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 묘사無"…'헤어질 결심' 박해일♥탕웨이 그린 어른들의 사랑(종합)[Oh!쎈 현장]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6.21 17: 50

 박찬욱 감독이 “젊을 때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해가면서 살아도 되지만, 나이가 들면 그런 면에서 솔직해지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21일 오후 서울 이촌동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헤어질 결심’의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로맨스’에 대해 “상황과 처지에 따라서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게 많다. 참아야 하는 게 많다는 걸 아는 게 나이가 들어간다는 거다. 그런 형편에 놓인 남녀가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어떻게 전달할까 고민했다. 그들이 감정을 참기 힘든데 어떻게 하면 들키지 않고 (사랑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을까 싶었다”라고 이같이 설명했다.
박 감독이 각본 연출한 ‘헤어질 결심’(제공배급 CJ ENM, 제작 모호필름)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 분)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수사 멜로물. 정서경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수사 멜로물을 기획한 의도에 대해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사랑 얘기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박 감독은 “그런 작품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주변에 하니까 지인들이 ‘노출도 굉장하고 강한 영화겠군요!’라는 반응을 보이더라. 그래서 그때 ‘반대로 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의 이야기니 감정에 집중하고 싶었다.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감정보다, 은근하게 숨겨진 것에 집중하면서 다이얼을 낮추고자 했다. 이전 영화들과 다르게 가봐야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헤어질 결심’에는 박 감독이 기존 작품들 속에서 보여줬던 캐릭터들의 노출 및 정사신은 등장하지 않는다. 이에 칸영화제가 열렸던 지난달 외신들로 많은 질문을 받았고, 박찬욱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넣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던 바.
이날 박 감독은 “현재 작업 중인 작품은 HBO 드라마인데 강한 요소는 없을 거 같다”며 “그 다음 작품이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준비하는 차기작들 중) 노출 같은 강렬한 게 담긴 작품도 있다. 그때 그때 달라지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어른들의 사랑에 대해 탕웨이는 “어릴 때는 상대방에게 금세 빠져들 수 있겠지만, 나이가 들면 놓치는 순간이 있고 이미 그 사람이 가버린 타이밍도 있다”라며 “서래가 사랑에 빠진 순간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서래가 언제 사랑에 빠졌는지 찾으실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감독님이 영화 안에 만들어 놓았는데, 그 중요한 대사를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기로 표현한 지점을 설명했다.
이어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박찬욱 감독님이 보여주고자 하는 사랑이 있다. 관객들이 그것을 하나하나 찾아나가면서 영화를 즐기실 수 있을 거 같다”고 부연했다.
중국배우로서 한국어를 사용해 연기한 것에 대해서는 “다른 언어를 쓸 때 연출을 맡은 감독님들과 얘기하는 게 당연하다. 물론 이번 영화에서 제 기억에 남아있는 중국어 대사도 있다"며 "제가 한국어 대사를 위해 한국어는 최선을 다해 배웠다. 근데 연기를 하다 보니 생활 한국어를 배우지 못 했다. 한국영화에 출연하니 사람들이 한국어를 잘하는지 아시고 말을 거는데, 제가 초급 한국어를 배우지 않고 대사를 하기 위한 고급 한국어를 배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대화를 할 수 있는 생활 한국어를 배우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어 대사를 외워서 연기했지만 그 대사의 개념과 의미는 머릿속에서 중국어로 생각했다. 상대방이 말하는 한국어도 외웠지만 저는 중국어의 의미로 해석해서 이해했다. 머릿속에 뜻을 모르는 한국어를 외웠고, 그것의 중국어 의미까지 염두하며 연기하는 게 굉장히 독특한 경험이었다.”
박해일은 이번 영화를 통해 박찬욱 월드에 처음 입성했다. 이에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감독님과 사석에서 만나 인사드렸던 적이 있었다. (감독님 연출작에 출연하진 않았지만)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2005)의 각본 작업에 감독님이 참여하시면서 인연도 있었다”고 남다른 연결고리를 전했다.
이어 박해일은 “제가 캐릭터의 모호하고 미묘한 감정을 만들어갈 때, 감독님이 제가 표현한 것에 코멘트를 해주셨다. 그런 얘기를 들어가면서 재미있게 표현했다. 물론 탕웨이 배우와의 호흡을 통해 얻은 것도 많다. 단 한 가지로 얘기할 순 없다”면서 다양한 요소를 통해 해준 캐릭터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박찬욱 감독은 이번 영화에 참고한 레퍼런스는 없다고 했다. “각본을 함께 쓴 정서경 작가에게 참고하라고 권해준 유일한 영화가 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밀회’다. 생각해보면 제가 어렸을 때 그 영화를 마치 교과서처럼 공부했다. 이번 영화와 그 작품이 다른 내용이지만, 성숙한 남녀의 인내하는 사랑이라는 점에서 연결점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만들면서 히치콕 감독을 의식해본 적은 없다. 칸영화제에서 기자회견 당시 외신에서 그런 얘기를 하길래 들어보니까 일리가 있더라”며 “그러나 제가 대학생 때 히치콕 감독을 좋아했고 교과서처럼 공부를 해서 그런지 제 안에 남아있었나 보다.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의 작품과 감독을 생각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올해 열린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으며 박찬욱 감독은 전작 '올드보이'(심사위원대상 2004), '박쥐(심사위원상 2009) 이후 13년 만에 감독상을 수상했다.
'헤어질 결심'의 국내 개봉은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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