺼내와 강옥동에게 입히고는 한라산 등반에 나섰다. 이동석은 산을 오르며 "만약에 사람이 죽어서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면 어떡할 것 같냐"라 물었다. 강옥동은 "다시 태어나면 좋지. 돈 많은 부잣집에 태어나 돈 걱정 안 하고 글도 배우고 자식들도 일 안 시키고 명 긴 사람 만나 한 번 그리 살면 좋을거야"라 답했다.
그러자 이동석은 "엄마 다시 태어나면 나랑 또 엄마 아들로 만나 살까?"라 물었다. 강옥동은 고개를 저었다. 이동석은 "내가 지금 같지 않고 착하고 순하면? 말 잘 듣고 웃음많고 살갑고 동이누나처럼 공부 잘하면 그럼 다시 만나?"라 되물었다. 이제 강옥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동석은 "누나는 바다 좋아했어. 엄마가 바다에 들어가래서 들어간 게 아니라 지가 좋아서 들어간 거라고. 그건 내가 기억해"라며 강옥동을 위로한 뒤 "살면서 언제가 제일 좋았어?"라 물었다. 강옥동은 "지금. 너랑 한라산 가는 지금"이라 대답했다. 그러나 강옥동은 마음과 달리 힘에 겨워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이동석은 눈덮인 백록담을 보여주기 위해 혼자서 한라산에 올랐다.
조금 더 가자 이동석 앞에는 입산금지 표시가 눈에 띄었다. 이동석은 핸드폰 카메라를 켜고는 상황을 설명한 뒤 "나중에 눈 말고 꽃 피면 오자. 엄마랑 나랑 둘이. 내가 데리고 올게. 꼭"이라 약속하며 울먹였다. 나중에 산에서 내려와 강옥동에게 이 영상을 보여주자 강옥동은 수없이 돌려봤다. 그날 저녁 이동석은 강옥동에게 자신의 집을 보여주었다.
이곳에는 민선아(신민아 분)와 그의 아들이 이미 와있었다. 이동석은 "엄마, 내가 좋아해. 저 사람"이라고 민선아를 소개했다. 강옥동은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밤이 깊어 강옥동은 집에 돌아가지 않고 이곳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이동석은 혼자 자는 게 무섭지 않겠냐고 물었다. 강옥동은 "좋은 데 갔을 거다. 다들 안 오는 걸 보면 안다"며 "안 무서워. 무섭긴 뭐가 무서워. 동이 간 데 가는데"라 답했다.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낀 이동석은 "무슨 다른 소리야"라며 "내일 된장찌개 끓여놔요. 엄마껀 맛있어. 다른 건 맛없어서 안 먹는 거야"라 말했다. 강옥동은 이 말에 웃음지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강옥동은 이동석이 말했던 된장찌개를 한 사발 끓여놓고, 마당에 강아지들 밥도 챙겼다. 그런 뒤 이불을 덮고 누워 까무룩 잠이 들었다.
이동석은 조금 뒤 집을 찾아 강옥동이 차려 둔 밥을 먹으며 "나 왔으니 일어나"라고 말했다. 그런데 강옥동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이동석은 한 번 더 일어나라고 말했다. 아무런 답이 없자 이동석은 강옥동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강옥동의 코 가까이에 귀를 대 봤지만 숨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강옥동은 현춘희(고두심 분)에게 전화를 걸었고, 현춘희는 "정준이랑 은희한테는 내가 전화하겠다. 너는 엄마 곁에 있어라"고 당부했다. 전화를 끊은 뒤 현춘희는 양말을 챙겨신으며 눈물을 흘렸다. 울음이 나는 건 이동석도 마찬가지였다. 이동석은 자는 듯이 숨이 멎은 강옥동을 품에 안고 통곡했다.
이동석은 "사랑한단 말과 미안하단 말도 없이 내 어머니 강옥동 씨가 내가 좋아했던 된장찌개 한 사발을 끓여놓고 처음 왔던 그곳으로 돌아가셨다. 죽은 어머니를 안고 울며 난 그제서야 알았다. 난 평생 어머니 이 사람을 미워했던 게 아니라 화해하고 싶었다는 걸. 이렇게 오래 안고 지금처럼 실컷 울고 싶었다는 걸"이라 생각했다.
한 달 후, 이동석은 현춘희와 함께 2인 3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동네 체육대회에서 승리하기 위해 준비하던 것. 큰 체육대회가 열리는 만큼 민선아, 최한수(차승원 분), 이정은(정은희 분), 이영옥(한지민 분), 고미란(엄정화 분) 등 모두 모였다. 최한수가 이동석에게 괜찮냐고 묻자 이동석은 "아, 그럼. 산 놈은 사니까"라며 담백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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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화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