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배우들은 영화감독, 제작자라면 꼭 캐스팅하고 싶어 한다. 이 영화를 통해 같이 하게 됐다는 게 저 역시 안 믿겼다. 찍으면서도 혼란이 왔다. 마치 7개의 영화를 찍고 있는 느낌도 들어서 매번 감사했다.”
한재림 감독은 20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진행된 영화 ‘비상선언’의 제작보고회에서 “막상 찍어놓은 장면들을 보니 모두 다 살아있었다. 역시 배우들의 관록, 연기력에 감탄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 정말 만족감이 드실 것”이라고 영화의 완성본에 이같이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날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의 배우들과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이 참석했다.
‘비상선언’(배급 쇼박스, 제작 MAGNUM 9·씨제스엔터테인먼트·씨네주)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리얼리티 항공재난 영화.

이 작품은 지난해 열린 제74회 칸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받아 전세계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이에 한 감독은 “저는 칸에 처음 가는 거라 당시 마음 편하게 갔었는데 영화에 대한 그들의 예의와 영화를 대하는 전통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래서 제가 영화를 하는 일이 행복하다고 느꼈고 능력이 된다면 다시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재림 감독은 “저희가 이 영화를 촬영한 지 2년이 지났다. 개봉을 하려고 (코로나) 상황을 보다가 이제야 개봉하게 됐는데 관객들과 만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설렌다”고 개봉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비상선언’은 지난해 개봉하려고 했지만 국내 코로나 상황 탓에 칸영화제 공개 후 1년여 만에 극장 개봉을 결정해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 감독은 연출을 맡게된 이유와 연출 의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한재림 감독은 “10여 년 전에 연출 의뢰가 온 작품이었다. 당시 이 작품의 설정, 기획이 좋았지만 ‘내가 이걸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도통 감이 안 와서 못 했었다”고 처음엔 바로 들어갈 결심을 못 내렸다고 털어놨다.

또한 비행 공포증이 심하다는 그는 “그런데 비행기 안에서 인간이 재난을 겪는다는 공포가 10년 동안 제 머릿속에 남았는지 이 영화가 생각이 났다. 연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한국 사회에 10여 년간 크고 작은 재난이 발생하면서 이 작품의 연출을 해야겠다 싶더라. 이 작품을 통해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생긴 것이어서 ‘더 킹’ 이후 하게 됐다”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한 감독의 전작은 ‘더 킹’(2017)이다.
이날 참석한 배우들은 한 감독이 전작에서 보여줬던 연출력에 감탄해 제안을 받고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형사팀장 인호 역의 송강호는 “저는 한재림 감독과 ‘우아한 세계’, ‘관상’ 이후 세 번째다. 한재림 감독님을 평소 존경해 왔다”고 작품에 합류한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재난영화인데 재난에 임하는 승객뿐만 아니라 지상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겪는 사실적인 일들이 너무 현실적이었다. 장르를 떠나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우리가 알고 있지만, 평소 잘 느끼지 못 했던 가족과 이웃, 우리 사회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그리고 어른스럽게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어 반가웠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탑승객 재혁 역의 이병헌은 “저는 한재림 감독님과 처음 호흡을 맞춰봤는데 전작들을 보면서 꼭 한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읽는데 단숨에 읽힐 정도로 긴장감 있고 재미있었다”면서 “인간이 보이는,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만드는 스토리가 좋았다”고 부연했다.

한재림 감독이 가진 태도가 믿음직스러웠다는 그는 “최고를 뽑아내려는 감독님의 연출력에 믿음이 갔다”고 했다. 임시완 역시 “감독님이 굉장히 멋쟁이”라고 칭찬했다.
재혁과 한 비행기에 탑승한 진석 역의 임시완은 이어 “저는 한재림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 제안이 들어왔다는 얘기를 듣고 굉장히 놀랐다. 또 선배님들이 캐스팅 됐다는 얘기를 듣고 ‘내게 그런 대작이 들어왔다는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어 놀라웠다. 감독님과 미팅 후에도 확정된 게 아니라서 안도감이 들지 않았다. 비로소 첫 촬영 후에 내가 하게 됐다는 것에 안심을 하게 됐다”고 말해 장내 웃음을 안겼다.
국토부 장관 숙희 역의 전도연도 한 감독의 기획의도가 좋았다면서 “시나리오도 좋았지만 한재림 감독님의 의도가 좋았던 거 같다. 크고 작은 재난을 겪으면서 상처를 받는 사람들, 그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말에 공감해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태수 역의 박해준 역시 “제안을 받고 제가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출연한 계기를 전했다. 연기력을 갖춘 이들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이유다.
한재림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김남길은 부기장 현수 역을 맡았다. “우리가 재난을 거치고 이겨내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현실이 더 영화 같지만, 우리가 어떻게 하면 (보시는 분들에게) 위로를 보내줄 수 있을까 싶어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상선언’은 ‘더 킹’, ‘관상’(2013) 등 흥행작을 만들어 온 한재림 감독의 신작으로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이 함께해 연기 앙상블을 완성했다.
엔데믹을 맞이한 시대, 극장가가 다시 살아난 가운데 ‘비상선언’이 많은 관객들에게 선택받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8월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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