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포동(79)이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모텔에 사는 이유를 밝혔다. 그는 10년간 홀로 모텔에서 거주하며, 요양보호사들의 도움을 받고 있었으나 되레 이런 생활이 편하다는 것.
16일 오후 방송된 MBN 프로그램 ‘특종세상’에서는 경상도 부곡면의 한 모텔에 사는 남포동의 근황이 공개됐다. 앞서 지난 2019년에도 ‘특종세상’을 통해 남포동의 일상이 전해졌던 바. 그러나 3년 만에 더 악화된 건강 상태를 전해 안타까운 마음이 들게 했다.
이날 남포동은 “2009년 간 이식(수술)을 하고 나서 면역이 약해졌다”라며 “하루에 먹는 약이 다 다르다. 그래서 약통에 요일을 써놨다”고 복용약을 챙겼다.
10년 넘게 모텔에서 살고 있다는 그는 건물 내 복도를 이용해 매일 걷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남포동은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다”고 말해 부축을 받기도 했다.
이날 남포동이 머무는 곳으로 요양보호사들이 식사를 챙겨왔고, 그의 옷가지를 세탁해줬다. 그가 독거노인인 탓에 나라의 지원을 받고 있었던 것.

남포동은 지난 1965년 영화 ‘나도 연애할 수 있다’로 데뷔한 후 장르를 가리지 않고 4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관객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었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한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무엇보다 그의 화이트 슈트와 슈즈는 트레이드 마크가 되기도.
남포동이 머무는 모텔에도 여러 벌의 흰색 바지와 모자가 전시돼 있었다. 그는 “‘남포동’ 하면 경상도 사투리에, 백바지, 백구두라는 인식이 있지 않나. 지금도 나를 알아봐 달라고 입는 게 아니라 이 옷을 입는 게 몸에 배었다. 속옷도 흰색으로 입는다. 가끔 진짜인가 싶어서 확인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남포동은 “옛날에는 돈을 많이 벌었다. 그래서 내가 차를 6개월마다 바꾸었다”며 “제약회사 광고 모델은 6개월마다 바꾸는데, 그래서 6개월마다 통장에 돈이 들어왔다. 그래서 돈을 받을 때마다 차를 바꾸었던 거다. 그 돈을 다 모았으면 부자가 됐을 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돈이 많이 모이면 그 돈을 탐내는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내가 돈도 많이 벌었지만 사기도 많이 당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10년째 모텔에 사는 이유에 대해 “나한테 ‘우리집에 와서 살라’는 사람들이 많다. 근데 그게 편하지 않다. 옛날부터 영화 촬영을 다니면서 모텔 생활을 많이 해서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모텔이 편하다. 여기 없는 게 없다. 오히려 이곳이 더 편하다”고 밝혔다.
남포동은 자신을 챙겨준 지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내며 “내가 잘해준 것도 없는데 후배들, 지인들이 서로 방을 주려고 한다. 요즘 제가 몸이 안 좋다 보니 아우들에게 신세를 많이 진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안 좋다. 주위 사람들 때문에 더 미치겠다”고 눈물을 흘렸다.
남포동의 평생 친구는 이날 “(남포동에게) 주고 싶은 것은 사랑이고, 받고 싶은 건 건강이다. 이 친구가 건강하게, 지금 같은 순수한 마음을 지키며 우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인간답게 살다가 죽었으면 좋겠다. 우리 우정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감동한 남포동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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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특종세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