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살아가다 아무도 모르게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 시대. 과거에는 주로 노년층을 대상으로 이 같은 일이 벌어졌었지만, 이제는 중장년층에서 청년층까지 점차 세대가 낮아지며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처럼 고독사가 우리 사회에 늘어나면서 사회문제로 인한 개인적·사회적 피해를 방지하려는 취지의 법안이 제정돼 현재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홀로 사는 노인들이 여유있는 자신의 주거 공간을 학생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하고, 학생들은 비교적 저렴한 월세를 내고 친구처럼 말벗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가족이 되어간다면, 고독하고 외로움이 만연한 시대에 새로운 솔루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새 한국영화 ‘룸 쉐어링’은 고령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노인문제와 함께 대학에 입학하고도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며 ‘N포 세대’로 전락한 20대 청춘들의 아픈 일상을 한그릇에 녹여담았다. 현실적으로 그려진 할머니, 대학생 캐릭터가 공감대를 형성함과 동시에 우리 앞에 놓인 현실 속 문제들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15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새 한국영화 ‘룸 쉐어링’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연을 맡은 나문희와 신예 최우성, 각본 및 연출을 담당한 이순성 감독이 참석했다.
‘룸 쉐어링’(감독 이순성, 제공배급 엔픽플 엔픽블록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작 TS나린시네마)은 까다롭고 별난 할머니 금분(나문희 분)과 흙수저 대학생 지웅(최우성 분)의 한집살이 프로젝트. 2019년 드라마 ‘열여덟의 순간’으로 데뷔한 최우성은 이 영화가 첫 번째 스크린 출연작이다.

이날 최우성은 “제가 외동이라서 지웅이는 나와 완전히 반대의 삶을 살았겠다 싶었다. 또래 친구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지웅이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거 같았다. 제가 외동임에도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데, 저와는 지웅이가 다른 거 같아서 완전히 반대로 가보자 싶었다”고 캐릭터를 분석한 과정을 전했다.
특히나 만취 연기가 어려웠다는 그는 “제가 낮에는 술을 마셔본 적이 없어서 그 부분을 연기하는 데 어려웠다”고 촬영기를 떠올렸다. 이어 최우성은 “저의 첫 영화인데 나문희 선배님과 같이 하게 돼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선생님이 촬영 기간에 선물도 주셨고, 너무 따뜻하게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금분 역의 나문희는 “전주에서 영화를 한 번 봤고 오늘 또 봤다. 최우성 배우가 얼굴이 잘생겼고 착하기도 하지만 특히나 연기가 좋았다”고 칭찬했다.

이순성 감독은 ‘아내가 결혼했다’(2008) ‘완득이’(2011) ‘러브픽션’(2012) ‘남자사용설명서’(2013) ‘신의 한수’(2014) ‘아이 캔 스피크’(2017) ‘해빙’(2017) ‘명당’(2018) ‘사자’(2019) 등의 영화에서 동시녹음 및 음향 담당 스태프로 일하다 이번 영화를 통해 장편 감독으로 데뷔하게 됐다.
이날 이 감독은 “작년에 나문희 선생님, 최우성을 만나 촬영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1년 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관객들을 만나게 돼 기쁘다”고 데뷔 소감을 전했다.
“제가 노원구에 사는데 어느 날 도서관에 갔다가 룸 쉐어링에 관한 팸플릿을 보게 됐다. 할머니와 대학생이 살면 재미있는 얘기가 나오겠다 싶었다. 그 시기쯤 다큐멘터리에서 본 ‘맥도날드 할머니’도 인상 깊었다. 맥도날드에 가서 커피를 드시며 저녁엔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의 외로운 삶에 대한 보도를 접했다. 그 다큐멘터리와 룸 쉐어링 팸플릿을 보고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

자신이 생각한 가족의 의미와 정의가 궁금하다는 말에 이 감독은 “가족이라는 형태는 같이 밥 먹고, 서로를 보고 웃으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며 “저희 영화처럼 혼자 살던 할머니가 대학생과 같이 산다는 게 어떻게 보면 판타지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일상적) 행위들로 인해 현대에 또 다른 가족(의 형태가)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개인주의를 추구하던 할머니가 서울로 올라와 대학 생활을 하게 된 학생 지웅에게 자신의 집 일부를 공유하면서 영화는 시작한다. 자로 잰 듯 정확히 나뉘어진 삶을 살며 어색했던 관계가, 평범하지만 극복하기 쉽지 않은 여러 가지 사건을 겪고 오해가 쌓여 한껏 더 벌어진다.
하지만 서로의 숨겨진 사연과 마음을 뒤늦게 접한 두 사람이 마음을 열고 가까워지는 데 꽤나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억지로 쥐어짜낸 이야기가 아니라, 만연한 노인문제와 청년세대 문제 등 현실에 기반한 사건들로 엮어냈다는 점에서 가슴을 움직인다.
러닝타임 93분. 개봉은 이달 22일.
/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