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접이 풍년’ 피식대학이 공중파에 입성했다.
16일 방송된 KBS2 예능 ‘주접이 풍년’(이하 '주접')에는 유튜브 코미디언 크루 '피식대학'의 세 멤버의 팬미팅이 이뤄진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피식대학' 멤버들은 남녀노소 팬들에게 가장 큰 사랑을 받는 '한사랑 산악회' 캐릭터로 분하고 '주접이 풍년' 출연진들과 만났다. 김영남(김민수) 회장, 이택조(이창호) 부회장, LP바를 운영하는 재미교포 배용길(이용주), 말이 느린 물리 선생님 정광용(정재형)은 출연진을 보자마자 "스타네 스타!"라며 달려들어 단체사진을 찍었다.
이후 이호창은 "이거 어떻게 주지? 네이버 밴드에 올릴 테니까 알아서들 가져가"라고 말한 뒤 코미디언 선배인 박미선을 깍듯이 모셔 '선녀'라고 칭하는 등 웃음을 자아냈다. 이태곤과 장민호가 다소 삐딱하게 서있자 배용길은 “바다만 호령할 줄 알지 산은 모르잖아요. 우리만 따라와요”라며 산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산은 초입부터 급경사였다. 박미선은 "이런 길을 어떻게 올라가냐"며 기함, 결국 얼마 가지 못하고 돗자리를 폈다. 여기에 앉은 배용길은 장민호와 이태곤에게 나이를 물은 뒤 “나 젊었을 때 같아. 똑같네. 장가들은 갔나? 똑똑하네. 안 가는 게 나아”라고 말했다.
곧이어 김영남을 위해 백숙을 시킨 이택조에 백숙집 조사장(조혜련)이 등장했다. 그는 "쟁반인 줄 알았는데 상이어서 머리 다 배겼다. 여기까지 부르면 어떡하냐"며 타박한 뒤 "그래도 한사랑 산악회가 부르니까 와야지"라며 후배사랑을 드러냈다. 박미선은 "나도 (조혜련이 나오는지) 몰랐다. 왜 여기 있냐"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영부영 '한사랑 산악회'가 끝나고 제작진과의 사전미팅을 진행하는 '피식대학' 본캐의 모습이 보여졌다. 김민수는 “저희 본모습을 많이 못 보여드린 거 같다. 저희 생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재형은 “걱정이 되는 게 좋아해 주시는 팬이 많긴 한데 인터넷으로 보시는 분들이라. 방송 보니 규모가 꽤 크더라. 다 채울 수 있을까. 숫자보다 시간 되는 친구들이 왔으면 좋겠다 싶다. 다들 먹고사는 게 바쁜데”라며 의기소침하게 말했다.

이에 이용주는 "아예 안대도 끼고 게릴라 콘서트처럼 하자. 한 5000명 올 것 같다"며 분위기를 바꿨다. 제작진은 '피식대학'이 바라던 대로 축제 느낌의 팬미팅을 꾸미고, 객원멤버인 김해준과 이은지까지 섭외했다. 첫 팬미팅에 안대를 끼고 나타난 '피식대학' 멤버 셋은 호기롭던 이전과 달리 "10분만 와도 좋겠다. 잘 놀 수 있다"며 급격히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안대를 벗은 멤버들 앞에는 깜짝 카메라를 위해 숨죽인 팬들이 가득했다. 이들은 곧 환호성을 질렀고, 김민수는 “전혀 예상을 못했다. 팬들 보는 순간 눈물이 나왔다”라며 눈물을 닦았다. 많아봤자 200명이 지원할 거라고 생각했던 김민수는 약 1000여 명이 방청 신청을 했다는 사실에 다시 한 번 감격했다.
그런데 감동한 건 피식대학 팬덤인 '피식팸'도 마찬가지였다. '피식대학'과 '피식팸'은 서로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만난 건 처음이었다. '피식대학' 세계관에서 '쿨제이' 역으로 사랑받는 김해준은 “피식대학 멤버들과 개그맨 지망생 시절을 같이 보냈다. 지금 피식대학이 153만 명 구독자지만 그때는 많지 않았다. 쿨제이 역할을 제안받아 자연스럽게 하다 보니 좋아해 주셨다”라고 밝혔다.

이은지는 피식대학 팬이었다며 “이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 미팅을 제안했다. 그후에 객원 멤버로 함께 하게 됐다. 사무실에 선물이 장난 아니다. 입구를 막는다”라며 '피식대학'의 인기를 인증했다. 이후 '피식대학'은 팬들의 장기자랑과 사연을 들으며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냈다. 정재형은 마치 도플갱어처럼 자신과 닮은 채로 자신의 성대모사를 하는 팬의 모습에 당황했다.
이 팬은 의대생 팬으로 정재형 특유의 아래로 내려간 입꼬리를 닮아 눈길을 끌었다. 김민수는 "정재형이 아플 때 대타를 해달라"고 제안해 웃음을 안겼다. 뿐만 아니라 입덕 6개월 만에 부매니저로 고속승진한 팬도 있었다. 그는 "피식대학이 개그계 아이돌이다. 생일카페도 열고, 학생증도 만들었다"라며 다시 한 번 '피식대학'의 인기를 알렸다.
의대생 팬과 초고속 승진 팬은 '피식대학' 멤버들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보고 입덕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멤버들이 스탠드업 코미디를 시작하며 했던 깊은 이야기들, 자부심 등이 담겼다. 이용주는 “채널을 운영하기 전에 스탠드 업 코미디를 위해 뭉쳤다”라며 팀 결성 이유를 밝혔고, 김민수는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지고 나서 전업으로 공연만 했다. 월에 20만 원을 벌었다. 회당 5만 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재형은 “그것도 나중에나 그렇게 됐다. 처음 시작할 때는 돈을 내면서 공연했다. 빚내면서 생활했다. 각자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다닐까 생각하고 있을 때 운 좋게 유튜브가 터졌다”라고 밝혔다. 팬미팅에서 팬들은 "피식대학이 원동력이 된다", "피식대학 덕에 아버지와 화해했다"며 고마움을 전하는 중이었다.
정재형은 “코미디를 하면서 수많은 감정을 전달해드리고 싶은 게 있다. 인생에서 꼭 웃긴 감정만 있는 건 아니니까”라며 화답했고, 애정 넘치는 팬들을 본 객원멤버 이은지는 “저는 팬이라기보다 피식팸이라고 많이 불렀다. 진짜 가족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라고 전했다.
그런데 피식팸의 정말 가족같은 지점은 한 팬이 기숙사를 운영한다는 데에 있었다. 한 팬은 "지방에서 올라온 피식대학 팬들은 피치 못할 사정으로 집에 못 갈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리집에 하루 재운다. 무료 숙식에 가끔 저랑 치맥도 한다"며 자신이 '한사랑 산악회' 부녀회의 회장이라고 전했다. 김민수는 "내가 처음 듣는데?"라며 반문해 웃음을 안겼다.

뿐만 아니라 '한사랑 산악회'는 멤버들이 각자의 부모님을 생각하며 만든 세계관이었다. 정재형은 “아버지 성함이 정광용으로 똑같다. 아버지를 모티브 삼아 만들게 됐는데 저도 웃긴 게 하고 나니 아버지가 한 번씩 전화가 오시더라”라고 전했다. 이용주는 “저는 아버지가 중학교 때 돌아가셔서 할아버지 손에서 컸다”라고 말했고 이에 박미선이 “할아버지가 결혼을 7번...”이라며 말을 아끼자 할아버지가 목사님이라 해명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팬들이 준비한 장기자랑 무대가 시작됐다. 이때 '한사랑 부녀회'가 등장해 저스틴 비버 ‘Peaches’를 불렀다. 이는 이미 배용남(이용주)과 정광용(정재형)이 '한사랑 산악회' 중 부른 적이 있는 노래였다. '한사랑 부녀회'는 “젊은 분들하고 카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라며 구수한 내레이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에 배용남(이용주)은 “예능 블루칩 같다”라고 평가했고, 길은지(이은지)는 "솔직히 우리보다 잘한다"라며 "X동생 삼고 싶고. 너희끼리 신나게 놀아라 막 이래”라며 분위기를 돋궜다. 하지만 이용주는 너스레를 떠는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용주는 “왜 인지 모르겠다. 팬분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디테일하게 했던 것들을 하는 걸 보면서 얼마나 연구하고 봤을까 생각하니까 갑자기 이상해졌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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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주접이풍년'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